머문 자리 - 김산아 소설집
김산아 지음 / 솔출판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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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 수 없이 머무르고 떠나야 했던

완성되지 않은 삶의 머문 자리에 대하여

8편의 작품

 

완성되지 않은, 어쩌면 영원히 완성되지 못할

삶의 머문 자리에 대해

 

재희네 아파트는 다른 곳보다 더, 계속 가격이 올라 흥분상태였습니다. 적금을 찾고 대출을 받아 장만했던 낡은 아파트와 남편 회사에서 스톡옵션으로 받아 십년 넘게 방치했던 주식 가격이 오르면서 벼락부자가 된 재희는 한강 남쪽 강남에 입성, 그동안 묵혀왔던 책들을 박스로 버리면서 과거를 청산하는 의식을 치루는데 오년 전 반빈곤 운동 사회 단체에서 일하면서 만들었던 머문 자리잡지를 버릴 수 없어 인석을 만납니다. 인석은 나기는 걸 중요시했고 한해의 활동 기록을 담아 잡지를 만들었다. 목숨을 걸 만한 일에 대해서 생각하고 실천했던 사람들 동료들이 단체를 거쳐 정치권에 들어가거나 각각 삶을 찾아갈 때도 평생 현장에서 가난한 사람들을 지켜던 인석, 그는 존경 받아야 할 인물이었습니다. 대학에서 술집에서 집회에서 불렀던 수많은 작자 미상 곡들의 기사를 쓰고 저작권료도 받지 않았던 신철, 이렇게 우리는 경제적 이익보다 사회적 의미를 위해 일한 댓가는 빈곤하고 초라했습니다. 과거와 현실의 차이에서 속물로 변해버린 재희는 인석을 통해 세속적으로 성공만을 쫓는 우리를 돌아보게 됩니다.

 

재희 씨 삶의 목표는 뭐야? 요즘 무슨 고민해? 뭔가에 목숨 걸어본 적 있어?”

 

돌아갈 수 없는 곳까지 와버렸다고, 여기까지 오고 나니 돌아가고 싶지 않아졌지만, 원한 건 아니라고 변명하고 싶었다. 돌아가려면 가진 걸 놓아야 할 거 같아서, 둘 다 가지고 사는 건 이율배반 같아 돌아가지 않을 정도의 양심은 있다고 말하고 싶었다.

---p.81머문 자리중에서

 

의자에 앉으면 선풍기가 생각났고, 선풍기를 틀면 드라마를 볼 노트북이 필요했고, 노트북이 있으니 음악이 듣고 싶었고, 음악이 나오면 울림이 좋은 스피커가 사고 싶어졌다. 필요가 많아지고 그것을 채울수록 더 편안함을 원했다. 편안하게 해줄 물건이 없는 캠핑은 그저 호텔보다 불편한 여행지일 뿐이었다. ---p.125오늘도 캠핑중에서

 

2013문학의 오늘가을호로 등단해 작품 활동을 시작한 김산아 작가의 첫 번째 소설집 머문 자리는 작가가 오랜 기간 만들어온 바람 예보, 삐삐의 상자, 머문 자리등 총8편의 단편집 입니다. 각기 다르면서도 같은, 삶의 머문 자리삶의 감춰진 그늘, 삶에 내재한 시간의 그림자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작은 텐트 하나도 소중했던 가족은 점점 늘어나는 캠핑 용품들 소설 속 인물들은 어쩔 수 없는 시대를 살아가지만 지금 우리와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삶이 머문 자리, 시간의 그림자는 마치 우리들의 마음을 대변해 주며 마음을 울리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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