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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베르 씨, 오늘은 뭘 쓰세요?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5월
평점 :

한국어판 출간 30주년 기념으로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한국펜들을 위해 방한해 오늘(28일)부터 싸인회를 개최한다는 소식이 있습니다. 독자로서 저도 매우 궁금하네요. 1991년 출간된 개미를 시작으로 출간된 책은 대부분 읽은 독자로서 이번에는 <베르베르씨, 오늘은 뭘쓰세요?>라는 에세이가 출간되어 반가웠고 부지런한 작가답게 이 책을 읽는 중간에 또 <꿀벌의 예언>이 출간되어 기대가 됩니다.
30년간 아침 8시부터 12시 반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쓰는 동안 소설이 된 삶, 삶이 된 소설,그가 보고 듣고 읽고 겪는 모든 것은 이야기가 됩니다. 저자는 스물두 장의 타로 카드를 하나씩 소개하면서 각 챕터의 문을 열어 다섯 살 무렵부터 오늘날까지의 이야기를 풀어 나갑니다. 맨 처음 등장하는 것은 성장 서사의 시작과 끝을 모두 뜻하는 <바보> 카드, 카드 속 인물은 모험을 끝맺으면서, 혹은 다시 시작하면서 봇짐을 메고 길을 떠납니다. 마지막으로 등장하는 타로카드 <세계>까지 그 모습은 데뷔 30주년이라는 기념비적인 지점을 지나 새로이 출발점에 선 저자 자신과 많이 닮아 있었습니다.
전미연 역자는 <어떻게 한 사람의 인생이 이렇게 오롯이 자신이 쓰고자 하는 글을 중심으로 펼쳐질 수 있을까>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그와 인연이 깊거나 스쳐 지나듯 만난 다양한 존재들, 이를테면 뉴욕 거리의 사기꾼, 엉뚱한 영매 친구 모니크, 제멋대로인 반려 고양이 도미노는 저마다 소설 속 등장인물로 다시 태어나 독자에게 웃음을 줍니다.
욕망이 없으면 고통도 없다.---p.56
고등학생 때 탐독한 아이작 아시모프에게서 인류의 미래를 내다보는 관점을, 스무 살 때 빠져든 필립 K. 딕에게서 광기의 힘을, 신인 시절 접한 스티븐 킹에게서 서스펜스를 쌓아 올리는 기술을 흡수하고 어렸을 적 할아버지의 고통스러운 죽음을 지켜보며 겪은 충격과 여름 캠프에서 만난 친구 자크와의 유체 이탈 경험, 기자 시절에 임사 체험을 취재하며 수집한 정보는 『타나토노트』가 되고, 둘째 아들 뱅자맹을 돌보느라 잠 못 들던 수많은 밤은 『잠』으로 탄생되었습니다. 그의 작가로서의 인생은 삶이 곧 소설이 된 셈입니다.
규칙적인 생활 페턴은 베르베르에게는 소설이 곧 삶이 된 셈입니다.매년 10월 새 책을 발표하기 위해 그는 글쓰기를 중심으로 엄격하게 짜인 일과를 수십 년째 지속해 왔다는 점에서는 본받을 만한 인물입니다. 보통 글이 잘써지는 날이 있고 또는 그렇지 않은 날이 분명 있었을텐데 아침 8시부터 12시 30분까지 <무조건 하루 열 장>. 오후 3시부터 6시까지는 집필에 필요한 자료를 조사하거나 소설 이외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6시부터 7시까지는 단편소설을 써낸 그의 정신력에 또 놀랍습니다. 베스트셀러의 작가는 이런 삶을 살고 좋은 작품이 나올 수 밖에 없었습니다 책은 그가 들려주는 다채로운 여정 속 인물과 사건은 모두 그의 소설과 자연스럽게 포개지며 그동안 읽은 많은 작품들과 연결이 된다는 점에서 흥미로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