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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이 닮았다 - 과학적이고 정치적인 유전학 연대기 ㅣ 사이언스 클래식 39
칼 짐머 지음, 이민아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23년 4월
평점 :

과학적이고 정치적인 유전학 연대기 : 웃음이 닮았다
유전자와 진화에 대한 관점을 흔들 드라마틱한 과학 논픽션 [웃음이 닮았다] 는 과학저술가이자 칼럼니스트, 저널리스트인 칼 짐머로 전미 과학 작가 협회 과학 사회 저널리즘 상을 수상했고 우생학, 인종주의, 성차별로 얼룩진 유전학의 빛과 그림자를 이야기 합니다.
자신의 아이가 태어난다면 암으로 사망한 친척이 있는지, 어떤 암이었는지, 연령은 어떠했는지 뇌졸중을 앓은 사람은 있는지 알아야 할까요? 저자는 첫 딸의 탄생을 기다리면서 유전 질환의 가능성을 알게 되자 아버지로써 노심초사 합니다. 건강한 아이를 낳고 싶은건 세상 어느 부모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유전을 부모가 자녀에게 전달하는 유전자만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유전은 우리 안에서 계속해서 진행된다는 사실입니다. 하나의 세포가 우리 몸 전체를 구성하는 수조 개 세포의 가계도를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우리는 유전이라는 어휘를 우리의 필요나 두려움이 반영된 정의가 아닌 유전의 본래 특성에 더 가까이 다가가 더 광범위하게 재정의해야 한다고 합니다. 이 책은 전문가가 아닌 인간으로서 알아야 할 파란만장한 역사에 대해 알수 있습니다.
다윈에게 유전과 관련해 핵심적인 의문은, 부모의 세포 내 어떤 물질이 태아를 부모와 닮게 만드느냐였다. 다윈은 근육을 강하게 만드는 모든 것은 근육 세포에 뇌를 똑똑하거나 모자라게 만드는 모든 것은 뇌세포에 저장되어 있다고 믿었다.---p.70
유럽에서는 다른 혈연 개념을 지닌 탓에 가계가 다른 형태로 발전했습니다. 간단히 말해 외부 세계와의 친족 관계가 봉쇄됩니다. 아이는 부모의 혈관 속에 흐르는 피를 받아 태어나며 그 안에 담긴 모든 것을 물려 받는데 펠리페 2세에게 부친의 왕위를 계승할 자격이 주어진 것은 그가 왕족의 혈통, 할아버지에서 아버지로 이어진 왕가의 피를 물려받습니다. 이 혈연 개념에서 가계는 곧 혈통을 의미하며 혈통은 하층 계급의 피가 섞여 오염되지 않은 고귀한 집안의 증거 역할을 했습니다. 거기서 더 나아가 유럽인들은 동물도 혈통에 따라 분류하기 시작했다는 점은 놀라웠습니다. 왕이 매사냥을 즐기면 덜 고귀한 종의 새와 짝짓기한 매의 새끼는 잡종이 되는 겁니다. 물론 개와 말도 순혈통을 들이려고 노력했습니다. 좋은 종족 출신의 훌륭한 사람이 된다면 그렇지 못한 종족은 더 발전할 가능성이 없어 보입니다.
광범위한 주제를 조사와 검증을 거쳐 쓴 책은 흥미롭고 경이로웠습니다. 명료하고 유려한 솜씨로 탁월한 과학 대중서를 꾸준히 펴 온 저자는 조상들의 가계도를 추적하고, DNA 검사를 기꺼이 받으며, 역사의 현장인 바인랜드 훈련 학교와 말라리아 내성 모기 유전자 연구소를 방문하는 등 ‘유전’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따라잡는 취재와 연구에 매달렸습니다. 걱정과는 달리 무사히 태어난 아기 샬럿의 얼굴 사진과 아내 그레이스의 아기 시절 사진을 나란히 두고 그 닮은 모습에 경탄한 저자는 딸의 웃음소리에 유전 형질이 귀에 들리는 것 같았다고 고백했습니다. 『웃음이 닮았다: 과학적이고 정치적인 유전학 연대기(She has Her Mother’s Laugh: The Powers, Perversions, and Potential of Heredity)』는 저자의 딸과 아내가 웃는 모습이 닮았다는 데서 착안한 재미있고 의미있는 제목이었습니다. 좋은 유전자만 골라서 후대에 물려 줄수만 있기를 앞으로 우리 과학은 이렇게 발전되기를 기원해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