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한가운데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8
루이제 린저 지음, 박찬일 옮김 / 민음사 / 199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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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작품의 매력은 현실에서는 시도해 보지 못하는 또 다른 삶을 살아볼 수 있는 기회이며 간접 경험을 하게 되는 좋은 작품을 만나는 일입니다. 이 소설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사랑과 좌절과 생에 대한 집념이 응축되어 나타난 작품입니다. 시대를 초월한 영원한 고전 루이제 린저의 <삶의 한가운데>는 이루어지지 못한 가슴 아픈 슈타인 박사와 동생 니나의 이야기입니다. 이 소실을 두고 전 세계의 젊은이들이 열광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작가가 삶의 의미를 부단히 추구하고 모색하는 매혹적인 인간상을 그려내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주인공 니나를 사랑하는 슈타인의 일기와 편지, 그리고 니나 부슈만 과 그녀의 언니와 함께 한 며칠 간의 짧은 만남과 대화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사람은 살고 싶은대로 사는게 아니라 타고난 대로 살게 된다고 하는데 이 작품은 자신이 타고난 운명의 굴레에 갇혀 자신이 함께 하고 싶은 사람과 함께 하지 못하는 사랑의 안타까운 이면을 담고 있는 작품입니다. 안정 지향적인 운명을 타고난 슈타인 박사는 자유와 방랑의 운명의 타고나 여주인공 니나를 18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변치않게 사랑하며 니나를 안정적인 가정 아래 안착시키고 싶어 했지만 슈타인의 바람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소설은 1930년대와 1940년대 독일을 배경으로 하고 구체적으로는 1929년부터 1947년 까지의 이야기로 저자의 자전적 작품입니다. 또한 나치가 독일 정권을 장악할 무렵부터 2차 대전이 발발했던 기간과 일치 한다는 점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치를 피해 침묵하거나 다른 나라로 도망치거나 아니면 결국 나치에 협조하는등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태도를 취하는데 반해 20대에 불과했던 니나는 나치에 온몸으로 저항합니다. 니나의 대범함에 여러번 놀라게 됩니다.

 

 

저자는 히틀러 정권에 저항한 반나치 여성문인으로 뮌헨대학교에서 교육학과 심리학을 전공한 뒤 1935년부터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다 1939년 학교에서 나치에 가입하라는 강요에 직장을 그만두고 같은 해 작곡가 슈넬과 결혼 후 소설을 쓰기 시작해 1940년 데뷔작이자 출세작인 '유리반지(한국에서는 '잔잔한 가슴에 파문이 일 때'라는 이름으로 출판)'를 완성했고 이 소설은 헤르만 헤세가 찬사의 편지를 보낼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1944년 남편이 전사하고 자신은 히틀러 정권에 반발했다는 이유로 작품 출판 금지를 당하고 게슈타포의 감시를 받게 되어 결국 반 나치 활동으로 투옥, 1944년 사형선고를 받았으나 종전으로 1945년 석방된 드라마 같이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온 작가입니다. 1986년 북한을 방문하기도 해 우리나라와는 인연이 있는 작가이기도 합니다.

 

 

 

주인공 니나는 천성적으로 어딘가에 안주하기 보다는 계속해서 새로운 사람과 새로운 기회를 찾아 떠돌아 다녀야만 자신이 살아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고 슈타인과는 정반대의 성향을 가진 캐릭터입니다. 그래서 편안함을 제공받을 수 있는 슈타인에게 정착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세상을 떠돌며 피치와 알렉산더와의 관계에서 서로 다른 아이 둘을 낳게 되고 갖은 고난과 역경을 자처합니다.

 

 

니나와 언니는 서로 떨어져 살면서 서로의 안부도 모르던 차에 우연히 만나게 되면서 그동안 동생 니나에 대해 얼마 전까지 아무것도 모르고 있던 사실을 하나씩 알게 됩니다. 그녀는 나보다 열두살 아래였고 주인공 니나를 사랑하는 슈타인의 일기와 편지, 니나와 언니의 며칠간의 만남과 대화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니나는 10대 후반에 자신보다 스무 살 많은 슈타인을 만나게 되고, 그녀를 열렬히 사랑하는 슈타인의 구애를 받지만 거절한다. 슈타인은 그녀가 평범하고 안정적인 삶을 거부하고 어린 소녀에서 여인이 되어 가는 과정을 계속 지켜보게 됩니다. 그는 그녀와 다른 남자와의 결혼, 아버지가 다른 두 아이의 임신, 반나치즘 투쟁으로 인한 투옥, 자살 기도 등 격정적인 자세로 삶의 한가운데 서서 주도적으로 살아가려는, 그러나 절망과 고통 속에 자신의 인생을 가차없이 던져버리는 이 여인을 고통 속에서 바라보며 안타까운 생을 마감합니다. 자신만의 길을 꿋꿋하게 가는 니나 한번쯤은 그의 사랑을 받아주었더라면 어땠을까 안타까웠습니다. 루이제 린저 자신의 자전적 색채가 짙은 소설로 평가되었던 작품 다시 읽어도 좋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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