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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2 - 스완네 집 쪽으로 2
마르셀 프루스트 지음, 김희영 옮김 / 민음사 / 2012년 9월
평점 :

별다른 사건이 없었고 수많은 주석들을 읽느라 1권이 약간 지루했다면 2권은 스완이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스완은 사랑하는 연인 오데트(백조의 호수 주인공 이름)로 인해 마음이 급속도로 요동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감수성이 많은 스완의 사랑은 이렇게 시작됩니다. 이상하게도 큰 눈망울을 고양이처럼 뜨거나, 가녀린 어깨를 파르르 떨며, 그에게 편지를 쓰는 보티첼리를 닮은 그녀 오데트에게 마음을 빼앗깁니다. 그런데 독자는 이 사랑 왠지 말리고 싶은대요. 부유한 증권중개인의 아들 스완은 충격적이고 문란하고 정숙하지 못한 그녀가 이미 짜놓은 판에 걸려 헤어나오지 못하게 됩니다.
대중이란 서서히 동화된 진부한 예술 작품으로부터 길어 올린 것만이 매력과 우아함과 자연의 형태를 보여 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독창적인 예술가란 바로 이런 진부함을 벗어 버리는 데서부터 출발한다.---p.52
시대가 시대인 만큼 사교모임이 주를 이루는 생활모습에 흥미로운 장면이 많이 등장합니다. 귀족은 아니지만 부르주아 계층인 베르뒤랭씨의 모임 살롱이 재미있었습니다. 모임은 자신들의 의견에 따라야 하며 반박을 해서는 안되는 것과 문학과 예술 분야에서 귀족들을 따라 하고자 아니 흉내내고자 하는 쪽이 가깝겠네요. 이해하는척 감동받은척 하는 모습을 보면서 사람의 인격은 수 많은 돈으로도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걸 새삼스레 느낍니다.
우리가 사랑이나 질투라고 믿는 것은 연속적이고 분리될 수 없는 하나의 동일한 정념이 아니기 때문이다.---p.315
스완씨 부인이 같은 시간에 같은 모습으로 나타나지 않는 것 만으로도 거리 모습이 달라졌고 우리가 알던 장소들은 단지 우리가 편의상 배치한 공간의 세계에만 속하지 않는다는 점, 그 장소들은 당시 우리 삶을 이루었던 여러 인접한 인상들 가운데 가느다란 한 편린에 지나지 않고 그 이미지에 대한 추억은 어느 한 순간에 대한 그리움일 뿐이라고 집도 길도 거리도 세월처럼 덧없다고 느끼면서 2권을 마무리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