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를 기다리며

고도를 기다리며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3
사무엘 베케트 지음, 오증자 옮김 / 민음사 / 2000년 11월

산다는 것은 기다림의 연속입니다.

현대극의 흐름을 바꾸어놓은 작가 사무엘 베케트의 대표작이자 부조리 문학의 정수, 노벨 문학상 수상작. 오지 않는 고도를 기다리며는 두 주인공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의 의미없는 대화는 현대인의 고독과 소외된 삶을 상징합니다. 당신은 누구를 기다리는가? 그리고 지금 당신은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기다려도 오지 않는 그 무엇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이 배어 나오는 전후 부조리극의 고전으로 손꼽히는 작품 〈고도를 기다리며〉 입니다.

〈고도를 기다리며〉의 줄거리는 한 단어로 설명한다면 바로 기다림입니다. 아무리 기다려도 고도는 등장하지 않고 독자에게 허무감만 찾아옵니다. 이 작품은 희곡의 거의 모든 관습적인 기대를 깨버리며 〈고도를 기다리며〉에서는 아무것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우스꽝스러운 두 인물들이 등장해 이해할 수 없는 허튼소리를 내뱉는 것이 전부입니다. 솔직히 처음 읽었을 때는 이게 뭐지? 하며 작품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심지어 두 주인공끼리 나누는 대화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한쪽에서 밥은 먹었냐고 물어보면 다른 쪽은 난 술이 싫다고 동문서답하는 대화는 두 남자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은 한 국도의 작은 나무 옆에서 고도라는 이름의 사람을 기다리며 대화를 하는 형식입니다. 두 주인공 외에 포조 이야기에 활력이 될 수 있었으나 눈이 먼 포조는 지금이 아침인지 저녁인지도 모릅니다.

블라디미르 (괴로운 표정) 무슨 말이든 해보라니까!

에스트라공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

블라디미스 고도를 기다리고 있지.

에스트라공 참 그렇지.

침묵.

블라디미르 정말 어렵구나!

에스트라공 노래나 불러보지 그래?

블라디미르 싫다. 싫어. (말을 찾는다) 다시 시작하면 되겠다.

---p.106 2막 중에서

중요한 점은 그들은 고도가 누구인지, 어떻게 생겼는지, 고도에게 뭘 원하는지도 모른채 고도를 마냥 기다리며 나중에는 고도가 실존하는지도 서로 확신하지도 하지도 않습니다. 독자는 책을 덮은 뒤에야 심각성을 깨닫게 됩니다. 나의 고도는 무엇이며 나는 무엇을 기다리는지 이런저런 생각들이 머릿속에 떠돌아 다닙니다. 둘은 나무를 쳐다보며 목이나 맬까 하지만 끈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내일 끈을 챙겨와 고도가 안 오면 매자고 다짐 합니다. 두 사람은 입으로는 떠나자고 하면서도 여전히 움직이지 않습니다. 기다림으로 시작되는 1막, 다시 2막에서의 기다림은 마지막3 막에서도 이어집니다. 마지막까지 이어지는 고도의 부재가 어찌보면 인생 같다는 생각이 드는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