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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꿈꾸던 그날인가 - 98편의 짧은 소설 같은 이향아 에세이
이향아 지음 / 스타북스 / 2023년 3월
평점 :

현대문학으로 등단한 이향아 저자의 에세이 『오늘이 꿈꾸던 그날인가』.가 는 98편의 짧은 소설 같은 문장으로 출간되었습니다. 100편을 채우지 않은 이유는 저자는 “완벽한 것보다는 조금 모자란 것이 아름다워요”라고 하듯이 바쁜 현대인들에게 저자의 글이 조금 삶의 여유를 갖기에 충분한 책이며 저와 같은 중년의 독자에게는 힘이 되는 글입니다. 저자의 에세이는 삶의 기록입니다. 길게 늘여 쓰지 않았습니다. 문득문득 부딪히는 일들과 생각들입니다. 혹은 노래하듯이 담담하게, 혹은 절규하듯이 다급하게, 혹은 흐느끼듯이 절절하게. 큰 뜻을 피력하려고 하지는 않았지만, 그것은 살아있는 숨소리처럼 담겨 있습니다.
모네는 죽음을 앞두고 나는 다만 우주가 나에게 보여주는 것을 보고 그것을 붓으로 증명하고자 했을 뿐이라고 했습니다. 우주가 보여주는 것을 증명한다? 하늘의 명령과 뜻을 알고 표현했다는 말과 동시에 삶과 죽음은 하늘의 뜻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모네처럼 사후에 유명해진 작가가 의외로 많습니다. 화가들의 일생은 가난했고 궁핍한 생활을 했습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그림을 그렸기에 우리는 지금 그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는 영광을 얻은 것입니다.오십을 넘어 육십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니 단지 돈을 쫓아 일을 한 건 아니지만 바쁘다는 이유로 주위에 가까운 사람들을 소홀히 대했습니다. 여행도 이 다음에 가면 된다고 생각했고 하지만 지금 생각하니 이 모든 것들이 부질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근원이라는 말, 고향이라는 말, 사랑이라는 말, 그리움이라는 말, 참음이라는 말, 용서하라는 말, 기다림이라는 말, 허락이라는 말, 힘이라는 말, 슬픔이라는 말, 그리고 또 세상의 모든 아름다운 가치와 의미가 있는 말을 모두 통합하여 한마디 말로 하면 ‘어머니’ ---p55
제법 많이 내린 비에 봄 꽃들이 바람에 나부끼며 어지럽게 거리를 장식 했습니다. 저자는 볕 좋은 베란다에서 수선화 꽃피는 건 포기해야 할 것이라고, 살아 있는 푸른 잎만 보여주는 것도 고맙다고 생각했는데, 꽃까지 보여주다니 생명이란 얼마나 위대하고 엄숙한 것인지, 그리고 경이롭고도 아름다운 것인지. 아, 꽃을 피워낸 수선화 마른 뿌리. 날마다 아침에 눈을 떴다 하면 수선화 안부부터 묻습니다. 매일 돋아나는 새 잎을 바라보는 저자의 마음 에세이를 통해 전해지며 잠시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저자는 닫힌 문 앞에 열어야 할 것인가 그냥 돌아설 것인가 고민하지 않습니다. 낯선 문 앞에서 노크를 다시 해 봅니다. 잠겨 있을지 몰라도 우선은 도전해 봅니다. 지금까지 여닫은 문들이 자신을 외면하거나 내치지 않았던 것을 고맙게 생각합니다. 지금 나이가 몇인데... 열고 싶은 문이 없다는 것은 소망이 없다는 것, 열어야 할 문이 없다는 것은 하고 싶은 일도 도전하고 싶은 일도 없다는 것입니다. 의욕이 없고 포기 상태라는건 종말이라고 말했습니다. 과욕과 집착과 자존심으로 공연한 열정을 소진하지 않는다면 하고 싶은 일을 고민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인생의 하루하루는 평범한 생활입니다. 하지만 그 하루하루가 모여서 인생이 되는 것입니다. 며칠 전 내린 단비가 그동안의 가뭄에 도움이 되듯 보석처럼 빛나는 저자의 글을 통해 오늘 하루도 뜻 깊게 생활해 보려고 합니다. 에세이를 읽으며 과거도 회상해보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