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키호테의 식탁 - 돈키호테에 미친 소설가의 감미로운 모험
천운영 지음 / arte(아르테)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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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산초가 말했듯이 어디에서 태어났느냐보다 누구와 함께 풀을 뜯어 먹고 사느냐가 중요한 것이라고 그것이 사람의 성질을 결정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인생에서 누구와 무엇을 먹느냐 독자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이라고 하죠. 사람의 이야기를 쓰는 천운영 작가의 흥미로운 책 <돈키호테의 식탁>이 리투선정100 도서로 읽었습니다.

 

돈키호테가 살았던 곳으로 짐작되는 곳에서 출발하여 산초가 섬의 총독을 지낸 사라고사 인근 바르셀로나를 거쳐 중부에서 나부 그리고 동부까지 스페인전공자도 아니고 요리사도 아닌 저자는 돈키호테에 심취되어 이 책을 썼다고 합니다. 독특한 발상에 오래전부터 읽고 싶었던 책이었습니다.

 

 

이름을 바꾸는 일과 의상을 갖춰 입는 일은 사실 크게 다르지 않다. 소유에 대한 욕망이 아니라 변신에 대한 욕망이다. ---p.16

 

 

지금처럼 결혼식을 마치면 피로연 음식을 뷔페나 대부분 양식으로 하객들게 대접하지만 오래전에는 결혼식 전날 홍어를 삶아 갖은 양념을 해서 결혼식장으로 여러 가지 음식들을 준비해 가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홍어는 그런 잔치 음식입니다. 그러나 홍어는 독득한 냄새 때문에 호불호가 갈리는 대표음식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우리에게 홍어가 잔치음식이라면 산초의 마음을 굴복시킨 것은 솥에 든 푸체로, 그다음은 포도주가 든 술자루, 마지막으로 기름 솥에서 튀겨 꿀에 담근 튀김입니다. 오늘은 누구든 배를 곪는 사람이 있어서는 안되는 날, 부자든 가난한 자든, 부자 가마초의 이름으로 배 터지게 먹는 날, 그것이 진짜 잔치의 의미였습니다. 책에는 첫 번째 음식 염장 대구부터 염장 청어, 이름이 생소한 레케손 치즈, 제가 좋아하는 가지 요리등 여러 가지 음식을 접할 수 있습니다.

 

 

가지절임의 맛을 애써 설명해 보자면, 한여름 조깅 후에 먹는 냉면 국물의 맛이라고 할까? 땀 쫙 흘리고 난 다음 그릇째 들고 꿀떡꿀떡. ---p.157

 

400년전 돈키호테는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 돈키호테의 편력만큼 입맛도 까다로웠을 것으로 예상 했지만 음식이 부족한 시절, 고행을 반복 하다시피한 생활 탓일까요 그의 음식은 특별하지만 소박했습니다. 저자의 스페인 친구들도 모르는 음식 그것은 두엘로스 이 케브란토스! 뜻은 고뇌와 탄식, 베이컨 조각을 넣은 달걀 요리라는데 친구들은 모르지만 라만차 지역의 웬만한 레스토랑에는 있다고 합니다.

 

 

돈키호테의 식탁을 읽으니 돈키호테를 다시 읽고 싶어집니다. 책속에 이런 음식들이 나왔었나 찾아보고 싶은 마음입니다. 독특하고 맛있는 음식을 찾아 곳곳을 다니는 사람들의 마음이 이해됩니다.

 

통치자들은 메추리와 닭고기를 먹고 살지만 자신은 늘 그래왔듯이 빵과 양파만을 먹고 살겠다고 말하며 어차피 높은 사람이나 낮은 사람이나 다 똑같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음식을 차리고 오순도순 나누어 먹고 삶을 지탱할 힘을 얻는 진짜 음식이 이 시대에 필요하다는 것을 독자는 희망했습니다. 바쁜 일상 따뜻한 저녁 식탁 가족 모두 같이 하는 그런 저녁이 그리운 시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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