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의 아이
츠지 히토나리 지음, 양윤옥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3년 3월
평점 :
절판





주인공 렌지는 처지가 딱한 아이입니다. 이 아이의 엄마는 호스티스 직업을 가져 자신의 일터와 가까운 나카스의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깁니다. 유흥가에서 일하는 아빠 엄마 밑에서 자라는 아이는 방치당하고, 때로는 학대를 당하고 심지어 호적에 올라 있지도 않아 건강보험에 들지도 못하며 학교에 다닐 수도 없습니다. 한밤중의 아이의 저자는냉정과 열정 사이로 국내 240만 독자들에게 사랑받은 츠지 히토나리입니다. 오랜만에 신작 장편 소설이 출간되어 좋은 기회에 읽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주인공 렌지가 태어나 성인이 될 때까지의 이야기입니다.

 

 

여태까지 항상 혼자 지내 왔기 때문에 뒤에 붙은 그림자 같은 존재에 묘한 이질감도 느껴졌다. --p.126

 

 

새벽3시 메이지 거리를 거닐던 렌지를 발견한 건 히비키와 이와타 순경이었습니다. 파출소에 데려가 아이를 살펴보니 팔뚝에 파란 멍자국이 발견 되었고 집에 돌아가지 않겠다고 말합니다. 임시 보호소를 좋아하는 아이는 처음 봤다고 하니 가정의 울타리에서 사랑받고 자라지 못한 환경이 그 말을 대신해 줍니다. 아이는 놀이공원에 가본 적도 없고 장난감을 가져보기는커녕 구경해본 적도 없는 아이입니다. 나카스에서 태어나 아직 어린애인데 한바중에 돌아다니는 것을 좁은 나카스 안에서는 여러 사람들의 눈에 띄게 마련입니다. 렌지의 존재를 딱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나카스 사람들은 아이를 한밤중의 아이라고 불렀습니다.

 

 


 

 

신여를 떠메고 달리던 하얀 샅바에 핫피 차림의 용맹한 어른들이 렌지의 눈에 들어왔습니다. 전통적인 지역 축제인 하카타 기온 야마카사를 보며 언젠가 나도 저 야마카사 신여를 떠메고 싶다고 렌지는 꿈을 꿈니다. 처한 환경이, 또 자신을 돌보지 않는 부모에 이런 절망적인 상황에도 저런 어른이 되고 싶다고 이제 다섯 살의 아이는 아직은 거대한 세계이지만 꿈이 생겼고 희망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렌지는 열입곱 살인지 열여덟살인지 호적이 없어 잘은 모르지만 별 차이는 없을 것이라는 말에 화가 납니다.

 

 

어린 날의 렌지가 길가에 서서 용솟음치는 신여를 흘린 듯 올려다보았다. 그곳에는 한없이 뻗어 가는 아이의 꿈이 있었다. ---p.378

 

 

부모가 인간으로서 문제가 있는 경우 아카네의 경우와 같이 장기간에 걸쳐 육아를 방기했을 때 친권자 권리 상실에 대한 심판을 가정 재판소에 신청할 수 있습니다. 낳기만 했다고 부모일까요? 물론 사는 형편이 좋지 않고 먹기 살기 위해 일을 했다고는 하지만 어린 자녀를 내 팽개치다 시피 한 부모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자기 입장에 유리하게 하려고 렌지의 엄마 아카네가 꾸몃던 일들, 렌지는 태어난 뒤여태껏 고민해 왔던 자신의 출생, 자신의 존재 이유에 대한 수수께끼가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신여가 달리고 그 속에 렌지도 있었습니다. 신여 뒤 늘어서 밀어 주는 패의 맨 끝자리에 불과하지만 드디어 신여꾼에 섞여 달리기를 합니다. 안타깝고 안쓰러운 장면들 속에 어른으로써 부모로써 마땅히 지켜야할 인간적인 도리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츠지 히토나리의 소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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