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확인 홀
김유원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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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회 한겨레문학상 수상 불펜의 시간김유원 작가의 신작 미확인홀은 개인의 아픔과 상처를 이해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우리의 삶은 단단하게 응축된 긴장 상태에 돌입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은 책으로 각 인물이 가진 아픔의 초점을 바깥으로 맞추며 조금씩 천천히 문제를 이완시켜 주는 작품입니다. 작지만 단단한 삶을 지키는 삶 누구나 가지고 있는 아픔을 공감해 보고 치유하기에 좋은 작품입니다.

 

 

경상남도 시골 마을 은수리의 삼총사 희영, 필희, 은정은 동갑내기 친구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희영은 이야기가 쏟아져 나와야 하는데 꽉 막혀서 우글우글한얼굴로 자신을 찾아온 필희와 저수지에 올라가게 되고, 그곳에서 새까만 구멍 하나를 발견하는데 블랙홀처럼 무엇이든 던지는 족족 가루로 만들어 빨아들이는 구멍과 그 구멍을 아주 유심히 쳐다보는 필희. 그리고 다음 날 필희가 사라지면서 이야기는 그로부터 30여 년이 흐르고 희영에게 하얀 종이 위에 블랙홀세 글자가 적힌 의문의 편지가 도착하는데 희영의 남편은 당신 뭔가 문제가 있다고 말합니다.

 

 

일상적으로 산을 보며 살게 된 후 희영은 자신이 거대한 콘크리트 안에 있다는 사실을 자주 자각하고 수십동의 아파트가 쓰러져 압사당할 것 같은 위험을 느낄 때가 자주 있었습니다. 이것을 공황장애라 부르는게 맞을까요? 희영에게 무슨일이 있었을까 궁금해 집니다. 어른들은 말합니다. 젊으니까 좋겠다, 좋을 때다. 그러니 뭐라도 해보라는 말을 듣던 시기는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갑니다. 삼수 끝에 겨우 들어간 대학 대학등록금을 벌기 위해 시작한 동네 학원 강사, 그렇게 이런저런 작은 실패를 연거푸 하면서 그때마다 사람들과 인연을 끊고 숨어버린 미정, 기어코 찾아내는 사람은 역시 엄마뿐이었고 찾는 사람이 없으면 숨을 이유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젠 뭘 해야 하는 걸까요?

 

 

구멍 난 온실을 지키는 상상과 그것을 자신을 만족시킨다는 것과 자신은 통풍해야 살아나는 식물성 인간이라는 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일요일마다 알몸으로 갖는 이완의 시간, 아니 통풍의 시간은 혼자만의 비밀이었다. ---p.209

 

 

불안과 긴장, 상실과 애도의 서사가 휘몰아치기 시작합니다. 반백년을 넘게 인생을 살다 보면 늪, 구덩이에 빠졌던 적이 있습니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점점 수렁으로 깊게 들어가는 일 누구나 한번쯤은 경험했을 것입니다. 은수리의 삼총사 희영, 필희, 고향으로 다시 돌아온 은정 그리고 희영을 중심으로 얽히고 설켜 있는 미정, 순옥, 필성, 정식, 찬영, 혜윤의 이야기는 우리 삶에 실재하는 블랙홀에 맞서 대항하기 보다는 무언가를 잃고 방황하고 갈등하는 인물들을 통해 시간이 흐르면 자연히 없어지는게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것이 한달, 일년, 아니면 십년 길어지기도 하겠지만 빨리 빠져 나오기를 바랄 뿐입니다.

 

 

 

 출판사 지원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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