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옷을 입은 여인
크리스티앙 보뱅 지음, 이창실 옮김 / 1984Books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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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옷을 입은 여인은 프랑스 작가 크리스티앙 보뱅이 19세기를 살았던 미국 시인 에밀리 디킨슨에게 바치는 애정과 경의를 표현한 한 편의 시적 전기물이라 할 수 있는 <흰옷을 입은 여인>입니다. 최근 크리스티앙 보뱅의 작품을 계속 출간하는 1984Books 의 덕분에 다수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어 독자로서는 큰 즐거움입니다. 세상의 소음과 영예를 병적으로 회피하며 글쓰기 안에 은둔했던 여인은 어머니를 돌보고 수많은 편지를 쓰면서 하루하루의 삶이 시가 되었습니다. 보뱅의 손끝에서 탄생한 작품 기대되는 책입니다.

 

 

누구나 자신의 불행을 자기 집으로 삼는다. ---p.38

 

천국은, 불안을 달래 줄 무언가가 우리에게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되는 장소이다. ---p.84

 

 

책은 1886515, 아침 여섯시가 채 안 된 시각, 정원에선 새들의 노래가 들리고 느닷없이 죽음이 방안을 가득 채우며 흰옷을 입고 침대에 누워있는 에밀리의 임종의 순간에서 시작됩니다. 에밀리의 나이는 55세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사반세기 동안 애머스트에서 그녀의 얼굴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세상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았던 한 여인의 죽음 뒤에 숨어 눈처럼 하얀 옷을 입고서 다가오는 일련의 사건들을 기다리다리면서 보뱅은 그녀와 관련된 여러 가지 일화들을 가지고 그녀가 누구인지 하나의 퍼즐을 완성해가는 내용에서 그녀가 선택한 은둔의 삶, 수수께끼 같은 삶이 하나하나 열립니다.

 

 

소학교에 다녔던 그녀는 자신이 사랑하는 것들의 목록을 남몰래 만듭니다. 목록에는 시, 태양, 여름, 천국. 그게 전부였습니다. 이유는 시인은 태양보다 더 순전한 태양을 낳으며, 그들의 여름은 영원히 기울지 않고, 천국은 그들에 의해 그려질 때만 아름답다고 했습니다. 에머스트 아카데미 시절 독자가 예상한대로 그녀는 조용하고 비사교적이었고 친구들에게 편지를 쓰는 감성 충만한 소녀였습니다. 에밀리의 유년시절 디킨슨 가족은 벽돌집 일부를 빌려 사용하고 이런 이웃을 두었음에도 신뢰가 유년기를 지배했는데 어머니는 뱀에게 물리는 것, 꽃들이 독을 옮길 수도 있는 것, 혹은 마녀에게 납치당할 수 있는 것들을 이야기하며 혼자 숲에 들어가는 것을 엄격히 막았지만 어머니의 충고를 무시한채 천사들만 있었다고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 합니다. 어머니의 과도한 염려와 걱정은 세명의 남동생의 죽음과 아버지의 죽음 이어서 어머니의 죽음으로 받은 영향이었을 것입니다.

 

 

누군가 나의 사후에 일상을 기록하고 추억해준 다면 분명 뜻깊은 일일겁니다.

그녀가 죽고 130여 년이 흐른 지금 그녀의 시와 삶에 대해 수많은 연구가 이루어졌고 무수한 책들이 출간되었지만 흰옷을 입은 여인은 쉽게 스스로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묘한 매력이 있습니다. 그녀는 성녀였을까, 아니면 범상의 성녀, 평범과 비범한 일상의 인내와 용기가 하나 되어 빛을 발한 여인이었을까 궁금해 집니다. 그렇기에 독자는 수많은 상상을 해보게 됩니다. 문장 하나 하나가 거칠것이 하나 없이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 써내려간 보뱅의 작품에서 그의 맑고 순수한 영혼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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