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고통 이후 오퍼스 10
수잔 손택 지음, 이재원 옮김 / 이후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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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고통에는 세 부류의 사람들이 관련돼 있습니다. 책 속에서 고통스런 표정을 지어가며 죽어가는 이들과 그것을 즐기거나 혹은 두려워하며 바라보는 사람들. 그리고 지금 책장을 넘기고 있는 우리들 독자입니다. 우리는 그들이 겪었을 고통의 깊이에 대해서 어렴풋하게나마 짐작할 수는 있지만 다만 바라볼 뿐 직접 실감은 하지 못합니다. 책은 미국 최고의 에세이스트이자 평론가, 소설가 수전 손택의 작품으로 2001년 발생한 911사태에 대해 테러리즘과 전쟁이라는 이야기로 비판한 책입니다. 타인의 고통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전쟁의 모습과 그것을 게임이나 영화로 소개하는 현대 사회를 지적한 내용입니다. 오랜만에 다시 읽게 되었습니다.

 

 

튀르키에에서 발생된 지진 건물 잔해 속에 딸아이의 손을 잡고 있는 아버지의 사진이 인터넷으로 많이 올라왔습니다. 할 수 있는 것이 이것밖에 없다는 가슴아픈 사진입니다. 오늘날 현대의 삶에서 발생하는 끔찍한 참사들을 간접적으로 지켜 보면서 처음에 받은 공포의 강도의 세기 보다는 점점 약해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지진과 전쟁, 건물이 무너지고 , 다리가 무너지고 그로 인해 고통 받는 사람들은 어떤 심정일까요. 저자는 날마다 끊임없이 폭력의 이미지가 쏟아져 나오는 현대 사회에 들어와 이미지의 성격 자체는 사람들의 "신경을 거슬리고, 소란을 불러 일으켜야 하며, 눈을 번쩍 뜨이게" 만드는 쪽으로 뒤바뀌어 버렸다고 했습니다.

 

 

오늘날에는 전쟁이 증인이 된다는 것이 더 이상 고독한 모험이 아니게 됐다. 기술적으로 보자면 사진이 변조된다거나 전자 장비로 조작될 가능성이 전례 없이, 거의 무제한적으로 커졌다. 그렇지만 극적인 보도 사진을 날조해 카메라에 담는 행위는 이제 헛된 기술이 되어버린 듯하다.---P.92

 

 

1993년부터 보스니아의 수도 사라예보에서 보냈던 시절 사라예보 주민들은 자신들을 침략한 세르비아인들이 날이면 날마다 맹렬히 쏟아 붓던 폭격과 포위 공격을 거의 3년 이상 견뎌내고 있는 걸 목격한 저자는 책 타인의 고통은 사진 이미지를 다룬 책이라기보다는 전쟁의 고통을 다룬 책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실제로 발생한 죽음을 포착해 그 죽으을 영원히 잊혀지지 않게 만드는 일은 사람으로써 잔인할 수 있으나 오직 카메라만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사람들은 날이면 날마다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폭력의 미지를 영화, 텔레비전, 만화, 컴퓨터게임같은 대중문화 속에 나오는 폭력과 극단적인 잔혹함을 받아들이는데 익숙해져 버린 현실이 안타까웠습니다. 언제 끝날 줄 모르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 되는 이유에서도 무감각해 졌을지도 모릅니다. 전쟁을 직접 겪어보지 못한 독자는 전부 이해할 수는 없지만 타인의 고통을 조금 이해했다고는 생각됩니다. 미국 최고의 에세이 작가겸 평론가의 수전손택의 책 많은 사람들이 읽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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