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의 얼굴과 나의 얼굴은 탁자와 책장을 배경으로 하여 가라앉거나 떨어지면서 서로 잠이 들때까지 한없이 가까워진다. 김상혁 시인의 <얼굴이 온다>시 입니다. 오랜만에 시집을 읽었습니다. 몇 세기가 지나도 싱싱했다는 우리 시단의 경향과 세대를 아우르는 신작 시집입니다. 공광규, 권민경, 김상혁, 김안, 김이듬, 김철, 서춘희, 유종인, 이병철, 전영관, 정민식, 한연희, 조성국 등 등단 연도 1986년부터 2021년 사이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열세 명의 시인들의 작품을 한권에 만나는 좋은 시간입니다. 현대인의 바쁜 일상에 시 한편 읽는 일이 뭐 그리 어려운 일이라고 한동안 좋아하던 시를 손에서 놓았습니다.
삶은 왜 그럴까
늘 푸르당당한 얼굴로 쪼글쪼글 붙어 있을까
내가 흘린 땀과 남이 흘린 땀이 물속으로 사라지는 건 보이지
않지만 그 또한 물방을 속에 섞였을 것
작은 것 하나하나에 슬픔을 느끼는 병이 있다
<어울림누리 수영장>-권민경시 중에서
시조로는 유일하게 실린 조성국시인의 <딱새>는 지금 계절 겨울와 어울립니다. 얼음장 가은 아버지 손바닥, 아톰 로봇이 그려진 책가방, 크림빵을 쪼아 먹는 새, 월동지를 찾아다니다가 추위에 남겨 놓은 채 사라져버린 새 한마디에 대한 관찰기입니다. 이 딱새는 한 시대의 가난한 서러움의 초상입니다. 시집의 뒤편에 시상을 해결해 주는 점이 읽는 독자로 하여금 이해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시인 열세 명의 신작 시 모음시가 추운겨울밤 마음을 따뜻하게 위로해 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