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표

부표 - 교유서가 소설 ㅣ 2022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이대연 지음 / 교유서가 / 2022년 12월

가족이라고 해서 아버지의 삶을 다 이해 할 수는 없지만 아버지가 무슨 일을 하시는 정도는 가족이 알아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햇빛이 좀 강하다 싶으면 선글라스 늘상 쓰고 계시던 아버지가 갑자기 뺑소니 사고를 당하고 받은 유류품에는 선글가스가 없었습니다. 아버지는 항상 바다에 나간다고 하셨지만 장례식장에 온 동료의 이야기로는 평생 원양어선을 탄 적도, 화물선을 탄 적도 없었고 젊을 때 시멘트를 얇게 펴 바르는 미장 기술을 익혀 한평생 공사 현장을 떠돌았고 본인 돈으로 술은 고사하고 제대로된 밥 한번 사먹는 법이 없던 자린고비였습니다. 집에 돈을 가져오지는 않고 보여주기만 했다고 하니 아버지가 살았다는 고시원에 짐을 정리하러 가서야 아버지가 어떤 생활을 하셨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사라졌던 선글라스는 고시원에 있었습니다.

아버지가 해상이 아닌 육상에서 돌아가실 줄은 아무도 몰랐을 것입니다. 2년마다 바다 한가운데 무거운 추와 두꺼운 쇠사슬로 고정되어 떠있는 부표를 수거하고 새로운 것으로 설치하는 주인공의 작업이 생생하게 담겨있습니다. 이물질이 더덕더덕 붙어 있는 부표를 새것으로 바꾸는 일 작품에서 부표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낡은 부표, 쓸모를 다한 인생, 죽음을 생각하게 합니다. 이제 쓸모를 다한 부표처럼 사람도 언젠가는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아버지는 일확천금을 꿈꾸던 사람이었지만 아버지의 말대로 원양어선을 탓는지, 공사 현장에서 일을 해서 번건지는 몰라도 가족을 위해 쓰이지는 않았습니다. 그 돈은 바다에 떠다니는 포말처럼 금새 터져버리는 것이었습니다. 죽음으로 인해 한 사람의 흔적을 찾아가는 일 아버지는 현실과는 좀 다른 인생을 살다 가셨나 봅니다. <부표>는 아버지의 죽음을 이야기하고 작품 <전>에서는 혼란스러운 정국에서 여러 위기를 겪으면서도 끝내 살아남은 배대유가 시방의 죽음과 곽재우의 죽음을 들여다보며 두 죽음을 통해 한 남자가 살아왔던 이해하지 못할 어떤 삶도 모두 고단한 삶을 조명해 보는 작품이었습니다 생과 사를 가르는 냉혹한 현실을 두 작품을 통해 저자는 나타내려고 한 것 같습니다.

경기문화재단의 경기예술창작지원 도서를 1일1독 하고 있습니다. 제각기 다른 소재의 책을 읽을 수 있는 기쁨이 있습니다. 경기문화재단은 기초예술을 집중 지원하며 중견작가의 안정적인 창작활용 유지와 지속적인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2022 경기 문학작가 확장지원 프로젝트>공모를 추진하여 선정된 작품을 뽑아 좋은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시대를 감싸안은 오늘의 소설과 시인 13명의 작품의 면면을 알아보는 좋은 기회가 되어 읽게 된 책입니다. 우리 문학의 눈부신 작품 많은 독자들이 읽고 널리 알리는 좋은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