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메인 - 교유서가 소설 2022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유재영 지음 / 교유서가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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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떨칠수 없는 기억이 있습니다. 지혜가 스무두 살 때 소개팅으로 만난 사람을 네 번째 만나고 나서 기분 나쁜 일들이 일어났습니다. 우편물이 없어지거나 한밤중에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오고 베란다 건너편에서 누군가 자기를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지기도 하는일 말입니다. 신고도 하고 집도 내놨는데 경찰은 증거가 없다하고 친구들이 동행을 해주고 잠금장치도 세 개 해 놓고 전기충격기도 가지고 다니는 등 만반의 태세를 갖추었습니다. 어느날 집에 와 보니 그 남자가 목에 전깃줄을 매고 조금씩 흔들이고 있었는데 어떻게 그 일을 잊을 수가 있을까요?

 

 

분명 무슨 일이 계속 일어나고 있지만 밝혀지지 않는 일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지 매듭지어지지 못한 이야기, 이야기꾼의 실종 반복되고 중첩되는 기묘한 사건들을 영과 역에서 일어납니다. 아파트에서 공원으로 이어지는 길을 걷다보면 고양이와 청설모, 뱀과 까치가 인적을 피해 몸을 숨깁니다. 얼마 전에는 근방을 떠돌던 개가 친구를 만들었고 둘이 함께 풀숲으로 사라지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영역에 관해 생각할수록 어딘가 침범하는 기분이 들었고 그 감정으로 영과 역을 썼다고 합니다.

 

방금 뭐였어?” 창밖을 바라보던 지혜가 외쳤다. 흑갈색의 무언가가 차 앞에 나타나 조수석 아래로 휩쓸려 들어가는 젓을 봤다. 차체가 흔들렸고 물컹한 물체를 짓누른 듯 생생한 감각이 뒤따랐다. “차 좀 세워봐.” ---p.9

 

누나가 실종되고 수사가 진행되고 사체가 발견되고 다시 수사가 재개되는 동안에도 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 겁니다. 그러면서도 저는 여름밤에 귀신을 봤다며 무용담처럼 말한 겁니다. 함부로 말한 건 나였습니다. 말하지 못한 것도 나였습니다. 내내 그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p.85

 

 

영과 역에 등장하는 인물은 유튜브 크리에이터 영역의 이름을 매개로 기묘하게 접하는 두 편의 소설입니다. 매듭지어지지 않은 이야기들은 그 남겨진 미스터리의 흔적으로 말미암아 다른 이야기꾼들의 이야기를 다시 촉발하게 됩니다. 부부가 캠핑을 떠나는 길에 일어난 영문 모를 사고, 어딘가 수상쩍은 캠핑장 관리인, 캠핑장 주변을 맴도는 개와 고양이는 뭔가 아는것도 같았고, 모닥불을 피워 놓고 둘러앉은 지인들은 하나같이 무서운 이야기를 하면서 일이 계속 일어나는데 왜, 어째서, 어떻게 그렇게 되었는지는 독자의 상상에 맡겼습니다. 스토킹한 남자가 왜 지혜의 집에서 목을 매었는지는 책을 덮고도 궁금했습니다.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를 가득 남긴채 말입니다. 모든 사건이 일어날때는 반드시 전조증상이 있다고 합니다. 과학으로도 설명하지 못한 미스터리한 이야기가 독자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한 작품입니다.

 

 

경기문화재단의 경기예술창작지원 도서 소설집 9, 앤솔러지 시집 1종 출간되었습니다. 경기문화재단은 기초예술을 집중 지원하며 중견작가의 안정적인 창작활용 유지와 지속적인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2022 경기 문학작가 확장지원 프로젝트>공모를 추진하여 선정된 작품을 뽑아 좋은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시대를 감싸안은 오늘의 소설과 시인 13명의 작품의 면면을 알아보는 좋은 기회가 되어 읽게 된 책입니다. 우리 문학의 눈부신 작품을 많은 독자들이 읽고 널리 알리는 좋은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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