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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바이크의 발자크 평전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안인희 옮김 / 푸른숲 / 1998년 11월
평점 :

평전 문학의 대가 슈테판 츠바이크가 19세기 프랑스의 작가 발자크의 삶과 문학을 생생하게 그려낸 최후의 걸작 <츠바이크의 발자크 평전>은 그동안 읽기 어려웠던 평전과 달리 가장 읽기 쉽고 흥미로운 책입니다. 발자크의 작품을 읽기 시작한 것은 <고리오 영감> 이었습니다. 프랑스 근대 소설의 대가가 19세기 파리의 무대로 초기 자본주의 사회 세태를 사실적으로 묘사한 소설에서 권력에의 의지, 사회, 돈, 출세 지상주의 모두를 작품 속에 표현해 낸 작품이었습니다. 1799년 프랑스 투르 지방에서 태어난 오노레 드 발자크는 프랑스가 배출한 가장 위대한 소설가 중 한 사람으로 정통적인 고전 소설 양식을 확립하는데 이바지한 근대 사실주의의 대가로 손꼽힙니다. 평전을 읽으면서 다체롭던 시대의 파리의 풍속과 시민계급이 권력을 장악하고 계급적인 모순 계급과 돈이 가장 중요한 사회적 권력 속에 작품을 썼던 발자크를 많이 알았고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현실의 모순과 끈질기게 맞서 싸운 이 고단한 3년은, 전에는 오직 창백하고 삶과는 거리가 먼 인물들을 모방적으로만 묘사하던 낭만주의자에게 일상의 연극을 담은 현실세계를 보는 법을 가르쳤기 때문이다. 뒷날 그가 말한 것처럼 이 연극 하나하나는 셰익스피어 비극처럼 감동적이고 나폴레옹의 전투처럼 강력한 것이다. ---p.153
그의 진정한 천재성은 그 의지력에 있었다. 이 의지력이 하필 문학의 영역에서 표출된 것을 놓고 누구나 좋을 대로 우연이라고 혹은 숙명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그의 최초의 책들이 벌써 세계의 끝에서도 읽히고, 여든한 살의 괴테가 에커만에게 이 탁월한 재능에 대해 호의적인 놀라움을 표현하고 있는데도, 일년 전에만 해도 여전히 멸시받는 막노동꾼으로서 ‘우편요금도, 합승 마차표도 내게는 엄청난 지출이다. 옷을 아끼기 위해 나는 외출하지 않는다.’고 썻던 이 사람을 평론들과 잡지들이 최고의 사례금으로 유혹하려고 애쓰는데도, 그는 여전히 자기가 문필가로서 충분한 재능이 있다는 사실을 확신하지 못하였다. 아직도 여전히 그는 문학이 꼭 필요한 것이라고 여기지 않고 난관을 헤쳐나갈 여러 가지 가능성들 중 하나일 뿐이라고 여겼다.---p.181
노동, 끝없는 노동은 마지막 순간까지 발자크의 진짜 존재 방식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이 노동을 사랑했고 창작의 고통 한가운데 그는 비밀스러운 기쁨으로 자신의 악마적인 에너지, 창작의 잠재력, 의지력 등을 즐기기도 했습니다. 그것은 강인한 육체와 정신적 유연성에서 언제나 최대한으로, 아니 그 이상으로 뽑아낸 것이었습니다. 자신의 낮과 밤들을 그는 이 타오르는 화덕에 던져 넣었고 그는 자신에 대해서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었다고 했습니다. 나의 과도함은 바로 나의 일이라는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염세주의, 회의주의자, 비도덕성의 문제 등으로 그 당시의 대중들에게나 전문가들에게는 냉대와 멸시를 받기도 했으나 도스토예프스키, 와일드, 빅토르위고와 같은 문인들에게는 찬사를 받았습니다. 문학을 하는 작가들은 발자크를 이해했나 봅니다.
오노레 드 발자크가 아버지에게서 생명력과 이야기에 대한 애착을 물려받았다면 어머니에게서는 감수성을 물려받아았지만 자신의 어머니는 자신의 삶에서 모든 불행의 원인이었다고 했습니다. 지상에서 가장 잔혹한 어린시절을 겪도록 만든 것에 대한 전적인 책임ㅇ르 어머니에게 돌렸습니다. 동창들은 발자크를 뚱뚱하고 뺨이 통통한 빨간 얼굴의 소년으로 기억했습니다. 작가가 되고 시인이 될 것이라고 가족들에게 선언을 해서 가족들을 놀라게도 했습니다. 아무도 자기 편이 되어 주지 않았지만 일찌기 파리와 문학계와 전세계가 그를 인정하기 10년 점 발자크의 천재성을 알아본 사람은 발자크 집안의 오래된 친구이자 철물상인이었던 다블랭 아저씨였습니다.
귀족이 아닌 발자크가 사랑한 사람은 폴란드의 가장 고귀한 귀족가문 출신 프랑스 왕비였던 안나 레친스카의 먼 친척 증조할머니뻘 쯤 되는 여자 한스카 부인이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검은 머리카락, 자그마한 사랑의 손, 애타는 눈길, 두 눈이 열리면 육감적인 광채를 드러내는 그녀는 교양을 갖추고 책을 많이 읽고 여러 나라 말을 하는 지적인 여자였습니다. 신분과 재산을 생각한 만남이었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라고 했습니다. 그녀를 정복하기 위해 당신의 모든 에너지를 쏟을 각오가 충분했습니다.
발자크의 끈질김과 인내심이 그녀를 감동시켰습니다. 발자크는 다시 투자나 사업이나 부자와의 결혼이 아닌 오직 자신의 사업, 곧 예술만이 자기를 절망적인 상황에서 구해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화가들도 그랬듯 발자크도 미리 돈을 받고 작품을 쓰기 시작했으니 <농부들>은 빚을 갚기 위한 작품이 되었습니다. 발자크는 1850년 8월18일과 19일 사이 밤에 죽었고 생전 그토록 미워했던 어머니만이 임종을 지켰습니다. 이 평전이 특별한 것은 발자크의 생애를 연대순으로 나열하지 않고 츠바이크 만의 원칙에 따라 체험의 깊이와 영혼의 진동을 중심으로 하여 굵직한 사건을 따라 썼다는 점입니다. 누구나 죽음은 고독하고 외로운 법 그도 그렇게 떠났습니다. 한 인간을 깊게 이해한 작품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