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의 양식·새 양식 열린책들 세계문학 284
앙드레 지드 지음, 최애영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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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탈주와 해방의 참고서이다. 1927년판 서문에 씌여진 말입니다. 앙드레 지드는 법학 교수의 아들로 파리에서 태어나 신경발작으로 인한 허약한 몸으로 학교를 중퇴하고, 19세부터 창작을 시작하여 1891년 데뷔작인 앙드레 왈테르의 수기를 발표했습니다. 아프리카 여행에서 돌아와 팔뤼드, 지상의 양식, 배덕자 등을 발표하였으며, 앙드레 지드가 결핵으로 투병 중인 동안 쓴 작품이 <지상의 양식>입니다. 가상의 수신인, 지드의 수제자이자 이상적인 말벗인 나다니엘에게 보내는 긴 서간으로 강연 형식으로 쓰여진 이 작품은, 숨쉬는 것이 기적으로 느껴질 만큼 죽음이 가까워진 사람만이 이해할 수 있다는 쾌락에 대한 찬사입니다. 1869년 파리 시에서 태어난 앙드레 지드는 20세기 초반 프랑스 문단을 대표하는 작가입니다. 좁은문의 작품만 읽어본 독자에게 이번 책은 기대되는 작품이었습니다.

 

 

나타나엘, 고요한 삶보다는 격정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 나는 죽음과 함께 잠드는 휴식이 아닌 어떤 다른 휴식도 바라지 않는다. 내가 살아서 충족시키지 못했기에 나의 죽음 이후에도 여전히 살아 있을 모든 욕망과 에너지가 나를 괴롭힐까 두렵다. 나는 내 내면에서 대기하고 있던 모든 것을 이 땅 위에 빠짐없이 표출한 다음, 희망의 완전한 소멸, 완전한 절망 속에서 죽기를 희망한다. --- p.23

 

인간은 행복하기 위해 태어났다는 사실, 명백히, 자연의 모든 것이 그 사실을 가르쳐 준다.

p.216

 

 

1893년 아프리카를 여행한 앙드레 지드가 작열하는 태양과 야성적 풍토에서 강렬한 생명력과 지금까지 그를 구속해 온 모든 도덕적, 종교적, 윤리에서 해방됨을 느끼고 쓴 책입니다. 그는 아프리카에서 소생의 비밀을 안고 돌아왔고 그 비밀을 서정적으로 표현해 냈습니다 그는 욕망과 본능만이 우리의 길잡이라고 말하며 모든 가식과 껍데기를 벗고 처녀지에서 벌거숭이로 설 것을 주장합니다. 그 무엇에도 집착하지 않고 부단한 유동성들을 뚫고 영원한 열정을 몰아가는 자만이 행복하다고 말하며 행복은 오직 순간 속에 있다고 이야기 합니다.

 

 

지상의 양식은 지드의 내밀한 체험과 자전적 요소들이 짙게 배어 있어 독자는 앙드레 지드의 자서전으로 착각했습니다. 그러나 일반적 의미의 자서전으로 보지는 않습니다. 인간은 오직 자신이 이해할 수 있는 것만을 행한다고 확신할 수 있고 이해한다는 것은 자신이 할 수 있다고 느끼는 것이라고 그래서 가능한 최대치의 인간성을 자기 몫으로 받아들이기, 이것이야말로 적절한 해결책이라고 말했습니다.

 

 

책은 연대기적 순서를 파악하기도 어렵고, 정돈된 서사도 없는 이 줄거리를 정하기에 힘이 드는 독특한 책으로 술술 잘 읽히나 막상 리뷰를 하기에는 기억에 기대 느낌을 적어봅니다.

지드의 이번 작품에는 그 개인의 삶에서 온 많은 것들이 담겨 있지만, 그의 글은 단순히 개인적 차원에서만 머물지 않았고, 그 사회의 역사와 문화의 토대를 대변했다고 합니다. 그의 세계는 그 시대의 교양의 차원으로 치환될 수 있었고, 그럼으로써 사람들을 사로잡는 묘한 매력이 있습니다. 그렇게 지상의 양식은 오랫동안 젊은 세대들에게 막대한 영향을 끼치며 20세기 가장 중요한 저작 중 하나로 남게 되었습니다. 삶은 우리에게 길들여지지 않은 것, 돌연 발견하는 맛이었다. 행복이 이곳, 지상에서 죽음 위에 핀 꽃과 같기를 열렬히 소망한다는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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