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처 마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19
윌리엄 골딩 지음, 백지민 옮김 / 민음사 / 202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외딴섬에 고립된 소년들이 원시적인 야만 상태로 퇴행해 가는 과정을 그린 <파리대왕>은 윌리엄 골딩의 첫 소설이었습니다. 이번 작품도 생존기를 그렸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어 기대가 껏씁니다. 그는 영국 작가이며 노벨 문학상과 부커 상 수상 작가이자 2차 세계 대전 이후 영국 문단을 대표하는 작가입니다. 핀처 마틴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으로 출간되었습니다.

 

현실인지 상상속에 존재하는 섬인지 독자는 책을 읽는 내내 생각이 왔다 갔다 했습니다. 핀처는 왜 잠들지 못하는지 걱정하다가 잠들기가 무섭다고 경악감과 두려움이 밀려오면서 잠은 우리가 굳이 뜯어보지 않고 놔두는 편이 좋은 것을 건드리는 곳이라 그곳에서는 인생 일체가 잡아매이고 줄어든다고 그곳에서는 정성으로 간직해 두고 향유했던 인격, 우리의 유일한 보물이자 동시에 우리의 유일한 방어벽은 만물의 궁극적인 진실, 모든 것을 쪼개고 파괴하는 검은 번개, 분명하고 의심할 여지 없는 무의 상태로 죽어서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생존을 위해서라면 어떤 일까지 하게 될까 책을 읽으면서 생각해 봅니다. 살아남는 것에만 가치를 두고 살아남는 수단에는 신경 쓰지 못하는 사고를 가진 골딩을 이해할 수 있을까요? 구조를 기다리며 최소한의 필수 조건은 생존입니다. 핀처 마틴은 어떤 구원의 존재가 있기를 염원하던 중 과연 자신을 구원해 줄 존재가 배일지 돌일지 햇갈리기 시작합니다. 나는 죽을 일 없다, 나는 귀중하니까라며 자신은 너무도 귀중한 존재이므로 죽음이란 어불성설이라고 망망대해 한복판에서 생각합니다.

 

견뎌서 뭘 하는데?”

천국을 얻어 내지

()?”

죽어서 천국에 가는 기술을.”

---p.95

 

핀처는 새 오토바이를 가진 친구를 질투해 그의 다리를 못쓰게 만들어 버리기도 하고 옥스퍼드 대학교의 프랑스어 대학 입학시험에서는 지우개처럼 생긴 불어 사전을 책상에 놓아두고 부정행위를 저지르기도 했으며 금고의 돈을 털어 놓고 일말의 죄책감도 없었고 원치 않은 소년과 동성애적 성관계를 가지기도 했고 전반적으로 볼 때 자신이 살기 위해서라면 남을 짓밟는 것을 서슴치 않는 나쁜 성품을 가진 사람입니다. 자신이 저지른 일 때문에 외부인이 되어 외로이 있는 것이라고 본인도 느끼고 있습니다. 그의 고행은 자신이 했던 그런 일들 때문이었을까요. 작품의 초반부는 살기위해 대서양 한복판에서 겨우 암석까지 오르는데는 일단 성공합니다.


선명한 암석과 바다, 유예된 것일지언정 희망, 융단, 그러더니만 업적을 이룩하는 그 순간에, 이해, 두려움이 마치 떨어지는 손처럼. “그건 뭔가 내가 기억하고 있던 거였어. 다시 기억해 내지 않는 편이 낫겠다. 잊어버리는 걸 기억하자, 광기일까?” 광기보다 나쁜 것, 제정신이다. ---p.234

 

작품의 내용은 대서양 한복판에서 분투하는 생존기로 시작하며 과거의 기억과 한계에 부딪힌 마틴의 정신이 광기로 스러져 가는 과정이 교차하며 인간 내면의 심오한 성찰로 변모해 가는 작품입니다. 생존을 위해 최후의 순간에 마주 친다면이라는 가정을 해보게 됩니다. 살기위해 그리고 꼭 살아내기를 독자는 책을 읽는 내내 응원했습니다. 결말을 알기 전까지는 마틴을 응원했으니까요. 죽음의 공포와 실존의 위기를 맞닥뜨린 인간 마틴은 마지막에 고생을 했을지 않했을지 .... 심지어 방수 장화를 벗어 던질 짬도 없었습니다. 이 마지막 문장으로 인해 핀처마틴의 작품의 결론을 내리면서 무릎을 탁 쳤습니다


! 윌리엄 골딩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