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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방 ㅣ 열린책들 세계문학 283
버지니아 울프 지음, 공경희 옮김, 정희진 분류와 해설 / 열린책들 / 2022년 11월
평점 :

권력과 부와 명성은 언제나 남성들만의 몫이었던 시대에 여성이 자유의 문을 열 수 있는 두 가지 열쇠는 고정적인 소득과 자기만의 방이었습니다. 여성에게 삶은 용기와 힘을 요구하는 평생의 투쟁이었습니다.
20세기 모더니즘 문학을 이끈 독보적 작가이자 선구적 페미니스트인 버지니아 울프가 여성과 문학의 문제를 논한 대표 에세이 <자기만의 방>은 한 사람의 여성이자 작가로서, 그동안 스스로의 목소리를 내는 것을 억압당해 온 여성들의 현실, 여성 문학의 가능성을 고민한 버지니아 울프의 치열한 사유가 담겨 있는 유명한 작품입니다. 버지니아 울프는 이 작품으로 페미니즘 비평과 젠더 이론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으며, 오늘날 페미니즘의 가장 유명한 고전이자 강렬한 상징이 된 작품입니다.
여성 독자의 탄생, 여성 지식인의 탄생, 버지니아 울프는 남성이 쓴 글을 읽었고 쓰는 과정을 알게 되었습니다. 울프는 당황하고 분노했습니다. 자기만의 방은 여성의 존재 이유 남성 자신을 설명하기 위해 남성에게 노동을 제공하기 위해 성적 대상으로 글의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사물로 알려주며 이 현실은 변화가 없다는 것을 일깨워 줍니다. 여성은 매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죽은 어머니들의 유산과 남성 문화라는 사자와 싸우고 울프는 이것이 인류의 역사였음을 폭로하고 여성이 글을 쓰기 위한 조건을 제시합니다. 자기만의 방은 단지 여성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가난한 이들, 장애인, 성 소수자, 난민, 유색 인종 등을 모두 통틀어 말합니다. 철저한 가부장제 사회 속에서 주눅 들지 않고 사물을 보이는 그대로 바라보는 시각을 견지하려면 얼마나 많은 천재성이, 진실성이 요구되었을까요. 오직 제인 오스틴과 에밀리 브론테가 그 일을 해냈습니다.
여성의 힘이 얼굴로 날아듭니다. 어떻게 그러지 않겠습니까? 여성들은 수백만 년 동안 방에 박혀 살았으니, 지금은 벽마다 그들의 창의력이 스며들어 있습니다. 그 힘을 벽돌과 모르타르가 감당하지 못하기에 이제는 그것을 펜과 붓과 사업과 정치에 연결 시켜야 합니다. ---p.136
이 책에는 20세기 영국의 저작인 『자기만의 방』을 지금-여기의 시선으로 읽어 내는 길잡이가 되어 줄 여성학자 정희진의 해설을 수록되어 있습니다. 예리한 통찰이 담긴 글쓰기로 남성 중심적인 통념이 지배하는 우리 사회에 끊임없는 문제 제기를 해온 필자 정희진은 자기만의 방을 글쓰기, 권력과 지식에 대한 텍스트로 읽어 내려갑니다. 버지니아 울프는 18세기 중간 계급 여성 작가들의 출현은 십자군이나 장미전쟁보다 더 중요한 역사적 사건이라고 언급했습니다. 글을 써서 돈을 벌 수 있었기 때문에 그게 가능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글을 쓰는 것과 동시에 모임을 만들고 사람들을 만나 타인들과 작품을 교류하고 셰익스피어에 대한 에세이를 집필하는 등 이 모든 일련의 활동들이 먹고사는 것을 넘어 자신의 삶을 재구성하게 된 것입니다.
현재 문학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습니다. 울프는 어떤 사람이었을까요? 1828년에 여성이 그런 호통과 꾸짖음과 상에 대한 약속을 모른 척하려면 퍽 야무진 젊은 여성이어야 했을 것입니다. 자신에게 이렇게 말할 정도로 선동가 기질을 지닌 여성이어야 했을 것입니다. 자기만의 방을 읽으면서 아무리 사소하고 아무리 광범위한 주제라도 망설이지 말고 글쓰기를 꼭 해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자유로운 생각을 하고 자기만의 글쓰기를 할 수 있는 좋은 세상에 태어난 것도 하나의 복입니다. 버지니아 울프는 제임스 조이스와 함께 이른바 의식의 흐름이라는 소설 기법의 개척자로 평가받습니다. 특별한 줄거리가 없고, 등장인물의 의식, 즉 두서없이 떠오르는 여러 가지 생각이며 느낌을 고스란히 서술하는 기법입니다. 울프의 생애 또한 우울증과 허탈감, 환청 등으로 평범하지 않게 생을 마감했습니다. 세상에 두려움 없이 똑바로 서기 위해 울프의 이 작품에 애착이 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