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그늘 1
박종휘 지음 / arte(아르테)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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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 시간보다 조금 일찍 가는 건 늦은 거에 비해 크게 결레되지 않을 뿐더라, 시간에 딱 맞추는 것보다 자신감도 있어 보이고 저쪽의 허를 찌르는 효과도 있다. ---1. 팔천 겁의 인연 중

 

 

박화성, 박경리, 박완서 작가의 뒤를 잇는 선 굵은 박종휘 작가의 작품으로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으로 이어지는 역사의 풍파 앞에 전쟁과 이념에 희생되고 요동치는 민중의 삶을 이야기 합니다. 일제강점기를 거쳐 미군정 시대, 한국전쟁 그리고 반공 이데올로기를 국시처럼 밀어붙인 군사정권 시절을 관통하는 시대 역사의 소용돌이 속 인물들은 어떻게 불행에 빠지게 되는지 작품을 통해 그 시절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남문목에서 만난 모녀의 좋은 인상을 기억해 김제 서암리로 달려가 동네에 소문을 들어보고 깔끔하게 정돈되고 짜임새 없이 빈틈이 없는 집안을 보니 주인의 성품과 격을 느끼게 되어 채봉과 평우의 혼사는 일사천리로 진행됩니다.

 

 

한줄기 선을 그어 놓은 듯 까맟던 능선 위에서부터 어느 틈엔지 새벽이 열리고 있었다. 그는 더 이상 달리지 않았다. 엷어진 어둠 사이로 주변 나무들의 줄기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더니 밤새 넘어온 동쪽 산등성이 위로 붉은 태양이 솟구쳐 오르고 있었다. 눈부시도록 밝은 햇빛이 드문드문 서 있는 소나무 사이로 빠져나와 나뭇잎에 부딪혀 반짝였다. 평우는 양팔을 힘껏 벌려 햇빛으로 가슴에 안았다. 특수부에 끌려간 이후 처음으로 마주하는 태양이었다. ! 태양! ---p.270

 

개인이 운명이야 주어진 환경 속에서 각자가 알아서 헤쳐 나가야 할 몫이지만 나라의 앞날은 누군가 나서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데 그건 결국 잘살고, 많이 배우고, 느린 자들이 져야 할 짐이라고 생각하는 평우의 주관은 뚜렷해 보입니다. 조국을 위해, 민족을 위한 삶을 살기로 한 그는 가족의 걱정을 뒤로하고 육년 전에 찍은 사진이 빌미가 되어 사형선고를 받게 됩니다. 책을 읽으면서 평범했던 한 사람이 어떻게 궁지에 몰리면서 국민을 보호해야 할 국가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지 개인이 정부와 싸워서 이길 수 없다는 사실에 한 가족이 희생당하는게 너무나도 어처구니 없게 벌어집니다. 우리의 과거는 너무나 아프고 슬픈 역사입니다. 그런 시대를 살아내려 했던 모든 이들이 자랑스럽고 존경스럽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국가가 제 몫을 다하지 못할 때 고통을 받는 것은 국민입니다. 그래서 국가가 왜 존재해야 하는지 지금 현 시점에서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입니다. 2권의 내용도 기대됩니다.

 


출판사 지원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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