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해의 철학 - 부패와 발효를 생각한다
후지하라 다쓰시 지음, 박성관 옮김 / 사월의책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가장 위험한 세계는 아무것도 썩지 않는 세계라고 합니다. 저자는 경험에서 통찰을 얻어 <분해의 철학>이라는 관점에서 세상을 다시 바라보기 시작합니다. 청소 아저씨의 활동을 통해 신품 문화에 중독된 소비자로서의 자신을 반성하고, 우리 모두가 분해라는 장대한 사업에 참가하고 있음을 깨달은 것입니다. 먹는 주체이자 배설하는 주체로서의 인간은 분해 생태계의 일부라고 했습니다. 이 책은 청소 아저씨와의 만남에서 시작하여 유치원, 과학소설, 넝마주이, 생태학, 소똥구리, 수리의 세계 등 다종다양한 영역을 넘나들면서 분해라는 가능성을 고찰해 보는 책입니다. 우리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분해의 역할을 담당하는 점에서 자연과 인간은 이런 점에서 공통점이 있는 면을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바쁜 현대인들은 슈퍼마켓에서 잘 세척하여 묶음 포장된 것을 사길 좋아합니다. 채소의 경수 구입해서 껍질을 벗기고 다듬고 씻는 과정에서 쓰레기가 또 배출됩니다. 또 배달음식은 간편히 주문해서 먹고 버리는 과정에서 플라스틱과 음식물 쓰레기가 또 나오게 됩니다. 이렇게 한 사람이 평생 먹는 음식을 통해서만 나오는 쓰레기의 양을 측정한 데이터가 있습니다. 8.5톤의 어마어마한 양입니다. 화장실에서 평생 78년 반 동안 사용하는 양은 4239개입니다.

 

광부는 석탄을 파고 농민은 토양을 판다. 양아치 또한 쓰레기통을 파서 쓰레기를 재생시킨다. 이 중 어느 쪽도 특정한 방향은 없다. 최소한 위로 향한 것은 아니며 앞으로 향하는 것도 아니다. 성과는 쌓이지 않는다. 되풀이될 뿐이다. 이것은 성과와 이윤을 쌓아 올려야만 성립되는 시장경제의 관점에서는 멸시의 대상이다. 그러나 방향이 없기에 도리어 발생하는 쾌락도, 무아지경도, 환희도, 그리고 생태적 및 사회적 작용도 있는 것이다. ---p.249

 

 

최고의 미를 추구하며 부패해가는 아내를 그린 중국의 화가(오청수)까지는 될 수 없어도 혹은 스스로 숲을 기름지게 하기 위해 강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까지는 될 수 없다 해도 다양한 존재들이 사자를 먹어치우는 장대한 죽음의 축제에는 우리는 언제든지 참가할 수 있다. 잔혹하다고 눈을 가린 그 손을 한 번 더 뿌리치면서 장치가 초래하는 잔학함과 분해가 초래하는 철저함의 차이를 판별하는 것이 분해 세계의 담당자가 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p.358

 

 

저자는 청소아저씨가 매일 수많은 쓰레기를 수거하면서 아직 쓸 수 있는 물건인데 아깝다라던가 예전에는 이렇게 물건을 버리지는 않았는데 라는 푸념을 한번도 들은 적이 없었다고 합니다. 아저씨는 그저 묵묵히 가정에서 분류되었을 쓰레기를 한 번 자신이 더 분류하여 그중에서 재사용 가능한 것을 장난감이나 청소도구로 바꾸었다고 합니다. 보이지 않은 한 사람의 노력은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 속성을 상실한 것들의 필요성에 대해 생각해 보는 책의 내용이 흥미로웠습니다.



 

 

생산과 소비의 닫힌 순환에서 벗어나 분해의 관점으로 눈을 돌리면, 쓰레기를 수집하거나 부서진 물건을 고치는 노동이 사회의 지속가능성에 얼마나 필수적인지 깨닫게 된다. 나아가 우리 자신도 자연 속에서 분해자의 역할을 해야 하며, 지금까지 그 역할을 자각하지 못했기에 기후 위기를 초래했음을 인식하게 됩니다. 그래서 저자는 이 위기의 시대에 우리가 활성화해야 할 것은 생산력이 아니라 부패력이라고 말했습니다. 가장 위험한 세계는 아무것도 썩지 않는 세계이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이런 독창적 논지로 일본 최고의 학술상인 제41산토리 학예상을 수상했습니다.

 

 

희곡 마크로풀로스 사건의 저자는 20세기의 현대인이기에 더욱 품기 쉬운 자신의 내구성에 대한 번민을 이야기하며 법률사무소에서 일하는 법무사로 프랑스 혁명의 역사를 연구하는게 취미인 비테크 이야기는 인류 모두에게 300년의 생명을 주소서 그리되면 인간 창조 이래 최대의 사건이 될 것이다. 그것은 인간해방이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부패하기 어렵고 부서지지 않는 세계에서는 살아가기 힘들다는 것을 책을 통해 한번 더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부패하기 쉽고 부서지기 쉬운 세계가 얼마나 떠들썩한 것인지를 차페크는 믿을 수 없을 만큼 강인한 구상력과 사고력에 의해 남김없이 그렸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