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레니와 마고의 백 년
매리언 크로닌 지음, 조경실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2년 11월
평점 :

서로 친구가 되는데 나이가 중요한가요? 레니와 마고의 우정을 그린 작품을 읽었습니다.
출간과 동시에 엄청난 화제성으로 단번에 베스트셀러에 오른 매리언 크로닌의 첫 번째 장편소설 『레니와 마고의 백 년』이 한국에서 출간되었습니다. 시한부 병동에서 만난 열일곱 살 레니와 심장병에 걸린 여든세 살 마고의 우정을 담은 이 소설은, 두 사람 나이를 합친 백 년 동안 기억의 시작점부터 예정된 마침표를 찍는 순간까지를 그림으로 그려내며 아름다운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될 것인지 알게 되는 책 <레니와 마고의 백년> 아름다운 이야기입니다.
‘알렉스 어워드’ 수상작, 영국 《인디펜던트》, 《엘르》 선정 올해의 책
소니 픽쳐스 영화 제작 확정, 전 세계 27개국 번역 출판!
“전 곧 죽을 거래요.” 레니 페테르손 17세 소녀는 글래스고 프린세스 로열병원에 입원해 있습니다. 손 끝에 숯이 묻어 있던 손을 내민 마고 둘은 그렇게 만났습니다. 심장이 뛰고 눈으로는 뭔가를 보고 귀로도 뭐가를 듣고 우리는 지금 죽어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는 중이라고 죽음의 7곱 단계를 거친 피파는 말합니다. 지금 노트에 레니와 마고의 살아온 이야기를 쓰고 있습니다.
순진하기 짝이 없던 그 시절을 떠올리며 나는 가장 얇은 붓에 노란 물감을 묻혀 별 그림 아래에 ‘레니, 17’이라고 적었다. 내 걸 보더니 마고도 똑같이 했다. 마고는 ‘마고, 83’이라고 썼다. 그런 뒤 우리는 그림들을, 어둠 속에 빛나는 두 별을 나란히 놓았다---P.71
레니와 마고는 세상 연약하면서도 가장 눈에 띄지 않는 도적 떼처럼 매이 병동을 탈출했습니다. 마고는 어디로 가는지 말하지 않고 미스터리를 즐기는 편이고 레니의 휠체어를 밀어주지 않으면서 앞서 나갑니다. 스스로 할 수 있다고 믿었을 것입니다. 둘은 중앙홀을 지나 답답한 병원 밖으로 나갔습니다. 마지막 별은 본게 언제인지 모르던 레니의 눈으로 별들이 마구 쏟아졌습니다. 구름 한점 없는 맑은 밤 마고는 레니를 위해 이 일을 오래전 계획했을까요? 약 냄새 풍기는 병원이 아닌 신선한 진짜 공기 오랜 병원 생활을 겪어 보지 않고는 공기의 고마움을 아마 모를겁니다.
“비록 내 영혼이 어둠 속에 묻힌다 해도 결국엔 환한 빛 속에 다시 떠오를 테니, 밤을 두려워하기에는 나는 별을 너무도 깊이 사랑했다네.” ---P410
레니와 마고는 매일 밤 죽음을 연습했습니다. 삶을 놓아버려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까지 얼마나 힘들었을까 짐작되는 대목입니다. 어둠 속에 누워 휴식과 꿈 사이 무의 세계로 스르르 미끄러져 들어가면, 그곳에는 자아도 의식도 없고 연약한 몸을 지배할 어떤 것도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밤마다 죽었고 설령 죽지 않는다 해도 죽기 위해 자리에 누웠습니다. 내일 밝아 올 새 아침을 꿈꾸면서도, 이 세상의 모든 걸 놓아버리려 했고 어쩌면 우리 엄마가 잠들지 못했던 건 그래서 그런 게 아니었을까 생각 합니다. 잠드는 건 죽는 일과 너무 비슷한데, 엄마는 그럴 준비가 되지 않았던 게 아니었을까. 그래서 엄마는 의식을 좇고, 삶에 목을 매며 항상 깨어있으려 한 게 아니었을까요. 레니는 이제 그런 어머니도 힘들어 하는 아버지도 이해해보려고 했습니다.
모든 걸 놓아버리기엔 두려운 게 너무 많았던 엄마는 그렇게 몇 년 후 다른 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 되고 말았고 힘든 아빠에게는 죽으면 찾아오라는 모진 말도 합니다. 레니에게는 자주색 옷을 입은 귀여운 악당 노부인 마고가 그에게 이야기를 들려줄 때면 그녀가 내 옆에 있다는 사실 말고는 그 어떤 것도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작고 소중한 것은 무엇일까요 우리에게 남은 삶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일깨워 주는 작품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