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르미날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17
에밀 졸라 지음, 강충권 옮김 / 민음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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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공이었던 그가 갑작스러운 실직에 운좋게 광부가 된 에티엔은 끊임없이 대중 앞에 선 자신의 모습에 취하게 되면서 광부들의 파업을 이끌었다는 영웅심에 도취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더 이상 추락할 것이 없는 광부들은 폭도가 되고 에티엔은 비로소 그들을 통제할 수 없음을 깨닫습니다. 헌병대가 투입되고 시위대는 흩어지며 무력 앞에 광부들은 마지막 까지 침묵시위로 맞서고 극한 대치상황에서 군대는 발포를 하고 파업은 어느정도 예상한대로 패배로 끝이 납니다. 총성이 울려 퍼지고 처음에는 세발, 그리고 다섯발 그러더니 일제사격이 가해지며 모두가 경악한 때 백보 떨어진 곳에서 웃으며 싸움을 지켜보던 구경꾼들은 쓰러졌고 한발은 무케의 입으로 들어가 그의 머리를 박살냈고 라무게트는 배에 두발의 총탄을 맞았습니다. 그리고 다시 예전과 같은 나들이 흘러갔습니다.

 

 

노동자의 현실을 생생하게 그린 뛰어난 노동 소설이나 내용은 단순하지 않습니다. 에티엔과 카트린, 샤발이 이루는 삼각관계를 중심으로 긴장감 있게 펼쳐지는 남녀의 사랑이야기와 온몸이 망가지도록 평생 일한 본모르 노인, 훌륭한 일꾼인 가장 마외와 일곱 자녀를 키우면서 강인하게 가족을 보살피는 꿋꿋한 라 마외드 이야기, 두 남자를 거느리고 사는 라 르바크와 갱내 총감독과 불륜 관계인 라 피에론, 외상을 주는 대가로 여자들을 탐하는 메그라 등 탄광촌 사람들의 빗나간 욕망을 보여 주기도 하며, 한없이 평화로운 듯 보이지만 결국 불행한 사건을 맞이하고 마는 그레구아르 가족과 남모르게 고통을 품고 사는 엔보 씨 등 노동자의 반대편에 있는 부르주아 계급마저 나름의 슬픔을 지닌 인물로 세밀하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지상으로 나오자 에티엔은 레키야르의 폐허 가운데서 마침내 숨을 쉴 수 있었다. 자신이 감히 살히 살인을 하지 못한다면 죽어야 할 사람은 그였다. 이미 머리를 스쳐갔던 죽음에 대한 생각이 다시 살아나 마지막 희망처럼 그의 머릿속에 박혔다. 용감하게 죽는 거스 혁명을 위해 죽는 것, 이것이 모든 것을 끝장낼 것이고 좋든 나쁘든 그의 복수를 해줄 것이며 그가 더 이상 생각하지 않도록 막아 줄 것이다. ---p.192 2

 

 

다윈이 옳았던 것인가? 세상은 종의 아름다움과 생존을 위하여 강자가 약자를 잡아먹는 투쟁의 장에 불과한 것인가? 비록 그가 자신의 학식에 만족하는 사람으로서 모든 문제에 대해 단정적으로 말해 왔지만, 이러한 질문은 그를 혼란에 빠뜨렸다. 하지만 한 가지 생각이 그런 의문을 말끔히 사라지게 했고 그를 매료시켰다. 처음 연설하게 될 때 이 이론에 대한 자신의 예전 주장을 다시 하려는 생각이었다. 한 계급이 먹혀야 한다면, 생명력이 가득하고 여전히 새로운 민중이 향락에 지쳐 버린 부르주아 계급을 잡아먹어야 하지 않겠는가? 새로운 피가 새로운 사회를 만들 것이다.---p.353 2

 

 

노동자가 투쟁의 주체가 되었지만 지하 554미터라는 숫자가 말해주듯이 탄광 노동자들의 힘들고 고단한 현실은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고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하층 노동자들의 관점에서 프랑스 대혁명 이후에 자신들의 삶이 나아진 것이 아니라 더 나빠졌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었고 탄광 노동자들과 부르주아 계습인 경영주들의 대립은 19세기 후반의 산업 사회가 당면한 노동과 자본의 투쟁, 부르주아 간의 계급 투쟁이라는 사회문제를 본격적으로 제시해 주었습니다. 비록 탄광 노동자 뿐 아니라 이러한 문제는 유럽 전체에 해당되는 문제였습니다. 부당한 계약과 임금 체계, 자의적인 벌금 부과와 수당 삭감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건 위험하고 열악한 작업환경도 큽니다. 지금도 곳곳에서 일어나는 산업 현장에서의 위험한 사고는 매일 발생되기 때문입니다.

 

기계공이었던 에티엔은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고 처음 광부일을 하면서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그동안 가지고 있던 이념과 이데올로기에 혼란을 가져오게 됩니다. 인간을 억압하고 노동력을 착취하면서 비인간적인 대우를 일삼았던 시절은 발아래 땅속에서 두드리는 곡괭질과 찬란히 빛나는 4월의 태양은 분만하는 대지를 따뜻하게 덥히고 있다고 항거를 끝끝내 포기하지 않는 광부들에게 희망의 불씨를 남겨 놓는 것으로 이야기는 마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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