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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르미날 1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16
에밀 졸라 지음, 강충권 옮김 / 민음사 / 2022년 11월
평점 :

얼마전 봉화 광산에서 매몰 사고가 있었습니다. 9일 만에 기적적으로 매몰된 광부들의 반가운 구조 소식을 접했습니다. 하마터면 우리는 또 한번 가슴을 쓸어내리는 아픔을 마주할 뻔 했습니다. 이번 세계문학 작품 제르미날은 그런 광부들의 이야기입니다. 에밀 졸라의 작품을 오랜만에 만났습니다.
에밀 졸라는 1871년부터 1893년까지 이십여 년에 걸쳐 총 스무 권으로 구성된 ‘루공 마카르 총서’를 완성했습니다. ‘루공 마카르 총서’ 스무 권 가운데서도 최고의 작품으로 손꼽히는 제르미날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16 ,417 권으로 출간되었습니다. 제르미날은 노동자가 주인공인 최초의 소설로서 노동과 자본의 대립 관계와 계급 투쟁이 한 편의 웅장한 서사시처럼 그려진 작품이라고 합니다. 그 방대한 분량에도 불구하고 이야기가 지닌 강렬한 힘에 이끌려 손에서 놓을 수 없을 것이라고 해서 기대가 큰 작품입니다.
갱 속에서 에티엔은 운반할 때마다 막장의 숨 막힘, 규칙적으로 둔탁하게 울리는 지친듯한 곡괭이질 소리, 작업에 매달려 있는 채탄부들의 고통스러운 한숨을 다시 대하게 되었습니다. 제목 제르미날의 의미는 혁명 후에 프랑스에서 사용되었던 프랑스 혁명력에서 봄을 개시하는 달의 명칭이라곤 합니다. 제르미날은 에밀졸라의 유명한 작품 <목로주점>에서 보여주지 못했던 노동자의 살을 내밀하게 보여주고자 직접 갱도까지 들어가 경험을 했다고 합니다. 기계공이었던 청년 에티엔 랑티에는 일자리를 찾아 해매다 프랑스 북부 탄광 마을 몽수에 도착해 광부 마외의 눈에 띄어 르 보뢰 탄광에서 석탄을 운반하는 일자리를 얻게 됩니다. 지하 554 미터의 깊이 광부들은 목숨을 걸고 열악한 상황에서 비참한 생활을 하게 됩니다.
에티엔은 갑자기 결심했다. 그는 저 위 탄광촌 입구에 있는 카트린의 맑은 눈을 다시 보는 것 같기도 했다. 아마도 그것은 차라리 르 보뢰에서 불어오는 항거의 바람이었는지도 모른다. 왠지 모르지만 그는 고통을 겪고 싸우기 위해 탄광으로 다시 내려가고자 했다. 그리고 본모르가 언급하던 그 사람들을, 그리고 만 명의 굶주린 사람들이 그 존재를 알지도 못한 채 바친 살을 잔뜩 먹고 웅크리고 있는 신을 분노에 찬 채 생각했다.--- p.112
“우리 차례가 왔습니다.” 그는 마지막으로 고함을 지르며 말했다. “권력과 부를 가질 사람은 우리입니다!” ---p.430

노동자는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한계에 다다르고 혁명은 가난을 더 악화시키기만 했습니다. 광부들의 파업을 이끄는 에티엔은 결코 영웅은 아닙니다. 절망적인 상황에서 살기위해 탄광촌에 들어와 광부가 되었고 매일 조금씩 그를 기계의 부속품으로 전락시키는 억압적인 행태에 점점 변하게 되는 과정이 우리들의 현실을 떠올리게 됩니다. 민중이 정부를 점령하면 개혁이 시작되고 원시 공산 사회로부터 복귀를 원하며 윤리적이고 억압적인 가족 대신 평등하고 자유로운 가족으로 대체 될까요? 아이들까지 갱안으로 보내고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회사들은 탄부들의 임금을 더 줄였습니다. 궁핍함에 내몰린 광부들은 절망하고 반란의 기운이 감돌면서 갱이 무너지는 사고로 11살짜리 장랭이 매몰되며 겨우 구해내지만 다리를 심하게 다치고 맙니다. 낡고 부패한 사회를 총체적으로 개조시킬 수 있을지 죽도록 일을 해도 빚조차 값을 수 없는 삶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지 제르미날 2권에서는 희망을 이야기 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