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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없는 인간 - 팬데믹에 대한 인문적 사유
조르조 아감벤 지음, 박문정 옮김 / 효형출판 / 2021년 6월
평점 :

“저는 바이러스학자고, 의사도 아닙니다. 단지 전염병에서 비롯한 극도로 심각한 윤리적, 정치적 변화에 관심이 있습니다. ”-조르조 아감벤 (2020년3월28일 르 봉드와의 인터뷰 중 일부)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적 사상에 영향을 받은 아감벤은 건축학자이며 철학자로 알고 있습니다. 이번 코로나로 인한 발언에도 관심을 받은 인물입니다. 좋은 기회가 되어 얼굴 없는 인간을 읽었습니다. 철학자가 바라보는 팬데믹은 우리에게 어떻게 인식되는지 살펴보는 좋은 시간입니다.
“얼굴이라고 하는 것은 어떤 동물에도 존재할 수 없다. 성격을 표현하는 인간이 아니라면.”- 키케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은 끝나가는지 팬데믹에서 언제쯤 자유로워질 수 있는지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고 있습니다. 과거에 종종 그래 왔던 것처럼 우리의 삶이 이전과 같이 되돌아 갈 수 없다고 이야기 합니다. 앞으로 또 어떤 일들이 우리 앞에 닥칠지 아무도 모릅니다. 책에는 네델란드 과학자 루이스 볼크의 말을 인용했습니다. 인간이라는 종은 환경에 적응하는 본능을 점진적으로 억제하는 특징이 있는데 비약적인 발전을 이룬 기술 장치들이 이러한 본성을 대체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 과정이 임계점을 넘어서면 비생산적이 되어 인류가 자멸하는 지점에 도달한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현재 경험하고 있는 일들은 지금 인류가 그 한계 지점에 도달했고 우리의 병을 치료해야 할 처방이 더욱 거대한 약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우리는 반드시 저항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오로지 두려워해야만 두려움이 있고, 두려움은 그것을 관찰하면서 무엇이 두려운지 깨닫게 된다. 두려움의 기분에 이미 우리가 놓여 있으므로 두려움을 깨닫는 것이다. 세계-내-존재에 깃들여 있는 잠재된 가능성으로서의 감정적 성향, 두려움은 이미 두려운 무언가가 다가올 수 있도록 세계를 발견한 것이다.”---p.116
오직 인간만이 자신의 표정으로 다른 사람과 의사 소통을 하여 자신의 얼굴로 자신을 표현하고 드러냅니다. 저자는 이 얼굴이야말로 정치의 장소인 이유라고 했습니다. 동물에게 정치가 없는 이유는 야생에서 열려 있어 노출이 문제되지 않고 반면 인간은 누군가로부터 인정받고 인정하기를 바라고 원하는 이미지를 사용하여 자신의 진실을 추구하게 됩니다. 아감벤이 강조했던 얼굴에 대한 권리를 단념하고 마스크로 덮고 시민의 얼굴을 가리기로 결정한 국가는 정치를 스스로 없애 버린다고 주장했습니다. 생명을 지키기위해 쓴 마스크가 인간의 권리를 포기한다는 점은 찬반의 여론이 지금도 뜨거운 논쟁거리임에는 사실입니다.
권력의 분립과 의회, 법에 근거한 부르주아 민주주의가 종말을 맞이하고, 포악한 독재의 시대로 나아가고 있으며 사회 곳곳에 스며 있는 통제와 모든 정치적 활동의 중단으로 미국의 정치과학자들은 이를 안보상의 이류로 개인의 자유에 대한 모든 제한을 부과할수 있는 안보상태로 불렀습니다. 삶을 지킨다는 명분으로 인류가 목숨을 바쳐 쌓아 올린 생명의 권리가 폐지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팬데믹의 한복판에서 울려퍼진 절박한 호소 ‘호모사케르’를 통해 근대 민주주의의 속성을 고찰하여 근대적, 현대적 관념의 주권, 정치, 생명을 이론화한 철학자 조르조 아감벤의 철학적 지혜와 사유해볼 수 있는 책 <얼굴 없는 인간>입니다.
효형출판사에서 보내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