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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실격 ㅣ 원전으로 읽는 움라우트 세계문학
다자이 오사무 지음, 장현주 옮김 / 새움 / 2022년 9월
평점 :

처절한 자기 고백과 극단적 파멸이 돋보이는 자화상! 20세기 일본 근대문학을 대표하는 디자이 오사무의 삶은 한편의 영화보다 더 흥미롭습니다. 유복한 집에서 병약하게 태어난 그는 수치와 자학으로 점철된 우울한 인생을 살다 갔습니다. 몇년전 원작은 아니지만 같은 제목의 드라마가 방영되어 시청하면서 다시 읽고 싶었던 작품입니다. 이번에는 원전으로 읽는 새움 세계문학으로 읽었습니다. 일본의 소설가 디자이 오사무의 작품을 통해 인간이 각자 가지고 있는 아픔을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부끄러움이 많은 생애를 보내 왔습니다. 저에게는 인간의 생활이라는 것이 짐작이 가지 않습니다. ---p.11
39년이라는 짧은 인생 다섯 번 자살을 시도하고 결국 다섯 번째 시도만에 생을 마감한 작가는 무엇이 그를 이토록 처절한 자기 파멸로 이끌어 생을 마감하고 싶었을까요? 디자이는 고교 진학 후 당시 시대적 사조였던 공산주의 사상에 접하면서 1929년 처음 자살을 시도했다고 합니다. 돈 없는 천민만이 옳다. 그러나 그는 천민이 아니었습니다. 작품은 누구도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인간 영혼의 가장 연약한 부분을 스스럼없이 드러냄으로써 오히려 상처받은 영혼을 달래 줍니다. 인간 세상과 사회 질서의 허위성이 그를 아프게 한 이유가 될까요?
지금 저에게는 행복도 불행도 없습니다. 그저, 모든 것은 지나갑니다. 제가 지금까지 아비규환으로 살아온 소위 ‘인간’세계에 있어서, 단하나, 진리처럼 느껴진 것은 그것뿐입니다. 그저 모든 것은 지나갑니다. 저는 올해 스물일곱이 됩니다. 흰 머리가 부쩍 늘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은 마흔이상으로 봅니다. ---p.156
유일한 희망이었던 미덕에조차 의문을 품고, 이미 이것도 저것도 영문을 모르게 되어 향하여 갈 곳은 그저 알코올 뿐이었습니다. 얼굴 표정은 극도로 아비해졌고 아침부터 소주를 마시고 이빨은 군데군데 빠졌으면 만화도 거의 외설적인 그림만 그리게 되면서 삶은 자포자기에 이르게 되었을까요. 책을 읽을 때 두 가지가 충족되어야 한다고 역자는 말합니다. 첫째는 공감, 둘째는 발견 이 둘 모두를 충족한 작품이 <인간실격>이라고 했습니다. 처음 책을 읽을 때 주인공 오바 요조를 이해하기 힘들었으나 인간이 각자 가지고 있는 아픔과 슬픔은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아픔을 치유하지 못한 점이 독자로서는 마음이 아픕니다.
인간실격은 디자이가 평생 동안 겪었던 충격적인 사건들을 허구화한 유명한 작품입니다. 어떤 면에서는 자기 해명의 책으로 불리고 있고 그가 죽음, 자살을 지향한 원인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스스로의 죄의 무게를 참을 수 없게 된 "나"는 친가에 상황을 설명해 돈을 원한다는 편지를 보내고 가족의 연락을 받은 듯한 인수인 남성과 호리키가 와서 "나"에게 병원에 가라는 말을 합니다. "나"는 행선지가 요양소라는 그들의 말을 믿었으나 결국 정신병원에 강제로 입원 당하게 됩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보다 미친 사람으로서 평가를 받아진 것을 느끼고, "나"는 자신을 "인간 실격"이라고 평가합니다. 수개월의 입원 생활 후 고향에 간 "나"는 거의 폐인이 됩니다. 인생에는 불행도 행복도 없으며 모든 것은 단지 지나갈 뿐이라고 말하면서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디자이는 죽는게 최선이었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