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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연대
수잔 글래스펠 지음, 차영지 옮김 / 내로라 / 2021년 11월
평점 :

피터스 부인은 필사적으로 상자을 열었고 열렬한 손짓으로 새를 잡아채려고 했지만, 멈췄다. 도저히 그럴 수 없었다. 피터스 부인의 안에서 무언가가 무너져내렸다. 차마 그 새를 잡을 수가 없어서, 바보가 된 기분으로 하릴없이 멈춰 서버렸다. ---p137
인간의 삶은 반드시 나아져야 합니다. 사회 밖으로 내몰린 삶들 사이에서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은 작가의 마음이 엿보이는 이야기는 실제 사건을 기반으로 한 여성 서사의 시작은 끔찍했습니다. 한밤중 남편이 처참한 모습으로 살해당하고, 같은 침대 옆자리에 있던 부인은 곤히 자느라 범인을 목격하지 못합니다. 자극적인 내용, 추리를 해가며 풀어가는 과정에 여성이란 ‘하찮은 일을 도맡아 하는 사람’, ‘중대한 바깥일을 신경 쓸 능력이 없는 사람’으로 비춰집니다. 12명의 배심원 중 10명 이상이 같은 판결을 내야 실형이 선고되는 1901년 배심원 전원은 남자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아내 마가렛의 운명은 어떻게 될지 궁금하고 기대가 큰 작품입니다.
가까이 살든 멀리 살든 사실은 우리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은 다들 똑같다는 것입니다. 다들 겉에서는 다르게 살지만 결국 똑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누구에게나 아니 어느 가정에게나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속속들이 자세히 들여다 보면 비밀은 있게 마련입니다. 밖으로 꺼내놓고 이야기하기 어렵고 들추어내서 좋을 것이 없다고 생각해 참고 인내하면서 자신이 부족하다고 자책하면서 생활합니다. 이 소설은 실제 사건에 기반하여 사건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여성문제를 이야기 하는 페미니즘 소설입니다.
공감하고 연대하기를 바라는 작가의 바램일지도 모릅니다. 한 가정에서 일어난 범죄가 아닌 사회적인 문제임을 그리고 그것을 공론화해서 변화를 일으키기를 세상은 발전하고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미국 보수적인 중부 아이오와주에서 태어난 수잔 글래스펠은 고향 중부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을 쓰고 성별과 윤리 등의 사회문제를 깊이 탐구하는 글을 썼습니다.
마가렛 부인이 좀더 자신을 지키기 위해 목소리를 높였다면 이야기는 달라졌을 것입니다. 자신의 비극을 똑같이 나누어 가진 사람이 세상 어딘가에 있다고 생각한다면 어떤 공감은 구원이 된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한 번 더 버텨낼 힘을 주고, 눈을 질끈 감고 소리칠 용기를 주며 불평 한마디 하지 못했던 사회의 최약자들이 이 이야기를 통해 공감하고 연대하며 현실을 직시하여 변화의 움직임을 만들어 내기를 희망합니다.
“수건이 더럽네요. 제 역할을 충실히 해내는 주부는 아니었던가 봐요. 부인들이 봐도 그렇지 않나요?” 농장일에 집안일에 아이들을 돌보는 일은 왜 여자들만의 일일까요? 현재도 맡벌이 가정들을 봐도 남자들은 여자의 일을 조금 도와주는 거지 전적으로 자기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야기는 검사의 언행에 먼저 거슬리기 시작했습니다. 확실한 물증도 없이 아내에게만 협의를 씌우면서 사건을 해결해 나가려고 하는 태도 이것은 마가렛에게 전적으로 불리한 상황입니다. 사건 현장을 조사하러 온 검사는 정리정돈이 안된 부엌살림까지 탓하기 시작하면서 독자로 하여금 잔잔한 마음에 돌을 던지려고 합니다. 과연 마가렛 부인은 미처 하지 못한 퀼트의 매듭을 잘 지을 수 있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