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감지 마라 마음산책 짧은 소설
이기호 지음 / 마음산책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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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은 푸를 청() 에 봄 춘() 자를 써서 만물이 푸른 봄철이라고 부릅니다. 2020에 시행된 청년기본법은 청년을 위한 법이지만 실제로 삶에서는 체감하기 어려운게 현실이라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눈감지 마라>의 주인공 박정용과 전진만은, 지방 사립대를 졸업한 후 저렴한 월세 원룸을 구해 함께 생활합니다. 바람보다 소리가 먼저 도착하는 방, 소리만으로도 한기가 느껴지는 집, 벽을 만나면 더 커지는 소리들, 진만과 함께 구한 광역시의 반지하 자취방에 둘은 출장 뷔페와 고속도로휴게소 아르바이트등을 하면서 난방비를 아끼기 위해 패딩 하나 없이 팬티스타킹을 사 입는 모습에서 가난한 삶 속 고단한 삶을 사는 우리 시대의 청년입니다.

 

 

부모는 이해 하는게 아니라 용서하는 것이다.”라는 글이 있습니다. 부모님의 이혼으로 힘든 진만이를 위해 애정 어린 생일 편지를 쓴 어머니, 그리고 써놓고 차마 부치지 못한 진만의 답장을 보며 진만은 생각합니다. 용서하면 그 뒤에는 어떻게 될까? 그 다음에는 서로 잘 지내야 하는지 진만은 이해도 싫고 용서도 싫고 그냥 지금처럼 나쁘지만 않기를 바라는 마음 뿐이었습니다.

 

 

왜 없는 사람끼리 서로 받아내려고 애쓰는가?

왜 없는 사람끼리만 서로 물고 물려 있는가?

우리가 뭐 뱀인가?

 

 

너 왜 가난한 사람들이 화를 더 많이 내는 줄 알아? 왜 가난한 사람들이 울컥울컥 화내다가 사고치는 줄 아냐구!” 진만은 숨을 죽인 채 가만히 정용의 말을 듣기만 했다. “피곤해서 그런 거야, 몸이 피곤해서……. 몸이 피곤하면 그냥 화가 나는 거라구. 안 피곤한 놈들이나 책상에 앉아서 친절도 병이 된다는 헛소리를 늘어놓는 거라구!” ---p.13

 

극장에서 한꺼번에 밀려난 사람들도 대거 아르바이트 시장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전염병의 나날, 고용주들도 힘들긴 마찬가지였지만, 아르바이트생들의 고통은 더 분절된 형태로 오는 것 같았다. 고통도 시급으로 왔다. (중략) 정용은 자신의 마음이 실은 교대 시간과 싸우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눈감으면, 못 본 척하면, 갈등도 딱 그 시급만큼만 찾아왔다가 사라질 것 같았다. ---p.214

 

 

이 책은 20171월부터 2021년 크리스마스 이브까지 꼬박 5년 동안 일간지에 연재한 소설을 묶어 한권의 책으로 출간되었습니다. 낙타가 바늘구멍을 지나가기 보다 어렵다는 취업 그리고 어렵게 취업한 후 빚부터 갚게 되는 현실, 청년들의 고단한 삶을 통해 저자의 말처럼 지방과 청년은 정치인들이 선거 때마다 즐겨 찾는 단어이지만 곧 사라져버리는 대상이 된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팬데믹과 어려운 경제, 사회적 재난 앞에 지방 청년들의 삶은 안녕한가를 저자는 묻습니다. 한국문학의 대표 이기호 작가의 새로운 연작 짧은 소설집을 통해 그리고 문학을 통해 사회문제를 깊이 사유해 볼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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