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이야기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09
엘리자베스 인치볼드 지음, 이혜수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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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이야기 완독


18세기 영국 사회에서 신분 종교 성별의 제약에 맞서 무명 배우에서 전업 작가로서, 끝내는 예술적 성취를 이룬 엘리자베스 인치볼드의 대표작 <단순한 이야기> 책은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09번으로 출간 되었습니다. 도덕적인 메시지와 순종적인 여성 인물들이 주를 이루던 18세기 중후반 영국 문학은 자신을 이끌어줄 남자와 결혼으로 안착하는 순종적인 여성보다 남성의 권위에 도전하며 자신의 욕망을 정확히 아는 여성 인물들을 만나 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1980년대부터 연구되기 시작해 18세기 영문학을 대표하는 걸작 중 하나로 손꼽히게 된 작품으로, 해당 연구의 진전에 따른 변화에 발맞춰 국내 초역으로 선보였습니다.


카톨릭 신부 도리포스는 죽음을 앞둔 친구 밀너의 간곡한 부탁을 듣습니다. 열여덟 딸의 후견이 되어 주기를 허락하고 친구는 세상을 떠나면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아버지의 죽음을 아직 모르는 밀너양이 받을 충격과 상처, 얼굴 한번 본적 없는 후견인 도리포스와는 잘 지낼지 걱정이 됩니다.


무턱대고 글을 읽는 것이 진정한 독서가 아님을 깨달았을 때부터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작가에 대해 알아보는 것은 좋은 공부가 됩니다. 작가의 명성은 1791년 출간한 첫 소설인 『단순한 이야기』에 주로 기인합니다. 1776년 엘리자베스 인치볼드는 당대 명배우인 세라 시든스 부인을 알게 되어 이후 45년간 우정을 이어가게 됩니다. 그리고 부인의 동생이자 배우 존 필립 켐블과도 교유합니다. 1777년 1월 극단에 합류하게 된 켐블을 만나, 그해 2월부터 그를 남자 주인공인 ‘도리포스/엘름우드 경’의 모델로 삼아 『단순한 이야기』의 전반부 집필을 시작했습니다. 수년이 흐른 1791년 2월에야 작품이 출간되는데, 이어 한 달 만에 중쇄를 찍을 정도로 인기를 얻었다고 합니다.


“마치 선한 영혼과 악한 영혼 간에 차이가 있는 것처럼 여성들 사이에는 많은 차이가 있소.” ---p.147


도덕적인 메시지와 순종적인 여성 인물들이 주를 이루던 18세기 중후반 영국 문학에서 개신교 기숙학교에서 교육받은 아름다운 밀너 양은 자신의 후견인이자 가톨릭 신부인 도리포스를 사랑하게 되고, 열정적으로 자신의 사랑을 쟁취해 가는 이야기가 그 당시 논란을 일으켰을 것입니다. 가문과 재산을 지닌 또 다른 신사가 밀너 양에게 접근해왔고 후견인은 자신의 문제로 그녀에게 마음을 기울이기는 커녕, 심지어 거리를 두며 한발짝 뒤로 물러나는 상황입니다. 밀너양은 남자들 모두로부터 관심을 받는 매력적인 여성이나 정작 관심 받고 싶은 남자로 부터는 그렇지 못한 것이 잔인하고 굴욕적이기까지 합니다.


짧은 저녁시간을 위해 정성들여 몸치장을 한 밀너양은 오페라 박스석 문을 계속 바라보았지만 그 자리에 앉아 있는게 괴로웠습니다. 집에 간다고 덜 괴로울까요. 기다리는 엘름우드 경은 나타나지 않았고 제대로 된 사랑의 열정을 느껴본 사람이 거의 없기에, 제대로 된 질투의 열정을 느껴본 사람 역시 거의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 둘을 모두 경험해본 사람들에게 질투는 마음에만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라 신체의 모든 섬유조직이 질투의 희생물이 된다고 느꼈습니다. 오페라가 끝나자 마자 고통에서 빨리 벗어나기 위해 서둘러 계단을 내려가는데 누군가 다정한 목소리로 마차 타는 걸 도와 드려도 될까요? 라고 하는데 엘름우드 경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그러나 프레더릭 론리 경이었습니다. 마차가 집에 도착했을 때 엘름우드 경의 마차가 도착해 있었는데 그는 오페라에 오지 않고 샌퍼드 신부와 함께 펜턴 씨 저택에서 저녁을 먹고 오는 길이었습니다. 마음에도 없는 사람을 기다린 밀너양 자존심이 상할만도 한데 왜 오지 않았냐고 깍듯이 물어보는데 처음 당찬 모습은 점점 찾아 보기가 어렵습니다.


‘올바른 교육을’ 책의 마지막 문장입니다. 도덕적인 메시지와 순종적인 여성 인물들이 주를 이루던 18세기 중후반 영국 문학에서 저자 인치볼드가 만들어 내는 문학 세계는 독특했습니다. 자신을 이끌어줄 남자와 결혼으로 안착하는 착하디 착한 여성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제대로 된 사랑의 열정을 느껴본 사람이 거의 없기에, 제대로 된 질투의 열정을 느껴본 사람 역시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이 둘을 모두 경험해본 사람들에게 질투는 마음에만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닙니다. 너무 약해서 슬픔을 견딜 수 없는 마틸다는 정이 그리웠습니다. 아버지의 행복을 위해 한발 뒤로 물러섰고 리시브룩 도련님이 원한다면 자기 목숨보다 더 귀한 것을 달라고 한다면 다 줄 기세입니다. 당돌한 엄마와 인내하는 딸을 통한 단순한 이야기는불완전한 인간의 감정을 잘 표현한 작품이었습니다. 단순하지 않은 단순한 이야기 우리들의 이야기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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