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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의 시대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08
이디스 워튼 지음, 손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1월
평점 :

순수의 시대 ③ 어떻게 멈춰야 할지 몰라서 한 선택
아처가 볼 때 지금부터 하는 말은 칭찬인지 허물인지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그녀는 아마 평생 무슨 일이 일어날 때마다 최선을 다해 대처할 것이지만 정말 한순간이라도 과거를 돌아보고 앞날을 예측한다든가 하는 일은 결코 없을 터였다. 메이의 눈빛이 그토록 투명하고, 그녀의 얼굴이 한 개인이라기보다 하나의 유형을 나타내는 것처럼 보이는 까닭은 아마 삶에 대한 그런 무의식 때문이리라. 그녀는 마치 공공의 가치나 그리스 여신의 모델로 선택된 사람 같았습니다. 깨끗한 피부 바로 밑을 흐르는 그녀의 피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죽어가는 생명의 액체가 아니라 방부제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하지만 영원히 젊을 것처럼 청순한 얼굴 덕분에 그녀는 냉정하거나 아둔한 게 아니라 순진하고 순수해 보였습니다. 아처는 연민과 열정으로 엘런을 사랑하지만 어떻게 멈춰야 할지 몰라서 끝없이 흐르는 강물 같은 냉담하고도 막아낼 수 없는 상황에 떠밀려 결국은 메이와 결혼하게 되는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