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엔딩 크레딧 이판사판
안도 유스케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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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엔딩 크레딧 



책이 나오는 데는 작가가 쓰고 편집자가 만들고 마케터가 홍보를 하는 뒤편에서 누군가가 필름을 출력하고 인쇄판을 만들고 제본을 한다는 걸 독자들이 조금이라도 알아주었으면 한다는 출판사의 꿈이 있었습니다. 『책의 엔딩 크레딧』은 저자가 십여 권의 작품을 집필하면서도, 원고를 보내고 나면 정작 책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몰랐다는 사실을 깨닫고, 3년 넘게 인쇄업계를 취재하여 쓴 소설입니다. 책에도 영화와 같은 엔딩 크레딧이 있다면 기록해야 할, 책의 뒤편에 서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습니다. 책을 좋아해서 많이 읽었지만 한번도 생각해 보지 않는 책의 엔딩 크레딧 앞으로 책을 대하는 태도가 많이 변할 것 같습니다. 물론 좋은 방향으로 진심을 다해서 말이죠. 책을 만드는 모든 단계 뒤에 있는 보이지 않는 이름들의 엔딩 크레딧! 책의 뒤편에 서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스토리를 완성하는 것만으로는 책이 되지 않습니다. 인쇄 회사나 제본 회사가 책을 만드는 겁니다.“혼을 담아 쓴 이야기를 책이라는 물성으로 만드는 것이 우리의 사명입니다.”---p.11

‘별이 닿는 곳’ 이 ‘불이 닿는 곳’이 되어 버린 기억하고 싶지 않는 끔직한 일이 일어납니다. 1만부를 재인쇄 한다면 고스란히 적자이고 간행일에 맞출 수도 없는 상황 [슬로우 스타터의] 초판본은 어쩔 수 없이 세상에 그렇게 나왔습니다. 책의 탄생은 저자와 편집자, 여러 방면에 걸친 수많은 관계자에게 두루 축복받는 일이어야 하고 어쩔 수 없이 세상에 나오는 책은 애초에 있어서는 안된다고 저자는 생각합니다. 책을 읽다보면 가끔 오자를 발견할 때가 있습니다. 특히 초판본에 있는 일이지요.


“물이 새는 배는 조만간 침몰할 수밖에 없는 건가요.....” 무거운 짐을 바다에 던져서 선채를 조금이라도 가볍게 하는 수밖에 없다는 건가, 하지만 인쇄 회사가 인쇄기 하나를 버린다는 것은 엔진을 하나 떼어내는 것과 같다. ---p.473



영화 작은아씨들에서 둘째 가 자신의 책이 만들어 지는 모습을 지켜보는 장면이 인상적이어서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습니다. 책이 만들어 지는 과정은 종이의 숨소리를 들으며 잉크를 배합하고 그날그날 기계의 컨디션을 파악하여 설정을 결정하는 인쇄 기술자, 온도와 습도에 따라 잉크의 점착성을 판단하고 마른 뒤의 색까지 예측해 별색을 조합해 내는 제조 담당자, 뜻대로 되지 않는 종이 수급과 갑작스런 제작 변경에 따라 스케줄을 조율하는 인쇄 영업맨 등. 원고가 알루미늄 판으로 만들어지는 광경이나, 서로 달라붙지 않도록 하기 위해 용지 사이에 공기를 넣는 과정을 알게 되면서 책이 이런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작가는, 사양 산업으로 불리는 업계의 그늘과 이를 돌파하고자 하는 프로들의 자부심을 잉크 냄새 나게 묘사했습니다.



 대부분 책의 종이 성분의 약 8퍼센트는 수분이라고 합니다. 때문에 습도나 온도에 따라 미세하게 신축하고 변질될 수 있습니다. 책장에 오래도록 꽂아 놓았던 책이 누렇게 변한 모습을 안타깝게 본 적이 많습니다. 세월이 흘러 그렇게 꺼니 하면서도 속상한 적이 많습니다. 봄 부터 여름까지는 습도가 높아서 종이와 종이가 들러붙기 쉽고 공기를 충분히 넣어 주지 않은 채 급지부에 세팅하면 종이가 막히거나 여러 장이 한꺼번에 들어가는 겹침이 발생하기 쉽다고 합니다. 저자는 출간 직후 인터뷰에서 무대는 인쇄소, 등장 인물은 판권에 등장한 적이 없는 그림자 스태프들이라고 했습니다. 스토리를 완성해 글을 쓰고도 수많은 제작과정을 거쳐 많은 사람들의 수고가 이루어져야 책이 나오는 것입니다. 책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는 독자 뿐 아니라 의외로 작가들도 모른다고 합니다. 셀러리맨의 애환을 다룬 소설로 유명한 안도 유스케의 도요즈미가 이번에는 인쇄소를 배경으로 한 소설은 독자로서 책을 어떻게 진심으로 대해야 하는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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