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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순 살, 나는 또 깨꽃이 되어 - 이순자 유고 산문집
이순자 지음 / 휴머니스트 / 2022년 5월
평점 :

예순 살, 나는 또 깨꽃이 되어 / 완독
깨꽃은 직접 본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깨꽃에서는 고순 냄새가 난다고 하네요.나이 듦과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생의 마지막까지 희망하고, 사랑하고, 살아가기 위해 온몸으로 분투했던 이순자 작가는 연민과 사랑, 희망과 위트를 잃지 않으며 자기 존엄을 품위 있게 지켜낸 이야기를 담은 유고 산문집을 읽고 있습니다. 딸로, 어머니로 살아온 평생의 삶은 고통스럽기도 했지만 행복했던 일도 있을 것입니다.
<예순 살, 나는 또 깨꽃이 되어>의 이순자 작가는 문학상을 수상한 한 달 뒤, 고인이 되었습니다. 너무 늦게 만난 이 반짝이는 작가의 문장들과 성찰을 많은 독자들이 알아 봐주길 바라며. 저절로 폈지만, 고순 냄새를 풍기는 깨꽃 같은 글들을 남겼습니다. 며칠 전 유명배우의 갑작스러운 죽음이 있었습니다. 한번은 맞이할 죽음이 너무 갑작스러워 많이 안타까웠습니다. 그리고 인생이 참 덧없다는 것을 느낍니다. 저자가 세상에 남긴 희망하고, 사랑하고, 살아가는 이야기는 무엇일까요? 세상에 관한 애정을 잃지 않은 고인의 유고집이 가정의 달을 맞아 더 따뜻하게 느껴지는 책입니다.
고단한 세상살이에 누구의 삶이 시가 아니며, 누구의 삶이 수필이 아니며, 누구의 삶이 소설이 아니겠는가? ---p.87
이제 내 나이 예순아홉. 내년이면 일흔이 됩니다. 늘그막에 먹고살려고 학력과 이력을 속인 내 인생은 아이러니하다고 했습니다. 결혼 후 시어른들을 모시고 남매를 낳아 기르는 동안 한 번도 나 자신과 삶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볼 여유가 없었습니다. 우리내 여성들의 삶에는 자신의 인생보다는 가족과 부모님이 우선이고 또 그것이 하나 이상할 것도 없습니다. 종갓집 맏며느리로 온갖 일 다 겪으면서 그 고초가 나의 몫이라 여겼고 명절이면 100명의 손님을 치렀고, 시동생 결혼식 음식도 시할머니 상을 당했을 때도 집에서 300명 손님을 혼자서 감당했습니다. 왜 주변에 도와주는 사람이 한명도 없었는지 혹은 도움을 청하지 않았는지 답답했습니다.
중2때 알았던 청각장애를 딛고 뒤늦게 대학 공부를 해서 독서논술지도사 자격증을 따고 미술, 문학, 심리상담 자격증 등 끊임없이 자기계발에 정진해 가지고 있는 능력으로 자원봉사를 하는 저자에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이 모든 고통을 후회만 했다면 이런 결과가 있었을까요. 제인에어, 폭풍의 언덕, 니체 전집등 많은 책들을 읽으며 위로 받고 하고 싶은 말을 가슴속에서 하나씩 꺼내 글을 쓰며 문학 공부를 했을 저자를 생각하며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 실감나게 공감합니다. 지금 힘들다고 좌절하지 말고 고통 앞에 용기를 낸다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도 좀 고와지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