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의 사랑법 - 김동규 철학 산문
김동규 지음 / 사월의책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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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의 사랑법 완독

 

 

사랑은 절대적이며 무한하고 고독하다.” ---p.13

 

지금처럼 펜데믹이 장기화되면서 우리의 삶의 환경은 어지럽고 또 사회가 시끄러워도 사람들은 언제나 사랑과 우정 그리고 다정함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않고 아마도 사랑을 그리워 하는 지도 모릅니다. 김동규 찰학자는 세상물정과 철학, 시와 예술을 오고 가며 우리 시대의 사랑론을 깊이 성찰한 사유의 산물인 사랑은 플라톤의 에로스개념처럼 철학의 주된 사유 대상이고, 철학함의 본령을 이루기도 한다고 했습니다. 책에서 저자는 철학 산문이라는 에세이 형식을 빌려 호메로스와 플라톤에서 하이데거와 장-뤽 낭시에 이르는 철학자들, 김소월과 윤동주에서 고정희와 나희덕에 이르는 시인들, 그리고 오수환과 강영길 등에 이르는 예술가들과의 열띤 대화 속에서 우리 시대 사랑의 의미와 가치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입니다. 이 시대의 진정한 사랑법을 철학자를 통해 배워 보고자 합니다.

 

널 사랑한게 아니라 날 사랑한 거야. 나르시시즘은 이 한마디 말로 요약했습니다. 나를 진정 사랑할 줄 아는 사람만이 타자를 사랑할 수 있다. 부정할 수 없는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많은 이들이 놓치는 게 있다고 합니다. 이 말을 할 때, 대개 사랑의 대상으로서 나는 멋진 모습의 자아며 이상적인 자아이며 사회적으로 부러움을 받는 자아상입니다. 그런 나를 사랑하는 일은 어렵지 않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자신을 얼마나 사랑할까요? 다른 사람에게는 웃으면서 인사하고 너그럽게 관대한 편이나 자신에게는 모질게 대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비교 우위를 점하는 내 모습에 대한 사랑이 가능할까요. 그 사랑은 우월감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런 자기만족 도취에 빠지는 일은 결코 가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사랑을 믿되 그 사랑은 신뢰, 믿음을 동반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세상 어려운게 인간이 인간을 사랑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고독은 크게 두 가지의 종류로 나눴습니다. 상대적 고독과 절대적 고독으로 구분합니다. 우리가 경험하는 일반적인 것인 상대적 고독이고 인간이 근본적으로 사회적 동물이고 인간에게서 오는 고독 즉 외로움입니다. 그렇다면 절대적 고독은 누구나 자주 경험하는 고독이 아닙니다. 전통적으로 절대자는 신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존재의 근원인 유일자로서의 신에게 속한 고독입니다. 인간은 엄두도 내지 못할 고독입니다. 상대적 고독과는 차원이 다르고 신비주의자는 고독이라 명명하기도 어려운 고독일 것입니다.

 

책에는 오랜만에 읽는 상허 이태준의 수필고독이라는 짧은 글이 있어서 인상적이었습니다. 처마 끝 풍경 소리와 풀벌레 소리가 쓸쓸히 들리는 밤에 이태준은 나지막한 또 다른 소리를 듣는다. 고독의 소리를 듣는다. 흥미롭게도 그 소리는 아내와 두 아이가 잠을 자며 내는 숨소리다. “아내의 숨소리, 제일 크다. 아기들의 숨소리, 하나는 들리지도 않는다. 이들의 숨소리는 모두 다르다. 지금 섬돌 위에 놓여 있을 이들의 세 신발이 모두 다른 것과 같이 이들의 숨소리는 모두 한 가지가 아니다. 모두 다른 이 숨소리들은 모두 다를 이들의 발소리들과 같이 지금 모두 저대로 다른 세계를 걸음 걷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꿈도 모두 그럴 것이다.” 한 가족이지만 숨소리는 다르고 같은 어미의 배에서 나온 아이들의 숨소리도 제각각입니다. 저자는 절대 고독의 씨앗들이라 비유했습니다. 아내와 아이들의 숨소리를 읽는 가장이야 말고 그 고독을 읽어낸 사랑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인간이 인간을 사랑하는 것은 어쩌면 우리에게는 쉽고도 어려운 일일겁니다. 공허해진 마음을 사랑으로 다시 채워보면서 사랑의 의미를 되새겨 보는 좋은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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