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나무들은 - 최승자의 아이오와 일기
최승자 지음 / 난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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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8월에서 1995년 1월까지

살아 있는 내가 만들었던 살아 있는 추억의 기록”


 

최승자의 아이오와 일기 <어떤 나무들은> 최승자 시인의 두번째 산문집입니다. 1995년에 첫출간된 책으로 26년 만에 새롭게 출간되었습니다. 미국 아이오와주 아이오와시티 아이오와대학에서 주최하는 인터내셔널 라이팅 프로그램(IWP)에 참가하게 되어 첫 외국 여행을 떠난 시인이 1994년 8월 26일 일요일부터 1995년 1월 16일 월요일까지의 여정을 솔직담백하게 풀어낸 일기 형식의 산문입니다.

 

p.17 내가 ‘아 슬픔이여’라고 썼다면 그 슬픔이라는 단어는 그 컨텍스트 안에서 풍자 30프로, 경멸감 30프로, 진짜 슬픔 30프로 등등으로 그 뉘앙스의 비율이 나누어질 수 있기 때문에 그 비율까지 딱 맞는 영어 단어를 고르기란 하늘의 별 따기이다.

 

p.244 낯선 곳에서 뜻밖에 한국 사람을 만날 때의 이상한 느낌, 그걸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그럴 때 나는 왜 반가운 느낌이 아니라 어떤 서러운 느낌을 가져야만 하는 걸까? 마치 애국가를 들을 때 아무런 이유도 없이 눈물이 날 때가 있는 것처럼.

 

 

p.329 나는 언제나 나 자신으로 꽉 차 있어서 나 외부의 것에는 흥미를 느낄 여유가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나를 꽉 채우고 있는 나 자신은 죽음처럼, 송장처럼 내 내부에 누눠 있기만 한다. 이 내 내부의 송장을 어서 치워버리지 않으면 나는 언제나 이모양 이꼴로 살아야 할 것이다. 일어나 문을 열고 나로부터 나가다오. 누구든 내 인생에 있어서 액서사이저 역할을 해줄 만한 사람이 없을까?

 

 

최승자 시인은 “이 욕망의 거리에서, 아무 것도 쌓아둔 것이 없고, 아무 것도 기대하는 것이 없는 사람”만이 얻는 “슬픈 어깨”의 주인이면서, “그러나 어쩌면 우리가 마지막 기대야 할 어깨”이기도 하지 않겠나. 흔들리는 오늘과 밀려오는 미래 사이에서 울적하고 외로운 감정에 빠질 때면, 그는 이런 시인의 이런 책 구절에서 힘을 얻어 저를 일으키곤 하였다. 라고 했습니다. 어쩌면 그를 버티게 하고 살게 한 것이 시이며 책이었을 것이므로. 흘러가며 자신이 내어놓고 나누어줄 것 또한 시이며 글일 것이라 했습니다. 난생 처음 가본 나라에서 짧은 영어와 여러 가지 종류의 스트레스와 4개월 가량의 기간을 적응해 가며 매일 일어나는 일상을 기록해가면서 심정인 변화와 한층 더 성숙된 자신을 발견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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