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살았던 날들 - 죽음 뒤에도 반드시 살아남는 것들에 관하여
델핀 오르빌뢰르 지음, 김두리 옮김 / 북하우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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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살았던 날들 완독

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 지원도서입니다.


 

“히브리어로 묘지는 일견 터무니없고 모순된 이름으로 불린다.

‘베트 아하임Beit haH’ayim’, 이름하여 ‘생명의 집’ 혹은 ‘살아 있는 자들의 집’이다.”_책 속에서

 

예루살렘지가 선정한 2021년 영향력 있는 50인의 유대인 중 한 사람인 델필 오르빌뢰르는 프상스의 세 번째 여자 랍비입니다. 60만명의 유대인들이 살아가는 유대 공동체에서 2021 기준으로 여자 랍비는 단 다섯 명 뿐입니다. 이 책은 오르빌뢰르가 사람들에게 건네는 연대와 위로의 목소리입니다. 죽음은 그저 삶의 끝일 뿐일까요. 죽은 이들이 떠난 빈자리는 슬픔으로밖에 채울 수 없는 것일까요? 삶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고 생각한 죽음이 불쑥 우리 집 문턱을 넘었을 때, 그 당혹스러움을 어떻게 애도하고 위로할 수 있을지 책을 읽으며 생각해 봅니다. 당신이 살았던 날들은 이 죽음의 순간, 우리에게 필요한 바로 그 이야기들을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사는 세계는 2020년 전으로는 돌아가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지금도 세계에서 죽음의 천사는 거의 사방팔방으로 우리를 방문하고 모든 대륙의 문을 두드리기로 마음을 먹었다” 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죽음은 물러갈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물론 죽음은 여전히 우리의 집과 병원과 중환자실에서, 대개 코로나19 환자들의 목숨을 노리고 있고 인간이 이렇게 나약하고 무기력해지게 만들고 있습니다. 희망은 전혀 없는 것일까요 오랫동안 죽음 곁에서 애도자들과 함께해온 랍비 오르빌뢰르 저자는 우리 일상의 지각을 넘어선 경험들을 글을 <당신이 살았던 날들>에 적었습니다.

 

 

수많은 죽음에는 분명 이유가 있습니다. 원리주의에 희생당한 샤를리 에브도의 정신과 의사 엘자 카야, 그와 생전에 ‘죽음’과 ‘공포’를 주제로 서신을 교환했던 의사 마르크, 아우슈비츠에서 함께 살아남아 생의 마지막까지 특별한 우정을 나누었던 시몬 베유와 마르셀린 로리당, 자식에게조차 자신의 삶을 설명할 방법이 없어 끝내 침묵 속에 눈을 감은 홀로코스트 생존자 사라, 늘 같이 놀던 동생 이사악이 어디로 갔는지, 어디에서 그를 찾을 수 있을지 궁금해하는 어린 형, 병마에 시달리며 예전과 같은 ‘나’로 되돌아갈 수 없다는 절망에 빠진 친구 아리안과 그 끝을 예감하면서도 친구 곁을 지킨 오르빌뢰르 본인의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이야기들이, 마치 유대인들이 무덤 위에 올려놓는 조약돌처럼, 우리 안에 작지만 분명한 흔적을 남기게 됩니다.

 

 

예전과 달리 지금은 죽음에 관한 책들이 많이 출간되고 있습니다. 물론 죽음을 준비하는 책들도 많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는 죽음에 대해 말할 줄 모릅니다. 아마 죽음에 대한 선입견 때문인것 같습니다. “인생은 질문투성이인데 우리는 죽은 자들이 묻힌 땅 위에 서 있기 때문이다.”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죽음을 맞습니다. 그러나 그 죽음에 대해 누구도 이렇다 저렇다 단정할 수 없고 단정해서도 안된다고 합니다. 저자는 그것이 죽음에 대해서 내릴 수 있는 가장 정확한 정의일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유는 죽음은 말을 벗어나는데, 죽음이 정확히 발화의 끝에 도장을 찍기 때문이다.라고 합니다. 삶에서 죽음을, 죽음에서 삶을 생각하게 하는 오르빌뢰르의 이야기를 읽으며 죽음은 멀리 있지 않다는 것, 저자가 이야기하는 연대와 위로의 인상 깊은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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