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심연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김남주 옮김 / 민음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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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자신도 몰랐던 심연에 다가가기.”


슬픔이여 안녕,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등의 작품으로 잘 알려진 프랑스 현대 문학의 아이콘 프랑수아즈 사강의 미발표 유작 마음의 심연이 국내 초역으로 민음사에서 출간되었습니다. 소설, 에세이, 희곡, 시나리오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발표했고, 사랑에 대한 설득력 있는 심리 지도를 완성해낸 저도 좋아하는 작가입니다. 이번 작품은 열린 결말의 미완성 소설이고 사강의 아들 드니 웨스토프가 직접 찾아 엮어 낸 사강의 마지막 작품이고 영광스럽게도 서물은 아들이 직접 작성했습니다.



드니 웨스토프가 2004년 사강의 사망 이후 발견한 원고를 십여 년간 스스로 엮고 다듬어 나온 작품으로 불안하고 파괴적인 사랑의 감정 앞에 고민하고 위태로운 남녀의 사랑 사강의 문체로 그들은 두려움도 호기심도 부끄러움도 없는 또 다른 영역에서 서로를 발견했다. 그것은 운명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었을까요. 어쩌면 세상에 나오지 않았을 작품이라는 생각에 애정을 가지고 읽었습니다.



애도에는 여러 단계가 있다. 먼저 그 가혹함, 일상적인 진부함이 있다. 그로 인해 당신은 처음에는 얼떨떨했다가 이윽고 정신을 차리지만 주변에 완전히 무심해진다. 가까운 이들에게든 먼 이들에게든 ‘근신’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방황이나 권태에 자신을 방치했다가 차츰차츰 애도에서 벗어나 삶으로 돌아온다. 달라진 나날들이 펼쳐지고, 사랑하는 사람이 없는 시간, 곧 그와 당신의 관계가 사라진 시간이 이어지는 것이다. 이제 당신을 삶에 연결해 주는 것은 다른 어떤 존재, 다른 어떤 사건, 다른 어떤 행복에 대한 확신이 아니라, 태어나는 순간 생겨나 삶 안에 자리 잡고 있는, 엘뤼아르의 표현을 빌리자면 지속하겠다는 힘겨운 욕망‘ 뿐이다. - p.142



하늘은 그들이 마음을 졸이는 것을 즐기는 듯했다. 어떤 날은 맑은 가을 날씨고 햇빛이 오렌지빛으로 빛나고, 또 어떤 날은 무척 덥고 후텁지근했으며, 또 어떤 날은 비가 오고 천둥이 쳤다. 겨우 두 시간 동안 날씨가 딴판으로 달라져서 그곳이 투렌인지 노르망디인지 햇갈리기도 했다. 실내에 있어야 할지 실외로 나가야 할지 모두들 갈팡질팡했다. 그 와중에 귀도빅만이 아무런 동요도 없었다. 뤼도빅의 눈빛, 뤼도빅의 스웨터, 뤼도빅의 손, 뤼도빅의 행복은 요지부동이었다. 누군가에게 한결같은 사랑을 받는 것은 상대에게 자신에 대한 관심과 열정을 불러일으미는 것보다는 쉬웠지만, 그런 상대를 지켜보기만 하고 아무런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서 행복해 지기란 정말이지 어려웠다. -p.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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