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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 세계적 지성이 전하는 나이듦의 새로운 태도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이세진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11월
평점 :




‘나이가 들었으면 포기하라’는 건 이제 옛말 입니다. ‘포기를 포기하라’ ‘루틴으로 생활의 뼈대를 바로 세우라’ ‘당장 죽을 듯이, 영원히 죽지 않을 듯이 시간을 보내라’ ‘죽는 날까지 사랑하라’ ‘자기 한계를 분명히 알고 할 수 있는 일을 해내라’ 등 인생 후반의 시간을 반짝이는 기회로 단련할 찬란한 이야기들을 저자는 선물 합니다. 인생 100세 시대 그렇게 따지고 보면 이제 중반을 넘겼습니다. 생의 마지막 날까지 자신의 힘을 시험하라는 말 정말 저에게도 가능성 있는 이야기일까 궁금했습니다.
p.14 인간이라는 동물은 30세까지 자기는 늙지도 않고 천년만년 살 것처럼 느낀다. 그에게 생일은 재미있는 형식상의 절차, 무해한 표시일 뿐이다. 그다음부터는 10년 단위로 30대, 40대, 50대가 이어진다. 늙는다는 것은 달력 속으로 편입되는 것, 지나간 시대의 사람이 되는 것이다. 나이는 세월을 공감하게 하지만 세월을 비극적으로 만들기도 한다. 공통의 조건으로 한데 묶이고 그대로 휘둘리는 신세는 서글프다.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내가 꼭 그 나이인 것은 아니다. 서류상의 내 나이와 스스로 느끼는 내 나이 사이의 간극을 두고 하는 말이다. 요즘 시대에는 이 간극이 너무 크다.
p.276 젊을 때는 몸이 우리의 친구, 아니 하인에 더 가깝다. 우리가 따로 챙기지 않아도 알아서 회복되고 생각대로 착착 움직여준다. 때로는 몸이 기대 이상의 여력과 역량으로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한다. 그럴 때는 우리가 천하무적인 것 같다. 30세부터는 사정이 달라지고 몸이 지속적인 관심을 요구한다. 하인은 까다로운 주인이 되어 우리를 허구한 날 닦달하고, 이게 호들갑인지 걱정인지 헷갈리게 만든다. 지금 경각심을 가져야 하는 건가, 아니면 내가 너무 겁을 먹은 건가?
책에는 나이 듦을 생각하는 방식에는 두 가지가 있다고 합니다. 뛰어내릴 수밖에 없는 절벽처럼 생각하든가, 천천히 끝으로 나아가는 완만한 비탈길로 생각하든가, 물론 점진적 하강에도 기록은 있습니다. 어떤 노인들은 단순히 오래 살아서가 아니라 그 이상의 이유로 존경을 자아냅니다. 우리는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내 안의 나와 치열하게 고민하고 갈등하며 살고 있습니다. 하지 않은 행동, 하지 않은 말, 내밀지 않은 손, 우리는 어떤 사람을, 큰 타격이 되었을지도 모를 어떤 이야기를 놓치고 삽니다. 그 때, 그 자리에서 뭐라도 했어야 했을까 두려워 용기를 내지 못한 일들 기억하건데 분명히 있었습니다. 그러나 되돌아보는 것은 좋으나 후회할 시간은 가장 짧을수록 좋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할 일도 무궁무진하기 때문입니다.
지천명(知天命)을 넘어 귀가 순해져 모든 말을 객관적으로 듣고 이해할 수 있는 나이 이순(耳順)을 바라보니 하루하루가 소중하고 허투루 보내기 아까운 시간입니다.
저자는 프랑스 유수의 문학상을 석권하면서 뛰어난 문학성을 인정받은 소설가인 동시에 철학자 파스칼 브뤼크네르입니다. ‘나이듦’이라는 자칫 쓸쓸할 수 있는 화두에 대해 화려한 사색의 세계를 펼쳐 보여 줍니다. 1915년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때 사회가 이제 죽음을 자연스러운 일로 받아들이지 않고 질병이나 감염에 따른 우연한 사고처럼 생각 한다고 프로이트도 이야기했습니다. 1886년 레프 톨스토이는 <이반 일리치의 죽음>이라는 소설에서 죽음은 언짢고 역겨운 일, 입에 담기 곤란한 일이 되었다고 했습니다. 요즘 읽은 책들이 죽음에 관한 이야기가 많아서 잠시 우울해 지기도 했지만 죽음을 무섭고 두렵다고만 생각하지 말고 누구나 한번은 겪는 일이다. 라고 생각하면 오히려 삶이 더 건강하고 행복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