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르니카의 황소
한이리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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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르니카의 황소 / 한이리장편소설/ 은행나무

네이버독서카페 리딩투데이 지원도서입니다.

 

p.11그날 이후 내 방은 온전히 게르니카만을 위한 공간이 되었다.

 

어머니는 하느님을 믿는 사람이다. 그녀는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닭을 자르던 부엌칼을 들고 거실에서 <두 남자와 1/2>을 보던 남편에게 다가가 남자를 거의 둘 또는 1/2로 만들었다. 소설의 잔인한 첫장면은 이렇게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주인공 자신까지 죽이려 있으나 칼날은 2인치쯤 피해 왼뺨을 공격했는데 다행히 죽음은 면했습니다. 무엇이 엄마에게 그런 행동을 하게 했는지 <게르니카>를 처음 본 순간을 기억하며 흥미롭게 전개되는 <게르니카의 황소>는 제9회 대한민국콘텐츠대상 대상 수상작으로 폭력으로 분열된 심리의 표면을 예리하게 포착하는 웰메이드 심리스릴러입니다.

 

 

P.27 “예술은 인간의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한가지 수단일 뿐이다. 그 반대가 되어선 안돼.”

 

 

어린 시절 피카소의 게르니카에 매료되어 화가가 되기로 한 케이트는 그림에서 황소가 튀어나와 자신을 공격하는 환영에 사로잡혀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약을 복용하게 되지만 더 이상 예술가로서의 영감을 얻을 수 없게 됩니다.

 

약을 먹는 것을 중단하고는 꿈이 내 그림을 훔쳐갔다고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게 되며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이 안되는 일들에 사로잡혀 불안감에 휩싸인 채 일기를 써서 기록하기로 마음먹습니다. 그녀는 꿈속에서 본 그림을 현실에 구현하기 위해 애쓰다가, 자신이 미술교사로 근무하고 있는 병원의 비밀병실에 갇혀 있는 에린이란 환자를 만나는 꿈을 꿈니다. 에린의 파격적이고 어디서도 본적 없는 날것의 그림은 케이트의 정신을 압도당하고 케이트는 그녀의 그림을 받아내는 조건으로 에린을 꿈속 정신병원에서 탈출시키기로 합니다. 혼란한 심리상태를 잘 묘사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꿈이 지나치게 생생하게 느껴지는 것도 일종의 정신병일까요? 그림을 그리고자 하는 강렬한 욕망을 가진 케이트는 그렇게도 아끼던 <게르니카> 앞으로 다가가 캔버스 중앙 한복판 부터 나이프를 사용해 찢겨 나가게 합니다. <게르니카>는 케이트에 의해 함락되어 갔습니다. 꿈속에서 에린이라는 여자의 걸작을 보게 되면서 그림을 현실에서 구현하기 위해 꿈속의 에린과 거래를 하게 됩니다. 에린은 위험한 인물일까요? 학부시절에 학교에서 밤새 작업을 하고 싶어서 공동작업실 열쇠를 몰래 복사할 생각을 했을 때 레이첼이 떠오른건 어쩌면 이건 내 피 속에 들어 있는 친엄마의 광기와 함께 물려받은 재능인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현실에서는 내가 발견하지 못했던 케이트는 그 문을 열고 싶었던 것입니다.

 

 

에린은 내 어릴적 그림자라는 것, 내가 외면하려 하는 나 자신의 가장 열등하고 끔직한 면이 인격화된 형태로 나타난 존재하는 것 이제 하나씩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p.294 내 어머니란 작가는 몇십만 달러란 돈에 망설임 없이 나를 팔아넘겼던 것이다. 그리고 내가 안 가겠다고 떼쓸까 봐 우빠가 그 집 딸을 치어 죽였다고 거짓말을 했던 것이다.

 

 

꿈에서 잃어버린 그림을 현실에 되살려내기 위해 치러할 대가를 지불하고 꿈은 그림을 돌려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죽은 그 애 대신 그 집가서 그 애 몫까지 열심히 살아라. 끔찍하고 소름돋는 반전 작가는 꿈과 현실, 욕망은 트라우마로 남으며 한 여성의 심리를 강렬하게 묘사합니다. 긴박감 넘치는 이야기와 몰입감 있는 전개에 독자인 저는 순식간에 작품에 빠져들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는 책입니다. 작품의 중요한 결말 부분은 말을 하고 싶어도 아껴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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