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혹은 그림자 - 호퍼의 그림에서 탄생한 빛과 어둠의 이야기
로런스 블록 외 지음, 로런스 블록 엮음, 이진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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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표적인 사실주의 화가 에드워드 호퍼는 1882722, 뉴욕주 어퍼나이액에서 태어나 1967515일 뉴욕시티 워싱턴스퀘어 인근에 위치한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사망했습니다.미국인의 삶과 고독, 상실감을 탁월하게 그려내 그의 이야기를 읽으며 기쁨을 얻는 사람이건, 이야기를 들려주며 기쁨을 얻는 사람이건, 우리는 어느 순간 에드워드 호퍼의 팬이 되고 만다고 작가는 말합니다. 호퍼는 캔버스 위에 펼쳐진 시간 속의 한순간을 우리에게 보여주며 거기에는 분명히 과거가 있고 미래가 있지만, 그것을 찾아내는 일은 우리 자신의 몫이라고 했습니다. 이 책은 아름다은 그림을 감상하면서 17편의 소설을 읽어 내려가게 됩니다.

 

 

예술가 남편을 미행한 아내의 일탈 혹은 새로운 삶의 시작하는<누드 쇼>, 신을 믿지 않지만 종교인으로 살아온 목사의 이야기<직업인의 자세>, 자신의 아파트 창문으로 건너편 아파트의 여성 입주자들을 관찰하는 남자의 소설 <밤의 창문> 다음날 자살을 예고한 남자와 하룻밤을 보낸 여자 <햇빛 속의 여인> 등 다양한 인물이 등장하는 17편의 단편은 그 자체만으로도 절대적으로 뛰어나며 최상급이다. 호퍼의 그림이 평범하고 일상적인 공간 속 어느 한 장면을 마치 시공간을 초월한 듯한 낯선 모습으로 그려낸 것처럼, 이 책에 실린 단편들도 때로는 익숙하게 때로는 낯설게 다채로운 이야기를 풀어냈습니다. 호퍼 그림이 그려진 20세기 초중반의 사회상, 특히 여성의 삶이나 인종차별을 주제로 한 작품이 있는가 하면

표지의 그림 <케이프코드의 아침>도 있습니다.

 

p.157 (1110일의 사건 중에서) 그는 우리 조국에서 부흥하고 있는 예술에 대해 설명하면서 혁명의 목표를 완수하기 위해 분투하는 소비에트의 예술가들을 치하했습니다. 그는 가족들에게 레닌 동지 이후 우리 문화의 특징으로 자리잡은 사회주의리얼리즘 운동에 대해 열변을 토했고, 우리 조국의 가치관을 떠받치는 4대 기둥이라고 말할 수 있는 당성, 이념성, 계급성과 진정성을 훌륭하게 실현하고 포용하는 작품들에 대해 열정적으로 논의했습니다.

 

 

p.413 (자동판매기 식당의 가을 중에서) 당연히 5센트를 더 쓰는 편이 나았다. 엘프리드의 경멸이 두려워서는 아니었다. 그녀가 무얼 먹는지 그게 얼마인지 그는 알지 못할뿐더러 관심도 없었다. 한편으로는 희망이고 한편으로는 두려움이었지만, 그 모든 것이 죽음과 함께 끝나지는 않았다. 어쩌면 그 고매한 이성, 날카로운 지성, 풍자적인 유머는 그 나머지가 전부 땅속으로 들어가고 난 이후에도 어떤 존재의 차원에서 여전히 살아남은 것 같았다.

 

 

<빛 혹은 그림자> 책 제목이 매혹적으로 다가왔습니다. 호퍼가 형체와 색, 특히 빛과 어둠을 그리는 데 전념했기에, 소설가들은 그의 그림에서 빛과 그림자를 지닌 삶을, 그리고 강렬한 이야기를 거부할 수 없이 읽어내는 것이라고 작가는 말합니다. 가을과 참 어울리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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