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한 이름 - 미술사의 구석진 자리를 박차고 나온 여성 예술가들
권근영 지음 / 아트북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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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과 닮은 책 <완전한 이름>완독

 

 

지난달에 정과 한의 화가 천경자화백의 책을 읽었습니다. 화려한 색체의 작품들을 보면 인생도 화려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대중적으로 사랑을 많이 받은 반면 화가의 인생은 고통의 연속이었습니다. <완전한 이름>의 책 표지의 자화상 여인의 모습이 많은 말을 하고 싶지만 꽉 다문 입술을 보면 차마 말 할 수 없는 여자의 인생을 표현하기라도 한 모습입니다.

누구의 아내, 한 아이의 엄마로서만 살려고 태어난 것은 아닐텐데 완전한 이름으로 부르는 것이 불가능했을까요? 미술사도 살펴 보면서 여성 화가들의 발자취를 오늘 따라가 봅니다.

 

 

 

버지니아 울프에게는 언니가 있었습니다. 친언니 버네사 벨[Vanessa Bell] 은 영국 출신의 화가이며 실내 장식가. 20세기 초 영국 예술가와 지식인의 모임인 '블룸즈베리 그룹'을 결성하였으며, 오메가 공방의 책임자로 예술을 실생활에 응용하는 새로운 감각을 보여준 화가입니다. 버지니아는 자기만의 방에서 “이제 나의 신념은 글 한 줄 쓰지 못한 채 교차로에 묻힌 이 시인이 아직 살아 있다는 것입니다. 그녀는 여러분 속에 그리고 내 속에, 또 오늘밤 설거지하고 아이들을 재우느라 이곳에 오지 못한 많은 여성들 속에 살아 있다고 했습니다.” 자매의 일생은 확연히 달랐습니다. 버지니아는 거의 평생 글을 쓴 반면에 언니는 자기의 시간을 자유롭게 누리지 못하고 부양가족의 욕구와 잔신의 야망 사이에서 힘겨운 선택을 한 워킹맘이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어땠을까요? 가부장적인 집안에서 남자가 부엌일을 한다는 건 감히 생각해 볼수도 없는 일입니다. 세월이 지나 똑같이 교육을 받았어도 여성은 결혼과 동시에 집안일과 육아에서 헤어나오지 못합니다. 책에는 100년전 스코틀랜드 화가 엘리자베스 키스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모두의 축복을 받으며 평생 가장 화려하게 치장한 날 신부는 연지 찍고, 족두리 쓰고 원삼을 걸치고 먹지도 못하고 심지어 걷지도 못하고 앉아 있는<신부> 모습을 그림으로 남겼습니다.

 

p.112 사진은 시선의 감옥, 모성애, 현모양처 되기의 감옥에서 문을 저 너머를 바라보는 순간을 포착했다. “갇힌 몸, 정처 없는 마음‘ 연작은 일상 공간 속 여자들에 주목했다. 가족들에게는 쉼터이지만 여자들에게는 일터이고, 때론 지겹고 무섭고 끔찍하지만 탈출할 수 없는 그 공간 말이다.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았던 여성 미술가들의 흔적을 찾아 보겠다는 작가의 일념으로 소외되고 외로움 속에 예술가의 길을 걸었던 화가들을 만나 볼 수 있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생전에 작품활동을 활발히 할 수 있었다면 지금의 남성주류의 무대에 당당히 설 수 있었을 것입니다. 어떻게 살고 싶은지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인지, 나는 누구인지 또 우리는 누구 엄마, 누구 부인이라고 하지 말고 사회에서도 미스xx 라고 하지 말고 당당히 상대방의 아름다운 이름을 꼭 불러주길 소원합니다. 신선하고 참신한 책 완전한 이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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