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주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01
에밀 졸라 지음, 유기환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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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주 완독

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 선물도서입니다.

 

삶이란 매 순간 전쟁이 아닐까 <패주>를 읽으면서 생각해봅니다. 자연의 조건 그 자체가 지속적인 전투, 가장 강한 자의 승리, 행동으로 유지되고 쇄신되는 힘, 죽음에서 늘 새롭고 신선하게 부활하는 생명이 아닐까?라고 에밀졸라는 이야기합니다. 전쟁소설에 이렇게 멋진 글이 숨어 있습니다. 이 짧은 문장속에 패주의 장대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한 인간이, 한 국가의 국민이 겪는 참혹한 전쟁속에서의 완전하고 위대한 영웅의 이야기는 자연주의 거장 에밀 졸라의 대작으로 1892년 프로이센-프랑스전쟁(보불전쟁)1871년 노동자들의 봉기가 일어난 파리코뮌을 배경으로 파멸하는 한 시대를 그린 작품입니다. 목로주점 이후 에밀졸라의 작품을 큰 기대를 갖고 오랜만에 읽어 봅니다.

 

p.82 하나의 패권 시대가 끝나고 또다른 패권 시대가 시작되는 것을 뜻할까? 하기야 더이상 노력하지 않는 나라에게 불행이 닥치고, 미래를 향해 가는 나라, 가장 합리적이고 건강하고 강고한 나라가 승리하는 게 당연하잖아!

 

 

라인강으로 40만 병사를 투입할 것, 프로이센군이 전투 준비를 완료하기 전에 라인강을 건널 것, 강력한 기습 공격으로 납부 독일로부터 북부 독일을 갈라놓을 것. 게다가 압도적 승세를 바탕으로 오스트리아와 이탈리아를 즉시 프랑스 편에 세울것 초기부터 모리스는 거창한 계획을 세우고 승리를 절대적으로 확신했습니다. 그러나 신속한 결정을 내릴 수 없는 병든 황제로부터 시작된 군대는 조직을 와해시키고 병사들의 사기를 꺾고 군대를 돌이킬 수 없는 재앙 속으로 몰아넣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이 전개됩니다.

 

전쟁소설을 읽을 때 공통적으로 드는 생각은 최말단의 군인들이 제일 불행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기고 있는지 패하고 있는지의 상황도 모르고 그냥 위에서 시키는 대로만 하면서 본능으로만 움직이고 있는 모습입니다. 전쟁의 공포가 두렵지 않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습니다. 농부와 지식인 사이에 존재하는 본능적인 반감, 계급과 교육의 차이에서 오는 혐오감이 육체적인 불편함으로 전이되는 전시상황 속 모리스는 그런 서글픔으로 고통스러운 악몽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승리를 거둔 쪽도 패한 쪽도 전쟁을 마치게 되면 밀려드는 허무감과 몸과 마음의 상처는 양쪽다 마찬가지일거라고 생각됩니다. 마르페 포병대와 프레누아 포병대의 포화는 더 격렬해지고 황제도 이제 패전이 확실해졌다고 느끼고 있었습니다. 들판에 널려있는 시체에 시체를 보태는 것이 무슨 소용일까 더 많은 희생자를 낼 이유가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표지의 그림이 안타깝고 인상적인데요. 그림은 프랑스 화가 에밀 베트셀레르가 그린 <잊힌 자!> 1872년 작품입니다. 보불전쟁 당시 다시 부상으로 눈밭에 쓰러진 그병사는 구급마차에 실리지 못하고 잊힌, 테오도르 라랑(1845-1881)이라는 청년 병사라고 합니다. 전쟁의 슬픔이 얼마나 참혹하고 무서운지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프랑스군은 프로이센군에게 몰려 후퇴를 거듭하고 2만명이라는 많은 사상자를 내면서 나폴에옹3세는 마침내 항복을 선언하면서 끝이 나고야 말았습니다. 1871128일을 끝으로 제2제정은 종말을 고하게 되면서 <패주>말 그대로 전쟁에서 져서 달아나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보불전쟁은 방황하는 노동자, 부르주아, 농민 병사들의 아픈 비애를 그린 19세기 프랑스문학의 금자탑으로 손꼽히며 에밀졸라의 작품을 오랜만에 다시 접하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전쟁을 겪지 않고 편안한 삶을 영위하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모르는 지금 세대들, 하지만 총, 칼 없는 전쟁을 치루는 수많은 사람들, 문학작품을 통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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