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끝이 당신이다 - 주변을 보듬고 세상과 연대하는 말하기의 힘
김진해 지음 / 한겨레출판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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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1 우리는 언어가 쳐놓은 거미줄에 걸린 나방이다. 태어나자마자 따라야 할 말의 규칙들이 내 몸에 새겨진다 여기서 빠져나오려면 언어의 찐득거리는 점성을 묽게 만들어야 한다. 시는 우리를 꼼짝달싹 못 하게 옭아맨 기성 언어를 교란하여 새로운 상징 세계로 날아가게 하는 로켓이다. 거기에는 새로운 언어, 새로운 세상에 대한 그리움이 담긴다. 하여 진부한 기성 언어에 싫증이 난다면 짝퉁시인이 되어 보자.

 

 

당신이 어제 오늘 보낸 문자나 채팅 앱을 다시 열어 살펴보면 용건은 빼고 말끝을 어떻게 맺고 있는지 살펴 보라고 합니다. 친한지 안 친한지, 기쁜지 슬픈지, 자신감이 넘치는지 머뭇거리는지 윗사람인지 아랫사람인지 다 드러난다고 합니다. <말끝이 당신이다>20년 넘게 학생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쳐온 김진해 교수가 말과 글에 관한 에세이로 말에 담긴 의미와 어조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언어와 인간, 언어와 사회를 돌아보게 합니다. 그동안 무심하게 사용했던 글과 문자들을 되돌아 보는 소중한 시간입니다.

 

 

p.36 우리는 제 뜻을 관철하려고 말의 순서까지도 골몰한다. 먼저 말하기, 나중에 말하기, 중간에 끼워 말하기를 적절히 택한다. 듣는 사람도 능동적이다. 말하는 사람의 의도대로 듣기도 하지만,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말하기의 순서에서도 무의식이 드러나는데 심리학에서는 맨 먼저 들은 말을 더 오래 기억한다는 의견과 제일 늦게 들은 말을 더 오래 기억한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갈린다고 합니다. 발표나 면접등 중요한 일에 자신의 의견을 상대방에게 바르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초두효과나, 최신효과의 두 가지 방법을 잘 생각해서 표현해 내야 하겠지요. 언어학자로서 한 사회의 시민으로서 저자의 시선이 느껴지는 책입니다.

 

 

p.117 거짓말의 기준 세 가지, 사실이 아닐 것, 자신이 믿는 것과 하는 말이 정반대임을 알고 있을 것, 상대방을 속이려는 의도가 있을 것, 이중에서 한두 가지가 빠지면 착각이거나, 실수, 기억의 오류, 아니면 농담이나 과장이다.

 

 

거짓말은 상호적이라고 합니다. 말 자체로는 성립하지 않고 한 손으로 손뼉을 못 치듯이 동의하고 속아 넘어가는 사람이 있어야 비로소 완성이 된다고 합니다. 때로는 거짓말인 게 뻔한데 속아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선거철에 많이 나오는 공약 어떤가요. 일단 입 밖으로 꺼낸 말에는 책임을 져야 합니다. 그렇지 못하면 거짓말인거죠. 작가는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사기꾼 보다 무섭고 10원짜리 한 장보다 가벼운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p.129 문장은 단어를 나열하여 사건이나 상태를 설명한다. 단어가 많아지면 기억하기가 어렵다. ‘하늘이 흐려지는 걸 보니 내일 비가 오려나 보다라는 문장을 한 달 뒤에 똑같이 되뇌일수 있을까? 이걸 하흐내비라고 하면 쉽다. 매번 속을 까보지 않아도 되는 캡슐처럼 복잡한 말을 단어 하나에 쓸어 담는다.

 

 

웃프다 ,소확행, 아점, 낄끼빠빠 ,듣보잡, 먹튀처럼 짧아져도 그 뜻을 완벽하게 전달할 수 있는 줄이말 들을 많이 씁니다. 편리하기도 하고 또 유행처럼 번져서 혹시 모르면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소리를 간혹 듣기도 했습니다. 언어를 파괴한다고 신조어 줄임말을 사용하지 말자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작가는 말은 지켜야 할 성곽이 아니라 흐르는 물이다라고 했습니다. 그러니 가둬둘 수 없다고 합니다. 한글 고유의 말을 해치지 않는 적당한 선에서는 좋다고 생각합니다. 책에는 당신에겐 어떤 문장이 있는가? 당신에게 쌓여있는 문장이 곧 당신이다.

주변을 보듬고 세상과 연대하는 말하기의 힘 <말끝이 당신이다>는 세상을 살아가는 인간으로서 세상을 고르게 보려는 저자의 시선이 눈에 띄는 아름다운 책입니다. 가을, 말끝이 예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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