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광유년
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 자음과모음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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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늙은 소가 황혼의 일광 속으로 수레를 끌고 가는 것처럼 아주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버러우산맥의 깊이 파인 주름 안에서 죽음은 예나 지금이나 산싱촌 만을 편애했습니다. 란, 두, 쓰마 성을 가진 사람은 목구멍이 아프기 시작하면서 죽어가기 시작했고 이유는 아무도 몰랐습니다. 익수탕을 마시면 살 수 있을까요? 마을의 대를 잇는 참혹의 세월을 기록하며 <일광유년>은 그렇게 시작됩니다.

p.189 “어느 집이든 링인거 건설에 돈을 내거나 노동력을 제공해야 합니다. 돈도 내지 않고 노동력도 제공하지 않고서 링인거가 개통된 뒤에 감히 그 물을 한 모금이라도 마셨다가는 그 집 문을 부숴버릴 테니 그리들 아시오.”

마흔 넘어서 까지 살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요? 지금 마을에서는 수로 굴착에 참여해야 하는데 진으로 장사를 하러 가는 사람이 있으면 다리를 부러뜨려 혼줄을 내겠다고 쓰마란이 겁을 줍니다. 또 과부들은 20일 동안 지우두에 가서 몸을 팔아야 한다니... 이해 할 수 없는 일들이 계속 일어납니다. 아무튼 수로가 개통이 되면 사람들이 더 오래 살게 되고 삶은 정상으로 돌아오리라는 희망으로 버티는 중입니다.

란쓰스는 아버지 란바이수이와 어머니 메이메이의 무덤을 찾아가 한나절이나 멍하니 서서 쉬지않고 봉분만 바라봅니다. 그녀는 부모의 일생을 추억했는지 자기 인생의 결말에 대해 사유했는지, 마을의 자잘한 일들을 생각했는지 그리고 큰언니 란지우스, 둘째 언니 란바스, 셋째 언니 란치스, 넷째 언니 란우스의 무덤을 차례로 찾았습니다. 란쓰스를 위해 수로공사를 하고 있는 쓰마란을 위해 그녀는 꼭 살아야 했습니다.

링인거 수로가 거의다 완공되었고 이제 마을에서 세 살짜리 아이가 죽는 것도 호상이 될 것이고 조상 몇 대를 다 따져봐도 산싱촌에서 지금보다 기쁜 날은 없다고 쓰마란은 말합니다.

오늘까지만 울고 내일부터는 누구도 마을에서 울음소리를 내지 말라고도 했습니다. 이제 마을사람들은 어떻게 될까요.

p.492 목구멍에 병이 난 마을 사람 열두 명 가운데 열한 명이 죽고 나서야 마을 사람들은 마침내 살아남은 유일한 한 사람이바로 란바이수이의 아내인 두메이메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하여 또 모두들 3년이라는 세월 동안 집집마다 제각기 살길을 찾아야 했다.

마침내 그들은 링인거 수로가 개통되는 날을 맞았습니다. 그런데 물에서는 고약한 냄새가 나고 두바이가 수로의 물을 한 움큼 떠서 코에 대고 냄새를 맡더니 곧바로 물을 버렸습니다. 링인거 수로가 시작 되는 지점에 가보니 그곳의 향성은 이미 경성으로 변했고 양옥집과 공장들이 가득했고 수로의 물은 대소변처럼 더러웠습니다. 촌장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쓰마란이 뒤를 이어 촌장이 되었습니다. 유일하게 살아남은 두메이메이는 흙에서 자란 양곡을 먹었는데 목구멍에 병이 났음에도 살아갈 수 있었던 이유였습니다. 확신은 없었지만 뭐라도 해보고 싶은 마을 사람들의 심정을 이해해봅니다. 이제 황무지에 흙을 갈아 엎어서 전부 새 흙으로 바꾸는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p868 쓰마란이 괭이와 호미 자루를 뚫어져라 쳐다 보았다. 호미 자루가 전부 두 배 길이로 자라나 있었다. 뽕나무 갈고랑이와 써레도 들어 올릴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문틀도 성문처럼 넓고 높아졌다. 나뭇가지는 구름층에서 한들거렸고 참새들은 화살처럼 빠르게 날아다녔다.

쓰마란은 생각합니다. 자신이 눈 깜짝할 사이에 어른이 되고, 그 뒤로는 성년의 모습에 그대로 멈춰 있었으면 사람이 영원히 사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먹고 입는 것이 부실하고 매일 괭이와 삽을 메고 일을 해야 하며 살아 있는 것이 죽는 것보다 낫다는 생각을... 쓰마란과 쓰마루, 란쓰스, 주추이가 생전 처음 사람의 피부를 잘라 파는 일을 경험하게 됩니다. 주먹을 움켜쥐고 미세한 소리에 집중합니다. 칼을 들고 옥수수 잎을 한꺼풀씩 벗겨내는 것처럼 선명하고 또렷하게 말이죠. 그리고 피 비린내 나는 냄새. 산싱촌 사람들은 태어나고 또 죽음을 맞이하는 반복된 일상이 소설속에 있습니다. 그러나 그 죽음은 원인 모르는 병 때문이죠. 피부를 한번 팔아야 양고기만둣국 열 솥을 살 수 있는 삶, 마흔이 되기 전에 생을 마감하는 일 , 촌장이라는 하찮은 권력, 인간의 욕망들을 다룬 <일광유년> 은 루쉰문학상에 빛나는 옌롄커의 작품이었습니다.

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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