핏빛 자오선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78
코맥 매카시 지음, 김시현 옮김 / 민음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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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미국 서부와 멕시코를 배경으로 한 서부 소설인 <핏빛 자오선>은 인간의 생존 앞에 선한 사람은 없는 코맥 매카시의 작품입니다. 이름 없는 소년은 비쩍 마른 몸에 너덜너덜 해어진 얇은 린넨 셔츠 하나 걸치고 테네시에서의 어린시절을 보내다 열네 살에 가출을 하면서 시작됩니다. 세인트루이스에서는 몰타 출신 갑판장이 소년의 등 뒤에서 총을 쏘게 되고 술집 안주인의 간호를 받다 돈이 없는 관계로 그곳에서도 도망을 치는데... 소년이 만나는 사람들 어느 누구 하나도 친절하지 않고 적대적인 상황이 펼쳐집니다. 작가의 작품은 2008[로드] 로 처음 만나게 됐습니다. 매카시만의 날카로운 사실성과 초현실적인 문체에 관심이 가서 읽게 된 책입니다.

 

p. 34 노인이 몸을 돌려 뒤적뒤적 가죽 사이에서 자그마하니 시커먼 것을 꺼내 모닥볼 너머로 건넸다. 소년은 받아 들었다. 말라서 거뭇해진 사람의 심장이었다. 소년이 도로 내밀자 노인은 무게를 어림하듯 심장을 손바닥에 올려놓았다.

 

 

p.158 계약이라는 것은 무릇 인간의 판단 이상으로 쉽게 깨지는 법이다. 흑인 잭슨이 파이프에서 고개를 들었다, 불가에 둘러앉은 사람 중에는 두개골에 박힌 뜨거운 석탄 같은 눈으로 불을 응시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이도 있었다. 하지만 흑인의 눈은 다듬어지지 않은 벌거벗은 밤에 나룻배가 정박지에서 나와 다음 정박지로 가는 물길처럼 깊었다.

 

 

미국 모든 이주민들이 그렇듯 소년은 정처없이 방황하며 약탈과 살인이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미국의 서부 지대를 지나갑니다. 폐허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저주 받은 땅을 지나고, 노새나 말의 부풀어 오른 시체를 시시때때로 스치며 하루종일 걸으며 가지고 있던 물은 바닥이 나고 모래위에서 잠을 자다가 새벽의 냉기에 깨는 날의 연속입니다. 아침에 부대는 약탈당한 인디언 마을을 통과했고 사슴 가죽은 땅바닥에 널브러져 있고 원시적인 도살장의 자갈 바닥에 흩어져 있었습니다. 소년의 방황은 언제 끝이 날까요. 오늘 당장 길에서 죽음을 당한다고 해서 하나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 전개됩니다.

 

p.177 두 무리는 자정의 고원에서 헤어져 서로가 온 길을 되짚어 나아갔다. 여행자란 으레 다른이가 이미 걸어간 길을 끝도 없이 가야 하는 운명이기에.

 

 

부대는 다시 행군을 시작했고 북진하는 이틀 동안 델라웨어 인디언이 멀리 산봉우리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를 읽어 냈습니다. 하지만 사흘째 부터는 연기가 전혀 피어오르지 않았습니다. 황혼녘에 그들은 행군을 멈추고 모닥불을 피워 사슴 고기를 구웠고 짙은 어둠이 사위를 에워싸 별 하나 보이지 않았고 다시 행군하다 쉬기를 반복, 소년은 전직 신부 토빈에게서 빌린 송곳으로 사죽 끈을 손질합니다. 하느님이 소년에게 손재주의 재능을 나눠주셨습니다. 전직 신부는 세상 만물은 하느님의 뜻에 따라 이루어지고 아무리 하찮은 미물에게도 하느님의 말씀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소년을 하찮은 미물에 표현하시다니,,, 인디언처럼 안장도 없이 말을 타거나 밤새 잠을 자지 않고 박쥐를 지켜보는 등 전직 판사는 종교인이었다는 것이 심히 의심스러워졌습니다.

 

p.426 전쟁이 성스러운 것이 아니라면 인간은 괴상한 흙뭉치에 불과해. 심지어 그 멍청이도 나름대로는 자신의 신앙에 충실했지. 어떤 인간도 자기 그릇 이상으로 행동할 필요는 없고, 자기 그릇을 다른 이와 비교할 필요도 없네. 그저 공익을 위해 자신의 심장을 바치기만 하면 되었는데 한 사람만은 그러지 않았지. 그게 누군지 말해 보겠나?

 

 

판사는 창살 사이로 소년을 바라보며 사람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것은 빵의 공유가 아니라 적의 공유다. 하지만 내가 자네 적이라면 누가 자네 편엔 설 것 같은지 물었습니다. 누가? 신부가? 그는 지금 어디 있지? 스페인 신부가 창살 너머로 물을 뿌리며 소년에게 세례를 해주고 소년은 감옥에서 풀려났습니다. 그리고 미주리주 출신의 선장이 운영하는 배에 오릅니다.

 

코맥 매카시의 작품 <핏빛 자오선>2008<로드>를 읽고 한참 후에야 만난 작품입니다. 국경의 삼부작 1992 모두 다 예쁜 말들, 1994 국경을 넘어, 1998 평원의 도시들과 초기작 <핏빛 자오선>은 미국 테네시주 이름 없는 어린 소년을 주인공으로 19세기 미국 서부와 멕시코를 배경으로 한 서부소설로 미국인이든 멕시코인이든 아파치 모두가 생존을 위해선 인간이 욕망은 냉혹하고 어둡게 표현해 내고 소설의 대부분은 실화에 기초한 것이 많다고 합니다. 미국과 멕시코간의 영토분쟁 1848년 미국의 승리로 국경선이 그어졌지만 쿠데타와 인디언들의 반란 속에 그들이 어떠한 삶을 살면서 생존을 유지했는지를 잘 표현한 작품입니다.

 

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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