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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싱 - 백인 행세하기
넬라 라슨 지음, 서숙 옮김 / 민음사 / 2021년 7월
평점 :

패싱passing은 1920년대 할렘 르네상스 시대에 촉망받은 흑인 여성 작가 넬라 라슨의 대표작입니다. 1891년 시카고 서인도제도 출신의 흑인 아버지와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검은 피부색으로 인해 일찍 인종차별을 겼었습니다. 작가가 경험한 이야기를 작품속 인물들에게 표현해 낸 것일지도 모릅니다. 백인과 비슷한 외모를 가진 흑인 클레어 켄드리가 백인 행세를 하는 이야기로 오래전 친구 아이린 레드필드을 만나면서 시작됩니다. 시대적으로 보아 지금보다 차별이 심했을 것이고 독자는 작품을 통해 클레어를 비판하기 전에 이해하는 쪽으로 먼저 섣부른 판단을 자제했습니다.
p.46 ‘패싱’이라는 이 복잡하고 골치 아픈 일에 대해, 익숙하고 정다운 것들과 모두 단절한 채 아주 낯설지는 않을지라도 분명 아주 우호적이지는 않은 다른 환경에서 승부를 거는 이 위태로운 문제에 대해 알고 싶었다.
p.69 “그래, 난 아들이 없어. 그리고 아들을 갖지도 않을 거야. 무서워, 마저리가 태어나기 전에도 아홉 달 내내 공포에 질려 죽는 줄 알았어. 딸애의 피부가 검을까 봐 두려웠거든. 다행히 괜찮았지만 말이야. 하지만 다시는 그런 모험을 안 할 거야. 절대로! 그때 그 기분은 한마디로 너무나, 정말 너무나 지옥 같아.”
p.71 아이린은 여러 가지 감정들, 원망, 분노, 경멸의 소용돌이와 싸우는 중이면서도 그 무더운 8월 오후 기다란 호박색 유리컵에 담긴 아이스티를 함께 마시고 있는 자신이 그녀들에게 소외감을 느끼지도 그녀들을 경멸하지도 않는다는 듯 한결같이 침착한 태도로 대답했다. 자기 남편은 감쪽같이 ‘백인 행제’를 할 수는 없다고 그들에게 조용히 말했던 것이다.
출신배경에 대해 어떻게 다른 사람에게 설명해야 하는지, 흑인과 접촉할 때 어떻게 느끼는지 아이린은 클레어 컨드리에 묻고 싶었지만 물어볼수 없었습니다. 마러릿 해머나 에스터 도슨 그리고 아이린은 왜 백인 행세를 안하지는 알고도 싶었구요. 아이린은 말합니다. “그건 정말 엄청나게 쉬운 일이거든. 그럴 수 있는 유형에 속할 경우 약간의 용기만 있으면 되거든.” 용기? 백인이 흑인과 결혼해서 흑인 아이를 낳으면 자식으로도 인정받지 못하는 사회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인종차별 사람들의 인식부터 바뀌지 않는 한 세상은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아이린은 의사 남편에 어린 두 아들을 두고 이는 중산층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가족에게 헌신적이고 지역사회에 봉사활동을 하면서 안정적인 삶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반면 클레어 컨드리는 피부색이 하얗고 아름다운 외모로 가난한 고아에서 화려한 상류를 백인 주부로 패싱에 성공한 가운데도 백인 사회에 어울리지 못해 그렇게 싫어했던 흑인사회를 갈망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이 작품은 출간된지 15년이 지나 재출간한 작품이라고 합니다. 차별과 혐오의 세상에서 흑인도 백인도 아닌 어디에도 섞이지 못한 클레어 켄드리를 보면서 자기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일이 시급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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