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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 수업 - 조그맣고 꿈틀거리지만 아름답고 경이로운 생명
김태우 지음 / 흐름출판 / 2021년 7월
평점 :

곤충은 생명, 진화, 역사의 산물입니다. 오랜 세월 생명의 나무가 뻗고 갈라져 하나하나 꽃망울을 터뜨리며 태어난 존재가 바로 곤충이라고 했습니다. 곤충 한 마리는 미물에 지나지 않지만 곤충의 역할은 결코 작다고 할 수 없습니다. 생태계 구성원으로 숲에서 개미, 나비, 벌, 파리가 무슨일을 하고 있는지 꽃가루를 옮기고 시체와 배설물을 치우고 새와 개구리의 먹이가 되지만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곤충에 관해 알아보는 좋은 기회가 된 소중한 책입니다.
p.20 곤충이라는 말을 널리 쓰기 전, 우리는 전통적으로 ‘벌레’라는 단어를 많이 썼습니다. 실제로 곤충 이름에는 벌레라는 단어가 많이 들어가기도 합니다. 사슴벌레, 딱정벌레, 대벌레, 잎벌레, 집게벌레 등은 모두 곤충이지요. 하지만 곤충과 벌레는 엄밀히 따지면 완전한 동의어가 아닙니다.
‘곤충’하면 파브르의 곤충기가 떠오르면서 징그럽다는 선입관을 가지고 있는 독자들을 곤충학자로서 야속한 마음이 들었다는 작가의 마음이 담긴 글을 먼저 읽게 되었습니다. 예전과는 달리 시민 대상으로 하는 곤충 수업도 늘어나고 주변에 생태공원이나 자연학습장 같은 곳도 많이 생겨나서 일반인들이 곤충을 살펴볼 기회는 늘어났습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동물의 3분의 2를 차지할 만큼 생물 종의 다양성과 개체의 숫자가 그 어떤 생명체보다 크고 많은 ‘곤충’에 대해 그동안 몰랐던 것들을 알아 보는데 도움이 되는 책입니다.
p.145 곤충은 농업을 방해하는 해충으로 없애야 할 대상이지만, 사람과 자연을 공생 관계로 바라보면 곤충들의 존재 덕분에 비로소 농촌 환경을 친근하고 평온하게 느낄 수 있다는 개념입니다.
벌에 쏘였을 때에는 된장을 발랐다거나, 상처에 이똥(치태)를 발랐고 먹을게 별로 없던 시절에는 왕개미의 꽁무니를 빨아 시큼한 식초 맛을 느끼기도 했던 옛날부터 내려온 이야기 들이 있는데 요즘 기준에서 보면 비위생적이고 위험한 일들이었다고 합니다. 민간에서 흘러온 경험담 이외에 우리 선조들의 시선을 엿볼 수 있는 것은 속담입니다,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다 있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근다. 메뚜기도 오뉴월이 한창이다 등입니다. 옛말 속에 등장하는 곤충들의 활동이나 생태를 추론해서 농업사회였던 24절기에 어울리는 속담이 많았습니다.
p.212 곤충들은 인간과 똑같은 것이 아닌가. 우주법칙에 따라 종자끼리 교미하여 종족 번식과 함께 자기들 나름대로 삶을 영위해가고 있다. 어찌 보면 곤충들은 인간에게 많은 점을 시사해준다. 번식을 위하여 먹을 만큼만 확보하여 자연 순리적인 삶에 비해 인간들은 이기적 부와 분에 넘치는 욕심과 사치를 하지 않는가.
책에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습니다. 5천원권 앞면에는 율곡 이이의 초상화가 그려져 있고 뒷면에는 신사임당의 <초충도>가 그려져 있는데 초충도의 수박 아래에 그려진 곤충이 무엇인지에 대해 갑론을박이 있었다고 합니다. 한국조폐공사에서는 수박과 여치라고 했고 모기, 깔다구라는 설도 있었습니다. 전문가인 작가에게 인터뷰 요청이 와서 자문을 구했는데 긴 더듬이와 배 끝의 산란관을 볼 때 여치가 맞다는 결론입니다. 신사임당외에 화가 남계우 선생님, 정성, 김익수, 심사정, 김홍도, 신명연 등 우리 자연을 그리고 곤충을 그린 화가는 많았습니다. 화가들이 곤충을 그리기 위해 얼마나 자세히 관찰했을까 하는 점을 배워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곤충 중 알려진 것만 해도 1만 8천 종이 넘는다고 합니다. 하늘소 몸통을 붙잡으면 ‘끽끽’ 하는 소리도 내는데, 귀를 가까이 대면 ASMR처럼 생생하게 들린다고 합니다.그래서 곤충수업을 할 때 아이들이 좋아하는 곤충인가 봅니다. 작가는 자연은 늘 깨달음과 감동을 주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학교라고 했습니다. <곤충 수업>은 어린 시절 곤충의 매력에 빠져 지금까지 오직 곤충 연구에만 매진해온 곤충학자가 써낸 생태 자연 에세이이자, 자연과학 교양서입니다. 이 책의 저자인 김태우 박사는 여러 곤충 종들 중에서도 메뚜기를 전공하여 대중들에게는 ‘메뚜기 선생님’으로 잘 알려진 신진 곤충학자입니다. 그는 현재 우리나라 최초로 대규모 생물표본 수장시설을 갖춘 국립연구기관인 국립생물자원관 소속으로, 한국 곤충 연구의 최전선에서 활약하고 있다.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는 일에 뒤에서 이렇게 곤충에 매진하는 분이 있다는 사실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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