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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주아 생리학 ㅣ 인간 생리학
앙리 모니에 지음, 김지현 옮김 / 페이퍼로드 / 2021년 6월
평점 :

페이퍼로드의 생리학 시리즈를 읽고 있는 독자입니다. 이번 작품은 <부르주아 생리학>입니다. 부르주아라고 하면 일단 좋지 않은 선입관을 많이 가지고 있는데 그 정확한 어원은 중세 유럽의 도시에서 성직자와 귀족을 일컫는 말고 요즘엔 부자를 속되게 부르는 말로 많이 사용하는 부르주아 bourgeois 는 프랑스어입니다. 19세기 파리지앵을 사로잡은 단 한 명의 부르주아,앙리 모니에가 직접 그리고 묘사한 부르주아의 우아하고도 치졸한 일상 들여다 봤습니다. 부르주아가 쓴 부르주아를 위한 부르주아 시대의 문학, 그중에서도 특별하게 부르주아를 분석하고 풍자한 작품은 읽고 고개가 끄덕이게 하는 장면과 의외의 장면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적어도 스스로를 풍자할 줄 아는 그 동력을 부러워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P.14 부르주아가 쓴 부르주아를 위한 부르주아 시대의 문학, 그중에서도 특별하게 부르주아를 부석하고 풍자한 작품인 이 책 속에서 우리는 우리 시대가 여전히 이시대의 연장선상에 있음을 발견한다.
p.34 우리는 다섯 살 때 식탁에서 후식을 먹으며 까마귀나 여우에 관련된 우화시를 암송했다. 조금 더 지나면, 프랑스 왕과 왕비, 대공과 왕녀들의 이름을 외웠다.
p.60 미에트 씨로 말하자면, 그 자신도 그의 부르주아 관객보다 결코 덜 충실하거나 덜 부르주아적이지는 않지만, 그들보다 덜 단순하고, 남에게 덜 속는 사람이다.
군병에게 부르주아란 군복을 입지 않은 자들이고, 마부에게 부르주아란 자신의 마차에 올라타는 모든 사람이다. 간단히 정리하자면 내가 부르주아라고 부르면 나는 마부가 되고 부르주아라고 불리우는 사람은 사장님을 뜻한다. 그들에게 부르주아라는 단어는 하나의 명칭, 하나의 의미, 하나의 호칭이 아닌 것이다. 부르주아의 세계는 어떤 곳인지 한번 들어가 봅니다.
부르주아는 글씨를 잘 쓰는 편이라고 합니다. 어릴 때부터 글씨를 잘 쓰면 무슨 일이든 잘하고 성공한다고 자식들을 교육합니다. 하지만 실상은 글씨를 잘쓰는 달필가라면 관공서에가면 발송계원 업무를 맡게 되므로 불행 중 가장 큰 불행이라고 하는대요. 저는 글씨를 잘 쓰는 사람들을 보면 부럽더라구요. 부르주아의 어린시절은 보통사람들과는 달랐습니다.
메애트씨는 자기가 좋아하는 자신의 이름으로 공연을 하고 일요일이면 낚시를 즐깁니다. 하지만 부르주아의 일요일은 누구보다도 바쁜 일과를 보냅니다. 그것은 오로지 자신의 쾌락을 위한 것입니다. “눈을 뜨자마자 몸뚱이를 침대 밖으로 내던지고, 곧바로 악을 쓰며 날뛰기를 시작해야 하는데” 정작 바쁜 사람은 하녀들입니다. 자신의 쾌락을 위해 하녀들의 휴일은 반납해야 하다니 유쾌하지 않습니다.
19세기의 주인공이었던 부르주아의 일상 어떤가요. 이번엔 극장으로 가보겠습니다.
부르주아 하면 왠지 키가 작은 남자에 뚱뚱하고 머리숱이 없어서 중절모자를 쓰고 한손에는 파이프 담배를 물고 있는 모습이 상상이 됩니다. 혐오스럽고 끔찍한 부르주아는 매 순간 옆사람을 팔꿈치로 치면서 이야기를 거는 비 매너가 되는데, 다음 스토리를 알려주며 다음 대사까지 치고 들어옵니다. 그리고 부르주아들은 배우들과 친분을 트고자 노력하는데 그것은 공짜표를 얻기 위함이라고 합니다.
부르주아의 삶은 가장 평범하고 시시한 저녁 모임을 준비하는데도 최소 2주가 걸립니다, 그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갖가지 사회적 임무, 기념일, 결혼식, 세례식, 장례식에 참석하는 정확성이야말로 가장 주요한 특징 중 하나였습니다. 자신의 행복보다는 일단 다른 사람들의 눈을 너무 의식하는 나머지 피곤한 삶을 사는 것 같습니다. 한 시대를 풍미한 생리학 시리즈의 발자크 같은 유명 작가는 물론, 수많은 저널리스트, 신문 소설과 대중 소설 작가까지 다양합니다. 그중에서도 자신이 직접 삽화를 그리고 글까지 썼던 시대의 천재 앙리 모니에는 단연 돋보입니다. 벤야민은 그를 두고 “자기 자신을 관찰할 줄 아는 특별한 재능을 가진 속물”, “생리학의 거장”이라 지칭하며 찬탄을 아끼지 않았다고 합니다. 다음은 어떤 생리학 시리즈가 출간될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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