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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엽 감는 새 연대기 3 - 새 잡이 사내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18년 12월
평점 :

3권 새잡이 사내에서는 목매다는 저책의 수수께끼속에 일가가 동반 자살을 한 복잡하고 사연 많은 땅을 과연 누가 매입 했는지 미야와키 저택의 궁금증을 자아내면서 시작됩니다. 근처의 다른 집들보다 한층 높은 콘스리트담에 둘러싼 철저한 경비와 비밀이 있는 곳입니다. 조경업자의 말에 따르면 나무를 심는 중에 우물 파는 업자가 들어와서 정원에 깊은 우물을 팠다고 합니다. ‘목맨다는 저택’에 대해 기자는 궁금해서 취재에 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수수께끼 같은 저책의 비밀이 공개될까요. 기표한 여름이 끝나고 겨울이 올 때까지 고독이 도오루의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도오루는 구립 수영장에 가서 수영을 하고 산책을 하고. 하루 세 번 끼니를 만드는 일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일에만 신경을 집중하려고 했다. 마시는 물 들이쉬는 공기에도 길고 날카로운 바늘이 느껴졌고 손에 든 책의 모서리까지 면도날의 얇은 날처럼 하얗게 빛나며 그를 위협했고 구미코는 몇 번이나 편지를 보내 이혼을 재촉했다. 한 번 쯤 만나서 이야기를 해도 괜찮을 텐데 구미코에게 무슨일이 있는건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구미코와의 일을 빨리 마무리 되어 도오루가 마음을 잡고 일상생활로 돌아갔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p.54 돈에는 이름이 없다. 만약 돈에 이름이 있다면 그것은 이미 돈이 아니다. 돈이라는 것의 진정한 의미는, 캄캄한 밤 같은 그 무명성과, 숨이 삼켜질 만큼 놀랍고 압도적인 호환성에 있다.
p.202 비는 밤새 소리 없이 내리다. 이른 아침, 사위가 밝아 올 무렵에 꺼져 가듯 그쳤다. 그러나 그 기묘한 사내의 끈끈한 기척과 그가 피웠던 필터 없는 담배 냄새는 습기와 함께 오래도록 집 안에 남아 있었다.
P.292 ‘목매다는 저택’의 새 주인의 정체를 파악하려고 어떤 경로를 해집든, 늘 단단한 벽에 부딪쳤다는 사실이다.
p.456 나는 마당으로 나와 우물 뚜껑을 열고, 몸을 숙여 안을 들여다 보았다. 거기에는 여느 때의 짙은 어둠이 있었다. 나는 지금은 그 우물을 내 육체의 연장인 듯 잘 알고 있었다. 그 어둠과 냄새와 고요함은 내 일부였다.
신주쿠를 드나들기 시작한 여드레 되는 날 훌륭한 옷매무새의 고급스러운 옷을 입고 한 여자가 다가와 돈이 필요하면 찾아오라고 주소를 주고 떠났습니다. 도오루는 이제 더는 잃을 것이 없다고 생각했고 시간의 경과가 더욱 불명확해졌고 다양한 시간제 중에 내가 어느 시간제를 취하고 있는지 알 수 없어졌고 의식은 천천히 나의 육체로 돌아온다고 느끼게 됩니다. 믿고 의지할 사람, 대화할 가족이 필요한 도오루입니다.
일년 전에 행방을 감춘 와타야 노보루 고양이가 드디어 돌아왔습니다. 고양이의 몸에는 얼굴에서 꼬리 끝까지 온갖 곳에 마른 흙이 들어붙어 있었고 털이 뒤엉켜 실 뭉치 같았지만 구석구석 살펴 보았지만 다행히 다친 곳은 없었습니다. 고양이의 가슴에 손을 대고 그 심장의 박동을 느끼고 가슴이 뭉클해졌습니다. 이제 와타야 노보루는 삼치라고 부르기로 했습니다. 작가는 정신적 기둥을 잃어버린 시대에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황폐를 치유하는 존재를 기록으로 남기기로 했다고 합니다. 이 세계에서 도오루는 빠져 나올 수 있을까요.
이제 도오루의 유일한 이야기 상대는 넛메그입니다. 일주일에 한두 번 만나서 이야기 상대가 되어 주었고 그녀는 요코하마 태생이고 세 살때 부모님을 따라 만주로 건너갔고 아버지는 신징의 동물원에서 수의사로 일을 했다. 넛메그가 불편하지 않도록 최대한 깨끗하고 단정한 차림으로 만나기 위해 노력했다. 구미코의 이야기도 하면서 마술피리 이야기 속의 한 장면처럼 구미코를 구해내야 한다고 생각했으나 구미코는 도대체 어디에서 무엇을 하기에 나타나지 않는 건지 의문이 듭니다.
이제 좀 의문이 가시기 시작했습니다. 쿠미코의 오빠 와타야 노보루의 비서 우시카가 빈집에 들어와 있었습니다. 와타야의 부탁을 받고 협상을 하러 온 것입니다. 오빠는 세타카야의 고급주택의 비밀스러운 죽음에 대해 깊숙이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지금 정치가로서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에 걱정이 되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구미코는 내 힘으로 내가 되찾을 것이라고 단칼에 거절했습니다. 구미코 아내의 의사를 이제 분명히 알았으니 도오루는 이제 오빠에게서 구미코를 구해내야 합니다.
소설 속에는 잊을만 하면 등장하는 가사하라 메이가 있습니다. 그녀는 산속에 있는 가발 공장에서 150명도 되는 여자들이 죽 앉아서 일하는 모습을 설명했습니다. 가발 하나를 완성 하는데는 며칠이나 걸릴 정도의 시간을 요하는 작업입니다. 하나 하나에 순서대로 머리카락을 심는 작업은 채플린 영화를 연상케 합니다. 일하는 여자들은 십 년 후의 자기가 있을 곳을 대충 알고 있고 몇 년 일해서 돈을 모르면 적당한 상대를 찾아 결혼을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삼년 전에 메이는 산속에서 가발을 만들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복잡하지 않고 단순한 반복과정이 메이를 더 지치게 하지는 않을까요. 메이는 지금의 세계에서 다른 세계로 옮겨가기 위해 잠깐 여기에 있는 유예 기간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건축을 담당한 건설회사. 토지를 구입한 자회사, 회계 사무소의 하청기관까지 새 입주자와 유력 정치가 사이에 어떤 관련성이 있지 않을까 추측만 무성하고 짐작만 있을뿐 명확한 사실은 아직 없는 상태로 궁금증만 증폭되는 가운데 혹시 와타야가 관련되있지 않을까 짐작됩니다. 규칙적으로 드나드는 메르세데스 벤츠 차량에 주목해 봅니다.
한 인간이 누군가를 증오할 때 어떤 증오가 가장 강력할까요? 그것은 자신이 절박하게 원하는 데도 손에 넣을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것을 아무 고생 없이 휙 낚아채는 인간을 볼 때 증오는 폭발하게 됩니다. 오카다는 와타야 노보루가 그런 증오의 대상이었다고 고백합니다. 와타야 노보루의 수족처럼 일한 자에게 나오는 말에 좀 이해가 안됐지만 그동안 구미코를 보살펴 왔다고 하니 나빠 보이지는 않습니다.
소설의 키를 쥐고 있는 사람은 와타야 노보루 였습니다. 신예 경제학자, 정치평론가로 맹활약하고 올 봄에는 와타야씨의 정치 기반을 이어 받아 중의원에 당선된 젊고 실력있는 정치가입니다. 그런 그가 낮에 폭한의 방방이에 피격당해 중상을 입고 병원에 실려갔습니다. 와타야 노보루의 두개골을 함몰시킨 것이 방망이라면 그걸 우물속에서 누가 가져와서 그런 끔찍한 일을 저질렀을까요? 정신적 기둥을 잃어버린 시대에 하루키 작가는 1970년대 이후 정신적 기둥이 없는 시대를 살아왔고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황폐를 치유하는 존재의 기록을 태엽감는 새에 속에 가두었습니다. 전쟁의 역사, 꿈과 현실사이를 왔다 갔다 하며 영매의 등장, 갇혀 있는 세계를 빠져나오는 긴 여름의 무더운 시간 여행을 무사히 마쳤습니다. 그리고 독자인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을 새로운 눈으로 보게 될 것이라고 책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