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딸 아니 에르노 컬렉션
아니 에르노 지음, 김도연 옮김 / 1984Books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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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현대문학의 거장 아니 에르노의 [다른 딸]은 내가 태어나기 전에 죽은 언니 지네트입니다. ‘이기 위해 부르는 당신’ “당신은 글쓰기로 채울 수 없는 텅 빈 형체이고 보내지 못할 편지, 부치지 못할 편지를 씁니다. 당신의 부재를 통해 온전한 나를 찾기 위함이지요. 언니이지만 목소리도 모르고 눈동자의 색깔도 모릅니다. 이제 60년 전부터 벽장안에 쳐박혀 있던 기억들을 하나씩 꺼내 놓을 겁니다. 언니를 향한 애틋한 마음이 있는 글입니다.

 

 

p.13 당신은 언제나 죽은 사람이었어요. 내가 열 살 되던 해의 여름 어느 날, 당신은 죽은 채로 내 삶에 들어왔습니다.

 

p.38 착한 소녀이자 어린 성녀였던 당신은 구원받지 못했고 악마였던 나는 살아남았으니까요. 아니, 살아 있다는 것 그 이상의 기적이 내게 일어났던 거죠.

 

p.71 ‘당신은 덫입니다. 숨 막히게 하는 무언가를 가진 채, 역겨운 슬픔의 냄새를 풍기며 당산에 대한 가상의 친밀감을 만들어내요.

 

 

당신이 죽었기 때문에 글을 쓴 것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당신이 죽은 것이 내가 글을 쓸 수 있게 하는 힘이 된다는 차이입니다. 여섯 살의 나이로 죽은 언니 지네트에 대한 그리움이 곳곳에 묻어 있습니다. 신의 섭리로 자신이 세상에 오고 구원받았다고 생각하는군요. 생과 사가 어찌 사람 마음대로 되는게 아닙니다. 안타깝게도 어렵게 구한 사진 여섯장이 전부인 것을 알츠하이머에 걸린 어머니는 이제 착한 딸을 기억에서 지웠을까요?

 

 

글을 쓰면 쓸수록 단어들의 틈새를 헤치고 나아가기 어려웠고 당신에게 말해야 할 언어도 없으며 부정적인 방식을 통해 지속적인 비존재 상태로 아니에르토에게 남아 있습니다. 존재 자체가 없었던 언니 지네트에 대해 뭐라고 딱히 묘사를 할 수 없는 점이 아쉽게 다가갑니다. 남은 사진 몇장과 들은 이야기가 전부입니다. 나는 고통 속에서 살지 않았고 당신의 부재 속에서 생활한 것입니다.

 

행복이나 성공을 얻기 위해선 그만큼의 고통이 따르는 법입니다. 내 안에서 당신을 찾는 것보다 바깥에서 찾는게 좋았을까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부모님은 작은 딸에게 언니의 존재를 일찍 알렸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운 마음도 한편으로 들었습니다. 가족이니까요. 그래서 [다른 딸]은 착하지 않은 딸로 그리고 고독 속에서 살아야 했으니까요. 에르노가 넘어서고자 했던 것은 독자의 몫으로 돌렸습니다.

 

 

리딩투데이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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