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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망초 ㅣ 을유세계문학전집 112
요시야 노부코 지음, 정수윤 옮김 / 을유문화사 / 2021년 5월
평점 :

전체주의 사상에 맞서 여성적 세계관을 그린 요시야 노부코의 소설은 마음속에 잔잔한 울림을 주는 소설입니다.
근대 일본 시대를 배경으로 아이바 요코, 사에키 가즈에, 유게 마키코 세여자 주인공들이 가정에서부터 성차별을 받으면서 시작하는 소설은 남아 선호사상을 직접 경험한 세대라 독자에게 공감이 가는 소설입니다. 누가봐도 요코의 부담 넘치는 과한 친절, 마키코는 아버지의 권유로 친하지도 않은 요코의 생일파티에 가게 됩니다. 하지만 마키코는 더 이상 요코의 유혹에 빠져들지 않겠다고 결심을 합니다. 딸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무자비하게 묵살하는 아버지의 반응속에 마키코의 성장과정이 어떠했을지 알려주는 문장들이 책속에 가득합니다. 제가 어렸을 때만해도 현모양처가 꿈은 친구들이 많았습니다. 여성에게는 배움의 기회가 남성과 동등하게 주어지지 않았던게 현실이지요.
P.21 아버지 유게 박사에게 아들은 자기 뒤를 이를 든든한 학자로 보이지만 장녀인 마키코는 아무래도 좋을 듯했다. 딸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자식 같았다. 마키코는 그 마음을 잘 알고 있기에 아버지에게 다가가지 않았고 못마땅한 듯 흘겨보며 반항심 가득한 딸이 되어 가는 자신을 어찌할 수 없었다.
p.65 “마키코, 그런 책은 읽지 않아도 다 안다. 인간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사람의 의무는 말이지, 남자는 똑똑하게 머리를 굴려 학문을 하고 과학으로 연구를 거듭해서 업적을 쌓아 인류에 공헌하고, 여자는 결혼이나해서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양육하는 천직이 의무이다. 그것 말고는 없어. 알았느냐.”
P.128 ‘슬픔’ 이 사람의 영혼에 알맞게 스며들 때는 그 사람을 차분하고 고독하며 순수하고도 상냥하고 배려 깊은 사람으로 만든다. 하지만 불행히도 그 ‘슬픔’이 극도로 강렬하게 파고들 때는 그 사람을 황폐하고 어둡게 비틀어 버려서 타인에게 차갑고도 냉혹한 이기주의자가 되어 버린다. 마키코는 다소 후자 쪽의 ‘슬픔’에 닮아 있었다.
마키코의 어머니는 오랜 병환 끝에 결국 돌아가시고 그로 인해 마키코는 자포자기가 되어 요코의 마법에 걸려 포로가 되어버렸습니다. 빛나는 요코, 밝은 요코 그 옆에서 마키코는 혼자 있을 동생 와타루도 잊고 모토마치 상점가로 돌아다니기 시작했고 동생은 집을 나갔습니다. 와타루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친구 가즈에가 동생을 친절하게 집으로 데리고 와줍니다. 소설은 마키코의 입장,와타루의 입장에서도 생각해 보게 됩니다. 한 집안에 어머니가 계시지 않다는 것은 세상이 무너지는 큰 슬픔이겠지요. 그래서 마키코는 아버지 유게 박사의 사랑이 더욱 필요한 시간입니다.
P.180 겨울 바닷가의 적막함이여- . 다가왔다가 멀어지는 파도의 물보라, 모래사장에 노랗게 햇빛이 드리워, 흩어지는 조개 껍데기가 하얗게 반짝반짝 깨알 같은 별처럼 빛났다. 그 주변에 끌여 올려진 어선에서 크고 검은 망이 펼쳐져 말라가고 있었다. 바닷가 별장의 문은 대부분 외롭게 닫혀서, 솔숲에서 불어오는 바람 소리만 또렷했다. 그 겨울 바닷가 아침- . 아름다운 아이가 병마에 쓰러져 마른 모습으로 부드럽게 모래사장을 걷고 있었다.
물망초는 마키코와 요코, 가즈에 세 소녀의 우정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잘못된 방법으로 사람을 소유하고자 했던 가즈에는 이제 진정한 우정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리딩투데이 지원도서입니다.